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경북 9대 지방의회 업무추진비 전수조사
심야 포차·일식집 등 자정 넘긴 사용 내역 다수
행안부 지침 위반 밤 10시 이후 경북서만 73건
사용시간 빼거나 장소만 나열하는 편법 공개도
지난 21일 영남일보 취재 당시 의성군의회의 업무추진비 현황 게시판. 민선8기 동안 공개된 내역이 한 건도 없다.
26일 의성군의회 홈페이지 업무추진비에 게재된 내역. 작성일은 4월10일로 게재돼 있다.
대구경북 기초의회의 모럴해저드가 심각하다. 영남일보가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구 9개 구·군과 경북 22개 시·군·구 지방의회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전수조사한 결과, 주민들의 혈세가 감시·감독의 사각지대에서 규정을 어기며 방만하게 집행된 정황이 반복되고 있다. 심야시간 포차나 고깃집에서, 지방의원 등산복 구입에, 사무처 직원 선물 구입에 수백만원이 지출됐다. 일부 의회는 반드시 공개해야 하는 사용내역조차 공개하지 않고 최소한 의무조차 이행하지 않고 있다.
◆공개의무조차 위반 의성군의회…취재하자 부랴부랴 공개
영남일보가 대구 9개 구·군과 경북 22개 시·군·구 지방의회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2022년 7월~ 2026년 4월)을 전수조사한 결과, 지역에서는 유일하게 의성군의회가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의정 활동 지원을 위해 주어진 혈세가 어디에서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최소한 의무이자, 행정안전부의 규정 조차 이행하지 않는 명백한 위반 행위다.
의성군의회는 홈페이지에 업무추진비 현황을 나타내는 메뉴를 만들었지만 지난 5월 21일까지 등록 게시물은 한 건도 없었다. 민선 8기 4년 간 업무추진비를 한 차례도 공개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한 영남일보 취재가 시작되자 의성군의회는 지난 26일 '2026년 1분기 업무추진비 집행내역' 제목의 엑셀 파일을 처음 게시했다. 이 과정에서 게시물 작성일이 4월10일로 게재돼, 작성일을 임의로 지정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지난 21일 업무추진비 비공개 사유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의성군의회 김상열 회계담당자는 "인사이동으로 새롭게 업무를 맡았는데 (업무추진비가)한 건도 공개되지 않아서 (공개)해야 하지 않냐고 (조직에) 말한 적이 있다"고 하면서도 "제가 맡아서 지난 3~4년간 내역 정리를 해야 하는데 다른 업무도 있어 못했다"고 시인했다.
◆심야 포차·이자카야에서 의정활동?…새벽 고급일식집서 수상한 결제
경북 21개(의성군의회 업무추진비 미공개) 시·군·구의회의 지난 4년간 공개된 업무추진비 가운데 밤 10시 이후 결제금액은 73건에 1천238만2천720원으로 확인됐다. 자정부터 새벽 5시 사이 업무추진비를 사용한 건도 5건에 이른다. 새벽시간대 사용처는 대부분 주류 판매가 목적인 식당으로 포차·이자카야·고깃집·일식집 등이 식당에서 다양하게 사용됐다.
새벽 1시32분 서구의회가 참석인원 5명으로 기재해 사용한 식당의 주요 메뉴.
대구에서는 서구의회의 심야시간 결제가 반복 확인됐다. 서구의회 부의장은 2023년 1월 새벽1시32분 일식집에서 6만원을 사용했다. 참석인원은 5명이다. 해당 식당 음식가격을 확인한 결과 가장 저렴한 메뉴가 점심시간에 한정한 1인당 2만원 식사이다. 점심을 제외하면 튀김 4만원이 가장 저렴하다. 상식적으로 5명이 참석한 식사 비용으로 이해하기 힘든 상황. 장어구이 1인분 가격은 6만원이다. 참석인원을 부풀린 의혹이 나오는 배경이다. 서구의회는 또 지난해 3월에도 부의장의 업무추진비가 밤 11시25분 식육식당에서 7명 참석하는 간담회로 19만원이 사용됐다. 의장은 2024년 11월 밤 11시15분 칼국수집에서 9만9천원을 집행했다. 모두 규정을 위반한 사용이다.
대구 북구의회도 2024년 11월 신성장도시위원장이 '자료수집 및 업무협의' 명목으로 밤 11시4분 고기집에서 14만7천원을 사용했다.
이러한 규정 위반에도 지자체의 감시감독 기능은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
민선 8기 지방의회의 심야시간 사용은 경북 기초 지방의회에서 더욱 빈번하다. 심야 사용 내역을 모두 확인한 결과, 술자리를 의심하게 하는 집행이 다수다.
경산시의회는 2023년 3월 24일 밤 10시8분 '포차'에서 의정활동 의견수렴을 이유로 16만원을 사용했다. 포장마차(포차) 형태의 업소에서의 업무추진비 사용 행위는 예산의 목적 외 사용을 금지하는 행동강령 위반 소지로 해석된다. 경산시의회는 또 의회운영위원장이 밤 10시59분 찜닭집에서 식사비를 지출했다. 의원 연수에서 업무추진비로 단체 트레이닝복을 구입한 경산시의회가 밤 10시 이후 사용한 비용은 24건 274만여원에 달한다. 경산시의회 안현숙 의정팀장은 "포차로 상호가 되어 있지만 일반음식점이어서…(문제없다)"고 답했다.
심야시간 사용이 가장 많은 곳은 구미시의회다. 2025년 1월10일 밤 11시56분 의회운영위원회 소관 현안사항 협의에 따른 참석자 식사 제공으로 선술집(이자카야)에서 10만2천원이 사용됐다. 작년 9월 5일 밤 11시15분 고깃집에서도 21만9천500원 결제가 이뤄졌다. 이렇게 밤 10시 이후 사용금액은 21건 588만여원에 이른다.
구미시의회 이덕진 의정팀장은 "업무추진비 카드가 주어지는 의원들에게 심야시간이나 주말 사용을 제한토록 규정을 수시로 고지하고 있다"고 하면서 "부득이하게 간담회나 의정활동이 늦어지는 경우가 있어 밤 11시 이후 사용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이자카야로 되어 있지만 일반음식점이어서 클린카드(업무추진비)가 사용됐을 것이다. (규정에서)금지하는 업종은 아니지만 상호에서 오해가 있을 수 있지만 앞으론 더 세밀히 주의토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영천시의회는 2023년 4월과 5월 밤 10시46분, 밤 10시37분 숯불아나고곰장어집에서 15만원(5명), 18만(6명)을 사용했다. 명목은 각종 간담회로, 1인당 식사비는 3만원으로 맞춰졌다. 성주군의회는 2024년 5월 19일 밤10시12분 족발보쌈집에서 사용했다.
행정안전부는 세출예산 집행기준에서 비정상시간대인 23시부터 다음날 6시, 주류판매를 주목적으로 하는 업종에서 업무추진비를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보다 강하게 의정활동을 지원하는 목적의 업무추진비 사용 시간을 밤 10시 이후 제한하는 권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대구·경북 대다수 지방의회가 규정과 권고를 위반 사용하는 게 관행이 된 셈이다. 공천 과정이나 선거에서 최소한의 규정을 어긴 도덕적 해이에 대한 유권자 심판과 더불어 자정장치가 요구된다
주류판매가 목적인 일반음식점에서 사용도 문제지만, 사용내역을 공개하면서 결제 시간을 게재하지 않는 지방의회도 다수 확인됐다. 공개의 '형식'만 갖추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대구 군위군의회는 사용시간이 모두 빠져있고, 남구의회도 사용시간은 물론 단일건별 공개 원칙을 벗어나 사용 장소를 모두 나열한 뒤 합계 형식으로 공개하는 중이다. 예천·봉화군의회 등도 마찬가지다. 이 역시 규정위반이다. 군위군의회 유병규 주무관은 "규정을 찾아보니 사용시간을 공개해야 하는 게 맞다. 빠른 시일 내 업데이트하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조광현 사무처장은 "지방의회 전반에서 업무추진비의 방만한 사용이 확인되고 있다. 조례에 따라 특정 시기별로 사용실태를 전수 점검 후 부당사용건은 환수토록 조치해야 하지만 이 또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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