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자영업자 최근 5년간 2만2천명 감소
◆“인건비, 임대료 부담에 장사 포기했어요."
2020년 11월 대구 중구 동성로에 문을 연 A베이커리 카페는 일대에서는 찾기 어려울 정도로 규모가 컸다. 옛 중앙파출소 초입에 위치했던 베이커리 카페는 건물 2층 전체인 400평 가량을 모두 사용했다. 차량 고객을 위해 일정 금액 이상 구매하면 주차비도 제공해주면서 A카페는 순식간에 입소문을 탔다. 아늑한 공간, 단체 파티룸, 테라스석, 대형 스터디 테이블 등 다양한 좌석뿐 아니라 동화 속에 들어온 듯한 인테리어는 손님들의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주말이면 1시간 가량의 입장 대기시간이 발생할 만큼 카페는 성행이었다.
하지만 베이커리 카페 사장은 마냥 웃을 수 만은 없었다. 카페 오픈 초기에 발생했던 적자를 메우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유행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되던 2020년 문을 연 탓에 매달 7천만~8천만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해제되면서 카페 운영은 정상을 되찾았지만, 오픈 초반 발생한 적자를 감당하기 어려웠다. 적자 폭을 줄여 나갔지만 흑자 전환은 쉽지 않았다. 점점 오르는 물가와 인건비, 임대료가 발목을 잡았다.
매달 월세 4천만원과 관리비 500만원이 고정 비용으로 지출됐다. 계속 오르는 인건비와 높아진 금리로 인한 대출 이자는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불어났다.
장사가 잘 된 편이었지만 50대 사장은 카페 오픈 4년 만인 지난해 8월 31일 폐점했다. 상가 계약 기간이 만료되기도 전이었다. 4년 간 열심히 장사한 그에게 남은 건 미처 정리하지 못한 가게 물품과 '빚'이 전부다. 상가는 여전히 공실 상태로 남아있다.
카페 사장은 “창업 전 동성로에서 상가를 운영하던 10명 중 9명은 나에게 '편한 길을 두고 왜 힘든 길을 가려하냐'고 카페 창업을 만류했다. 그때는 이유를 몰랐는데, 이제는 그 이유를 안다"며 “동성로에서 자영업을 하고자 하는 분들이 있다면 똑같은 말을 해주고 싶다. 그래도 이 어려운 상황을 견디는 자만이 추후 남아있지 않겠냐"고 씁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코로나19 이후 대구지역 임대료는 상승하고 공실률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자영업자들의 부담도 점차 커져만 가고 있다.
16일 한국부동산원 임대 동향 자료에 따르면 2024년 4분기 기준 대구지역 소규모 상가 임대료 평균은 ㎡당 2만1천원이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 1만9천원~2만원 가격대가 형성되고 있었지만 이후 경기침체 등으로 임대료가 오른 모습이다.
중대형 상가 역시 같은 기간 임대료는 2만2천원으로, 코로나19 이전보다 소폭 올랐다. 대구 동성로도 이를 피할수 없었다. 2024년 4분기 동성로 소규모 상가와 중대형 상가의 임대료는 각 2만7천원, 3만6천원이다. 10년 전인 2015년(2만3천300원, 3만1천700원)과 비교하면 15.8%, 13.5% 증가했다.
임대료 증가 뿐 아니라 코로나19 확산, 경기침체로 공실률도 크게 늘어난 모습이다.
2024년 4분기 대구 평균 공실률은 소규모 상가의 경우 9%, 중대형 상가는 16%이다. 규모별로 상가 10개 중 1~2개는 공실이라는 의미다. 10년 전인 2015년(소규모 4%, 중대형 12%)와 비교하면 5%가량 공실률이 늘어난 것이다.
동성로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2015년 4분기까지만 해도 동성로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1.99%로, 만실에 가까웠다. 하지만 10년 뒤인 2024년 4분기 공실률은 11.8%로 10% 가량 뛰었다.
중대형 상가의 공실률은 더하다. 같은 기간 13.88%의 공실률을 보였던 동성로 중대형 상가는 꾸준히 공실률이 높아지더니 2023년 3분기 처음 공실률 20%를 넘겼고, 이후 공실률은 10%대로 내려가지 못하고 있다.
대구 동성로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은 “동성로 상권은 규모와 위치에 따라 임대료가 천차만별이다. 대구 상권 중 가장 임대료가 높은 상권 중 하나여서 자영업자 입장에선 다른 지역보다도 임대료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며 “다른 상권도 어렵겠지만 동성로가 높은 임대료에 직격탄으로 맞는 곳인 만큼, 공실률이 높은 것 같다"고 한숨을 내 쉬었다.
◆벼랑 끝에 내몰리는 자영업자
대구 자영업자는 가파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지난달 대구지역 자영업자 수는 25만7천명으로,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 되기 전인 2020년 2월(28만8천명)과 비교하면 3만명 가량 줄었다. 코로나 19 이후 대구 자영업자는 조금씩 줄어들어 2023년 2월 23만5천명까지 떨어졌고, 지난해 2월(25만4천명)부터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며 25만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고용원이 없는 '1인 자영업자'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대구서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8만2천명으로 5년 전(2020년·7만9천명)보다 3천명 늘어났지만,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17만명으로 5년 전(19만2천명)에 비해 2만2천명 줄었다.
그나마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을 앞둔 2023년 1월 이후 자영업자 수가 23만~25만명대를 맴돌며 회복세를 보이는 듯 하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이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영업자들의 가장 큰 부담은 원자재와 인건비 상승이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최근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자영업자 500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영업자는 원자재·재료비(22.2%)와 인건비(21.2%)를 가장 부담이 큰 비용으로 꼽았다. 이어 임차료(18.7%), 대출 상환 원리금(14.2%) 순이었다.
자영업자들은 또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보다 13.3% 감소했다고 답했다. '순이익이 감소했다'는 응답 비율은 72%나 됐지만, '순이익이 증가했다'는 응답은 28%에 불과했다. 올해도 순이익과 매출이 줄어들 것이라는 응답 비율은 각각 62.2%, 61.2%로 절반 이상이었다.
대구 수성구 수성동3가에서 찜닭집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장사가 너무 안되다 보니 이 일대 상인 다수는 가게를 내 놓았지만, 내 놓아도 가게가 팔리지 않고 있을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 지금은 가게를 넘기고 폐업이라도 하면 운이 좋다고 봐야한다"며 “어느 특정 상권의 문제가 아니다. 대부분의 자영업자는 죽지 못해 장사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때 살아보겠다고 받은 대출 이자와 무섭게 오르는 인건비, 재료비는 상인들의 목을 조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푸념했다.

이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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