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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르포] 정비사업 11년째 멈춘 대구 서구 평리1구역

2025-03-21

펜스 친 골목에 빈집 즐비…저멀리 신축아파트 보며 한숨만

20일 오후 3시 30분쯤 찾은 재개발이 예정된 대구 서구 평리동. 대규모 신축 아파트 숲을 빠져 나오자 전혀 다른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급격히 좁아진 이면도로에는 낡은 단독주택이 즐비했다. 낮 시간대임에도 문을 연 상점이 없었고, 곳곳에 빈집이 수두룩했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도 거의 없어 마치 '유령 도시'를 연상케 했다. 이곳에서 만난 주민 김모씨는 "재개발 얘기가 나온 지가 벌써 10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라며 "밤이 되면 무서워서 다니기 힘들 정도"라고 전했다.

[Y르포] 정비사업 11년째 멈춘 대구 서구 평리1구역
[Y르포] 정비사업 11년째 멈춘 대구 서구 평리1구역
20일 오후 대구 서구 평리동 일원. 낡은 주택 너머로 우뚝 선 신축 아파트가 대비된다(위). 주택가 곳곳엔 펜스가 쳐져 있고 빈집도 즐비하다.
부동산 경기 악화로 대구지역 재개발·재건축 사업장들이 멈춰서고 있다. 신축 아파트에 살고 싶다는 원주민들의 소박한 꿈도 점차 요원해지는 모습이다.

이날 취재진이 찾은 곳은 '서구 평리1구역'도 정비사업이 멈춰선 현장 중 한 곳이다. 평리1구역은 서구 평리동의 대규모 재개발 사업인 '평리뉴타운' 대상지 중 한 곳이다. 평리뉴타운은 당초 2022년 완공 예정이었지만, 여러 사정으로 인해 2027년까지 계획이 연장된 상태다.

계획이 수립된 지 10년이 지나고 목표 연도까지 2년여 밖에 남지 않았음에도 평리뉴타운은 '반쪽짜리 재개발'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재개발촉진지구 7개 구역 중 입주를 시작한 3·5·6·7구역을 제외한 3개 구역은 철거조차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준공이 승인된 곳은 7구역 한 곳뿐이다.

평리1구역 재개발 정비사업조합이 설립(2014년)된 지도 벌써 10년을 넘겼다. 하지만 11년이 지난 현재까지 사업은 첫 삽조차 뜨지 못하고 있다. 조합원들의 이해 관계와 코로나19 등이 맞물리면서 사업 일정이 지연됐고, 2022년 하반기부터 대구지역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사업은 기약 없이 밀렸다. 조합원 197명의 일상도 함께 멈춰섰다.


평리뉴타운 대상지 포함됐지만
부동산 경기 악화로 사업 중단
행인 거의 없어 유령도시 온 듯
주민들 오랜 기다림에 피로감



정비사업이 멈춘 현장은 유령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재개발에 대한 기대감 혹은 주거 환경 악화 등으로 주민들이 하나 둘 정든 마을을 떠나면서다. 마을에서 만난 주민들은 11년째 지지부진한 재개발에 피로감을 드러냈다. 60대 마을 주민은 "재개발 얘기가 너무 오래되다 보니 대부분 마을 사람들은 관심이 없는 상태"라고 했다.

그나마 주민들의 통행이라도 가능한 이곳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인근 평리4구역의 경우 펜스까지 친 상태에서 정비사업이 멈춰섰다. 부푼 꿈을 안고 마을을 떠났던 이곳 주민들은 늘어나는 이주 비용에 한숨만 내쉴 뿐이다. 마을을 떠난 지 6년째라는 한 주민은 "떠날 때만 하더라도 2~3년이면 아파트가 올라 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이젠 내려놓은 지 오래"라며 "늘어나는 분담금과 이주 비용 때문에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 했다.

조합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조합 내부에서도 사업 추진에 찬반이 많다. 적잖은 주민들이 재개발을 하고 싶지 않아 하는 분위기"라며 "사업이 정상화되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현재 대구에서 조합설립인가를 득한 사업장은 68개소에 달한다. 대부분 사업장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한 부동산 경기 악화에 일정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는 전문가 및 조합 관계자들과 직접 소통하며 실무적인 궁금증을 해소하는 기회를 마련하고, 정비사업을 보다 원활히 추진할 수 있도록 돕는 등 실질적인 지원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얼어붙은 주택·건설경기가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아 해당 지역 주민들의 한숨은 깊어만 가고 있다.

글·사진=이승엽기자 sy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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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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