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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세 중학생'..."손녀 같은 학생들이 친구 하자고 하네요"

2025-03-06

만학도 한금옥씨 상주여중 1학년 입학
"건강 허락되면 대학교까지 가고 싶어"

74세 중학생...손녀 같은 학생들이 친구 하자고 하네요
지난 4일 상주시 상주여중에 입학한 한금옥(가운데)씨가 1학년 1반 급우 이가을(왼쪽)·서주빈양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입학 전날 밤에는 어떻게 학교에 다니나 하는 걱정에 잠을 못 이루었습니다. 그런데 학교에 오니 아이들이 막 반가워하고, 친구 하자 하고, 팔짱도 끼고, 사탕도 주고 해서 걱정이 달아났어요."

한금옥씨는 74세의 나이로 지난 4일 경북 상주시 상주여중(교장 황대섭)에 입학했다. 1965년 고향 김천시 아포면 지동초등학교를 졸업한 지 60년 만이다. 한씨는 "초등학교만 나오고 더 많이 배우지 못한 것이 평생 한이 됐다. 학교 가서 더 배워야 되겠다는 생각을 단 하루도 잊은 적이 없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씨는 초등학교룰 졸업하면서 아포중학교 시험에 응시해 당당하게 합격했다. 그러나 당시 농사를 짓는 한씨의 집안은 넉넉하지 않았다. 무리해서 딸을 가르치려고 하지도 않는 시절, 한씨는 결혼 전까지 부모님의 농사일을 도왔다. 한씨는 "어쩌다 면 소재지에 나가 아포중학교 건물이 눈에 띄면 무엇 때문인지 가슴이 벌렁거리고 정신을 차릴 수가 없어 멀리 돌아다녔다. 농사짓는 집으로 시집 가 남편과 농사일을 하면서 아이 키우다 보니 어느새 세월이 그렇게 흘렀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20년 전 아이들이 모두 성인이 되고 생활에 여유가 생기면서 배움에 대한 열망이 다시 타올랐다. 2004년에 혼자서 검정고시 공부를 해 시험을 쳤지만 불합격했다. 혼자 공부하는 것보다 선생님으로부터 배우는 것이 더 좋은 공부가 될 것 같아 몇 번이고 중학교에 진학하려 했지만 나이 때문에 용기가 나지 않았고, 어떤 땐 사정이 생겨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한씨는 "지난해, 마지막 기회가 될 것 같아 혼자 시청 등을 찾아다니며 입학 준비를 했다. 입학 직전 아이들에게 알리니 모두 잘했다"라며 응원해줬다고 밝혔다.

한씨는 2남 1녀를 뒀으며 가장 큰 손자는 결혼까지 했다. 막내 손자는 초등학교 2학년, 외손녀는 충북 청주에서 여중에 다닌다. 한씨는 "이제 시작했으니 앞으로 어떻게 학교생활을 하게 될지 모르지만 손녀 같은 학생들이 구김 없이 잘 대해주고 해서 걱정보다 기대가 돼요. 요즘 아이들은 명랑하고 발랄한 것이 너무 예쁘다는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나이에 크게 바랄 것은 없지만 중학교를 졸업하고 건강만 허락한다면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가서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이하수기자 songa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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