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부터 양식 돌입해 2027년 1천t 출하 목표
“장기면 일대 스마트 양식 성공 모델로 키울 것”
포항시 남구 장기면 스마트양식 클러스터 조성 사업 현장. 포항시 제공
경북 포항시 남구 장기면 금곡리 일대, 탁 트인 논밭 너머로 거대한 은색 원통형 구조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공사장 입구에는 대형 굴착기가 쉴 새 없이 토사를 실어 나르고, 인부들은 격자무늬로 촘촘하게 엮인 철근 위에서 기초 콘크리트 타설 준비에 한창이다. 이곳은 수입산 대서양 연어를 국산화하기 위한 '포항 스마트양식 클러스터' 조성 현장이다. 2024년 기준 국내 연어 소비량 7만 톤 중 95%가 노르웨이 등에서 수입되고 있다.
현재 이 사업의 핵심인 테스트베드(실증단지) 공정률은 40%를 넘어섰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지상으로 드러난 대형 순환여과수조들이다. 해수를 끌어와 정화한 뒤 재사용하는 이 시설은 냉수성 어종인 연어 사육의 핵심 공정이다. 현장 관계자는 "이미 취·배수 관로 공사를 마치고 수조 본체 조립 단계에 들어섰다"며 "올해 말 준공되면 내년 초부터는 노르웨이 등지에서 들여온 연어 수정란(발안란)이 이곳에 채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만난 인근 주민들의 반응은 기대와 신중함이 교차한다. 장기면에서 30년째 살고 있다는 김 진욱(67)씨는 "예전엔 이 근처가 다 논이었는데, 집채만 한 수조들이 들어서는 걸 보니 동네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며 "연어가 진짜로 여기서 자라나면 일자리도 생기고 젊은 사람들도 좀 들어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포항시는 이번 클러스터 조성을 통해 약 800여 명의 신규 고용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해외 자본 움직임도 현장의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지난 2일에는 세계적 연어 기업인 노르웨이 '닐스윌릭슨(Nils Williksen)' 관계자들이 이곳을 찾았다. 연간 3만 2천 톤의 연어를 생산하는 기업 임직원들이 아직 골조가 올라가는 중인 한국의 시골 마을을 방문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들은 포항의 차가운 해수 자원과 IT 기반의 양식 제어 시스템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약 19만 5천570㎡ 규모로 축구장 27개 크기에 조성될 배후 부지는 현재 환경·교통·재해 영향평가 절차를 밟고 있다. 민간 기업들이 입주해 시범 양식을 진행할 이 공간까지 완공되는 시점은 2027년이다. 테스트베드에서 검증된 기술이 배후 부지의 대규모 양식장으로 전파되면, 연간 1천 톤 규모의 '포항산 대서양 연어'가 본격적으로 출하된다. 내년 포항 장기면 들녘은 더 이상 벼 이삭이 아닌 은빛 연어가 자라는 첨단 수산 기지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전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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