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다툼 80대 2심서 징역 3년6개월로 감형
대구고법. <영남일보 DB>
대구 달성군에 거주하는 80대 노인 A씨. A씨는 옆집에 살던 B(62)씨와 알고 지낸 지 40년 이상 된 이웃사촌이다. 가족 같은 사이로 보일 정도로 친하게 지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평소 B씨 집에서 A씨의 주거지로 빗물이 넘어오는 일로 서로 언성을 높이는 일이 잦았다. 특히, 지난해 초 각 주거지 앞 작은 도랑의 소유권 문제가 불거지면서, 상황은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지난해 7월 8일 우려했던 살벌한 상황이 벌어졌다. 이날 오전 7시30분쯤 A씨가 쌓아 둔 쓰레기를 본 B씨 가족 중 한 명이 A씨를 찾아가 욕설을 퍼부었다. 순간 모욕감을 느낀 A씨는 흥분한 나머지 B씨 집에 불을 지르고, 가족들을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같은 날 밤 11시40분쯤 A씨는 B씨 집 대문을 열고 몰래 들어가 불을 붙였다. 불은 현관 전체와 거실 천장까지 금세 번졌다.
화들짝 놀란 B씨는 호스로 물을 뿌리며 진화에 나섰다. 가족들은 모두 밖으로 피신시켰다. 당시 문 앞에 서 있던 A씨와 마주친 B씨 가족들은 그가 진화작업에 도움을 주러 온 줄 알고 순간 고맙게 여겼다. 하지만 명백한 오판이었다. A씨는 B씨 가족 중 한 명의 왼쪽 어깨와 팔뚝에 미리 준비한 흉기를 휘둘렀다.그는 약 6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었다.
이어 A씨의 발길은 B씨에게 향했다. A씨는 아직 불길이 잡히지 않은 집 안으로 들어가 B씨를 향해 다시 흉기를 휘둘렀다. 필사적으로 저항하던 B씨 때문에 자신이 휘두르던 흉기를 떨어뜨리자, 다른 둔기로 집어들고 공격했다. B씨는 머리 및 목 등에 2도 화상을 입었다.
A씨는 살인미수 및 현주건조물방화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해 11월 14일 대구지법 서부지원은 A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일 항소심 재판부인 대구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왕해진)는 판단이 다소 달랐다. 원심판결을 깨고, A씨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범행 경위나 수법을 볼 때 그 죄책이 매우 무겁다"며 "다만, 피고인이 만 85세의 고령으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고,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는 점, 민사소송에서 피해자(원고)들과 원만히 합의하고 피해자들 일부가 처벌을 원치 않은 점 등을 참작했다"고 감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동현(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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