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룡 장군 웹툰 만들고 '곧감맨'이 축제홍보…만화로 피워낸 창조도시
![]() |
2024년 4월27일 정식 개관한 상주시립도서관은 만화특화공간인 '만화마루'와 웹툰창작체험관 등을 갖추고 있다. 7천200권 이상의 만화책과 웹툰자료를 통해 누구나 웹툰을 그리고, 보고, 배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
고즈넉한 풍경이 아름다웠던 남장사의 한 장면은 누군가의 SNS를 통해 공유되고, 남장사는 다양한 이들의 여행 리스트에 오르게 된다. 상주시의 한 공무원이 곶감탈을 쓰고, B급의 재미난 연기를 펼치는 영상도 유튜브에 올라왔다. 이 영상 덕인지는 몰라도 올해 상주곶감축제는 관광객이 더 늘었다. SNS에 올라온 사진 한 장, 동영상, 댓글 하나까지 모두 콘텐츠가 되는 시대이다. 특히 지역의 특색 있는 축제, 지역을 주제로 한 애니메이션화, 관광지를 배경으로 한 스토리텔링 등의 다양한 문화적인 자산은 콘텐츠의 생산지를 직접 찾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지역특화 콘텐츠'가 지역 소멸 위기를 이겨낼 수 있는 해법 중 하나로 여겨지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야기와 경험이 있는 도시, 콘텐츠가 있는 도시'가 살아남는 시대! 상주시가 이 변화의 중심에서 강력한 키워드를 제시하고 있다. 단순히 스토리를 소비하는 도시가 아니라 스토리를 생산하는 도시로의 도약을 위해 '상상과 창작의 상주'를 업로드하고 있는 것이다.
경북 최대 규모 만화특화도서관 개관
누구나 배우고 그릴 수 있는 장소 제공
작년 첫 웹툰축제 2천여명 방문 성료
미래 콘텐츠 제작자들에 꿈의 기회 돼
올해도 5월17~18일 문화공원 등서 열려
감 형상화 캐릭터들도 시민소통 활발
![]() |
'2024 상주만화·웹툰 페스티벌' 참가자들이 야외만화도서관에서 만화책을 보고 있다. 〈상주시 제공〉 |
스토리텔링과 상상력이라고 하면 만화와 웹툰을 빼놓을 수 없다. '상상과 창작의 소통매체'로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만화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환경에 최적화된 접근성과 다양한 미디어와 연계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 MZ세대의 주요 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특성이 지역 차원에서는 또 하나의 유망한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을 미리 파악한 상주시는 만화와 웹툰을 활용한 콘텐츠가 상주를 통해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을 펼쳐왔다. 임진왜란 때 '육전 60전 60승'을 기록한 상주의 호국명장인 정기룡 장군을 웹툰화하는 사업을 지원해, 2023년 6월에 웹툰 '제가 조선의 운명을 바꿔보겠습니다'를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연재하면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 냈다.
또한 경북 최대규모의 만화특화도서관을 짓기도 했다. 2023년 9월에 준공되어 2024년 4월 27일 정식 개관한 '상주 시립도서관'은 만화 특화공간인 '만화마루'와 웹툰 창작체험관 등을 갖추고 있다. 7천200권 이상의 만화책과 웹툰 자료를 통해 누구나 웹툰을 그리고, 보고, 배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상주시는 이 같은 만화산업 인프라를 통해 상상의 세계와 현실의 공간을 연결해 나가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지난해 10월 상주시립도서관에서 개최한 '2024 상주 만화·웹툰 페스티벌'이다. 웹툰 전문 드로잉 기기 및 프로그램을 직접 사용해 그림을 그리는 체험부터 야외 만화영화관, 이종범·오세형 작가와의 만남 등 웹툰 마니아들을 설레게 한 알찬 프로그램으로 이틀간 누적 방문인원이 2천373명으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특히 전국의 중·고등학생들이 참여하는 경연대회인 '제1회 천하제일 웹툰왕전'은 미래의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꿈의 기회가 되어 주었다. '모자'를 주제로 한 1차 예선에서 27개 지역 52팀 82명이 접수해 본선 진출 24팀 40명이 선정되고, '상상'을 주제로 한 2차 본선을 거쳐 대상 포함 7팀의 수상작이 선정되었다. 참가자들은 대회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상상을 펼치고, 팀워크를 느끼는 계기가 되었으며, 상주를 재미있는 도시로 여기게 되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2025 상주만화·웹툰 페스티벌은 오는 5월17·18일 이틀간 상주시립도서관 및 상주시민문화공원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웹툰작가 초청 북콘서트, 웹툰 전시회 및 작은 만화영화관, 야외 만화도서관 등을 운영해 가족 단위의 관광객들에게 만화와 웹툰의 매력과 추억을 선사한다.
더불어 전국단위의 경연대회인 '제2회 천하제일 웹툰왕전'도 펼쳐진다. 1차 예선 공모전 접수기간은 오는 18일까지이며 예선 심사는 4월 넷째 주에 진행 예정이다. 심사 이후 결정된 본선 진출자들은 5월17일에 2차 본선 현장 경연대회에 참가하게 된다. 1차 예선의 주제는 상주의 대표 키워드 중 하나인 '자전거'로, 자세한 내용은 상주시립도서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예선을 통과해 본선에 진출한 24개의 작품은 모두 도서관 내 전시 공간에 특별전시 될 예정이다. 만화 콘텐츠의 도시로서 그 위상을 쌓아가고 있는 상주의 5월이 기대된다.
![]() |
상주시립도서관은 만화와 웹툰을 활용한 콘텐츠가 상주를 통해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건립된 경북 최대규모의 만화특화도서관이다. |
![]() |
상주시립도서관 전경. |
만화와 함께 주목되는 콘텐츠 산업 중 하나로 캐릭터를 빼놓을 수 없다. 잘 만든 캐릭터는 지역경제를 살린다. 일본 구마모토현의 '쿠마몬'은 2010년 3월 탄생한 이후, 2021년까지 캐릭터를 활용한 판매액 누계가 10조원을 넘어서며 지역을 살리는 주요 산업으로 떠올랐다. 캐릭터였던 '쿠마몬'은 만화로 제작되면서 부가가치를 높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지역마다 캐릭터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상주시도 대표 캐릭터인 '도리와 수니'를 통해 상주의 이미지를 알리는 중인데, 2020년 상주시 SNS홍보팀 공채로 입사한 '도리와 수니'는 상주의 대표 특산물인 감을 형상화한 캐릭터다. '도리와 수니'는 '감돌이'와 '감순이'에서 따온 이름이다. 상주시는 '도리와 수니'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시정과 행사를 홍보하고, 애니메이션 제작뿐만 아니라 이모티콘 출시 및 무료 배포를 통해 시민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서는 노력을 해왔다.
이 같은 다양한 콘텐츠 홍보는 축제의 성과와도 연결되었다. 2025년 1월 열린 상주곶감축제의 방문객은 11만1천여명으로 전년 대비 51.5%가 증가하면서 약 86억원의 경제파급효과까지 낳았다. 적극적인 홍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상주곶감축제 홍보 콘텐츠 중 많은 관심을 받은 캐릭터가 하나 더 있으니 바로 '도리와 수니'와도 교감을 하는 '곧감맨'이다. 상주곶감축제 홍보 콘텐츠로 개그맨 이수지와 곧감맨이 함께 출연한 '곧감맨은 SOLO' '상주곶감축제 홍보 대작전' 등은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곧감맨은 시민들과 좀 더 친근하고 유쾌한 소통이 필요했던 상주시청 공보감사실 공무원들이 직접 기획하고, 출연까지 한 지역 홍보 콘텐츠로 상주시청의 주무관이 외계 곶감에게 물려 곧감맨이 되고, 민원인과 축제 현장을 직접 찾아다니며 소통한다는 콘셉트를 가지고 있다. B급 감성의 유쾌함이 포인트인데 공무원들의 코믹 연기가 보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그렇다면 곧감맨의 캐릭터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지역특산물인 곶감에 착안한 아이디어로 곶감은 말랑하고 달콤하여 마치 행정과 시민 사이를 부드럽게 이어주는 존재와 같다는 점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유튜브에서만 있고 싶던 곧감맨, 행사장 어디든 곧 감!'을 모토로 유튜브와 인스타툰을 넘나들며 상주시정의 변화를 상징하는 동시에, '시민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행정'을 향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곧감맨을 담당하고 있는 상주시청의 전장훈 주무관은 "곶감처럼 오래도록, 변치 않는 소통을 해 나가겠다"며 "앞으로도 SNS는 물론 유튜브, 오프라인 이벤트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활약을 이어갈 예정이고, 특히 주민참여형 콘텐츠를 통해 상주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곧감맨으로 성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SNS를 통해 찾거나 관광을 위해 직접 찾거나, 누구나 상주와 함께라면 재미있는 스토리와 행복한 체험을 누릴 수 있도록 지역만의 특색 있는 콘텐츠를 쌓아나가고 있는 상주. 상주시가 시민과 더 가까워지기 위해 딱딱함을 내려놓고, 신선함과 친근함을 콘텐츠에 담으면서 더욱 활력 있는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 상주시만의 색이 담긴 콘텐츠로 역동적인 도시 브랜딩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글=박성미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 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