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관 이견 크다는 주장 대두
3명 기각·각하 ‘5:3구도’ 관측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7일 일반 헌법소원 사건 선고를 위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입장해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의 선고가 여전히 안갯속이다.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가 늦어도 3월 말 4월 초엔 나올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선고기일이 계속 늦어지면서 학계에선 헌법재판소 내 이견이 크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정치권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에 대해 헌법재판관의 의견이 갈려 쉽사리 결정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헌재의 판단이 계속 길어지고 있는 점에서 '데드락(교착상태)'이란 평가까지 나온다. 3명의 재판관이 기각·각하 의견을 보이는 이른바 '5대 3' 구도여서 데드락에 빠진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 경우 당분간 선고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다는 게 학계 관측이다.
물론 대통령 탄핵심판 경우 반드시 헌법재판관들의 전원일치 결정이 나와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아 발생한 재판관 8인 체제에서 5대 3으로 기각 결정이 날 경우 정당성 시비가 불거질 수 있다. 탄핵은 6명의 재판관이 인용 결정을 내리면 가결되는데, 한 명을 채우지 못해 기각 또는 각하된다면 야권을 중심으로 탄핵심판 결정에 대한 정당성을 따져 물을 가능성이 크다. ▶3면에 계속
학계에서도 헌재의 판단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 '헌재 내 이견'이 크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경북대 엄기홍 교수(정치외교학)는 “헌재 내에서 (인용 또는 기각을 두고) 이견이 있는 것 같다"면서 “만약 2명 퇴직 후 (대통령 몫 재판관) 임명을 두고 헌법소원이 제기되거나 권한쟁의가 있다면 또 (윤 대통령 탄핵심판이) 연기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어 지금은 데드락에 걸려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구가톨릭대 장우영 교수(정치외교학)는 “(인용과 기각이) 4대 4 혹은 5대 3 결과가 나오면 한쪽에선 승복하지 못할 수도 있고 논란이 될 수 있으니, 헌재가 일치된 의견을 모으려는 것 같다"고 현재 상황을 평가했다.
민주당의 압박에도 당정의 움직임이 없자 야권은 이른바 헌법재판관의 임기 연장법 발의를 예고한 상태다. 이에 민주당은 4월1일 법사위 전체 회의에서 헌법재판관의 후임자가 임명되지 못했을 때 기존 재판관 임기를 자동으로 연장하는 '임기 연장법안'을 처리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일단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의 퇴임을 막아 최소한 8인 체제를 유지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3월 헌법소원 심판 등 일반 사건 선고에 입장해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학계에선 이런 법안들이 국회의 문턱을 넘는다고 해도 실효성이 없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경북대 강우진 교수(정치외교학과)는 “여당에서 공식적으로 동의할 수 없다고 공표를 한 상황이어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기 연장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민주당이 지난해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한 것이 현 상황을 초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 교수는 “민주당이 지난해 헌법재판관 임명을 하지 않았다. 당시 애초에 여야 합의대로 임명이 됐으면 이런 어려움을 겪지 않았을 텐데 이제서야 업보로 돌려받고 있는 것"이라며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정석대로 갔어야 했는데 얕은 수를 쓴 것이어서 민주당이 이 부분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헌법재판소 측은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지연과 관련 “국민적 관심과 파급 효과가 큰 사건인 만큼 신중에 또 신중을 거듭해 심리 중"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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