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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 받았으니 나도”…폐지 줍는 70대, 산불 성금 기부

2025-04-15

기초생활수급자 어르신 3~4개월 모은 10만3830원
“나라에서 혜택 받은 만큼 어려운 이웃 돕고 싶었다”
익명 주민도 30만원 동참…‘작은 나눔’ 선행 릴레이

익명의 어르신이 폐지를 팔아 모은 돈 10만3천830원을 산불 이재민을 위해 기탁했다. <경주시 제공>

익명의 어르신이 폐지를 팔아 모은 돈 10만3천830원을 산불 이재민을 위해 기탁했다. <경주시 제공>

경북 경주시 성건동의 한 고물상 앞. 낡은 유모차에 폐지를 가득 실은 어르신들이 줄을 잇는다. 4월 현재 고물상에서 매입하는 폐지 가격은 1㎏당 80원 안팎이다. 성건동 골목에서 매일 3~4시간씩 손수레를 끄는 70대 기초생활수급자 A씨가 이웃을 돕기 위해 모은 돈은 10만3천830원. 이 돈을 모으기 위해선 몇 날 며칠을 쉼없이 찾아다니며 폐지 1.3t을 수거해야 한다.


지난 11일 오후, 성건동행정복지센터 민원실로 들어선 A씨의 손에는 흙먼지가 묻은 비닐봉지가 들려 있었다. 그가 창구에 내려놓은 봉투 안에는 서너 달 동안 시장통과 골목을 누비며 모은 지폐와 동전이 섞여 있었다. 최근 영남 지역을 휩쓴 대형 산불로 집을 잃은 이재민들을 위해 내놓은 성금이다.


A씨는 당뇨와 혈관질환으로 거동이 불편한 홀몸 어르신이다. "매달 국가에서 나오는 수급비로 생계를 이어간다"고 한 그는 "나라의 도움을 받고 사니 나도 갚아야 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한다. 현장에서 만난 한 인근 주민(70대·수급자)은 "저 양반은 몸도 안 좋은데 새벽마다 박스를 주우러 다닌다"며 "본인 먹을 것도 아껴가며 적십자에 매달 돈을 보내는 걸로 안다"고 전했다. 실제로 A씨는 수 년간 매달 2만 원씩 정기 후원을 하고 있다.


기부의 계기는 TV 뉴스였다. 산불로 잿더미가 된 집 앞에서 오열하는 이재민들의 모습이 수급자의 처지에서도 남 일 같지가 않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센터 직원에게 "내가 직접 모은 이 작은 돈이 꼭 필요한 곳에 쓰였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기고 다시 골목으로 향했다.


이 같은 소식은 성건동 주민들 사이에 조용히 확산됐다. 사흘 뒤인 15일 오전에는 또 다른 익명의 주민이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30만 원을 기탁했다. 그는 "어르신 기사 소식을 듣고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 찾아왔다"며 신원 확인과 사진 촬영을 완곡히 거절하고 자리를 떴다. 수혜자가 기부자가 되고, 그 온기가 다시 지역 사회의 동참을 끌어내는 '나눔의 연쇄 반응'이 일어난 셈이다.


성건동행정복지센터 측은 "수급자 어르신의 기부는 액수를 떠나 행정 서비스의 수혜자가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로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날 접수된 성금은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산불 피해 복구 기금으로 전액 사용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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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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