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점마다 긴 줄 이어져…재고 소진에 발길 돌려
28일부터 무상 교체 시작하지만 큰 혼란 예고
대구 수성구 한 SKT 매장 앞에 유심을 교체하려는 가입자들이 줄을 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대구 수성구에 사는 직장인 김인희(34)씨는 주말인 지난 26일 오전 유심(USIM·가입자식별장치)을 교체하기 위해 SK텔레콤 매장을 찾았다가 허탕을 쳤다. 집 근처 대리점에 도착하자마자 "유심이 모두 떨어졌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김씨는 "직장인 입장에선 주말 하루를 완전히 버린 셈"이라며 "돈을 주고 사겠다고 해도 구하기 힘든데, 공짜로 준다는 28일부터는 대리점마다 아수라장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같은 날 중학생 아들과 함께 유심을 바꾸러 나선 주부 박지예(48)씨도 빈손으로 돌아갔다. 박씨는 "매장에서 지금 당장은 교체가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며 "아이도 계속 불안해해서 얼른 바꾸려고 나왔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 사태 여파로 지난 주말 SKT 대리점마다 혼란이 이어졌다. 유심 교체를 원하는 이용자들이 대거 몰렸지만, 준비된 물량이 부족해 허탕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유출에서는 고객 고유식별번호 등 민감한 정보까지 빠져나간 정황이 확인되면서 이용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SK텔레콤은 28일부터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유심을 무료로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불안감을 느낀 이용자의 대리점 발길을 막지 못했고, 주말 대리점마다 긴 줄이 이어졌다. 대기 시간이 길어지거나 재고가 부족해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속출했다. 평소 하루 1천 건 안팎이던 유심 교체 수요가 이번 사태로 수만 건으로 치솟자 대리점이 이를 감당하지 못한 것이다.
혼란이 커지자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반나절 기다려 겨우 교체했다" "전화도 안 받는 매장이 많다"는 글 등이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피해자인 우리가 왜 직접 매장을 찾아야 하느냐" "택배로 유심을 보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등 성토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부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27일 "과기정통부는 유심보호서비스 가입, 유심 교체 등 SKT의 후속조치 적정성을 면밀히 점검하는 한편, 과기정통부를 중심으로 방송통신위원회, 개인정보위원회 등 관계부처는 조속히 국민 불편 해소에 전력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윤정혜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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