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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타워] 권한대행(權限代行)의 전성시대

2025-05-15
마차훈

마창훈

대한민국에 바야흐로 '권한대행(權限代行)의 전성시대'가 도래했다.

어떤 권한이나 직무를 대신하는 사람을 일컫는 권한대행. 그 시작은 보수를 자처하는 정당에서 배출한 대통령이 임기 중 파면을 당하는 초유의 사태에서 비롯됐다.

문제는 이 정당이 배출한 대통령 가운데 2명이 같은 전철을 밟았다는 사실이다. 흔히 이해하고 넘어갈 수준을 넘어, 국가수반인 대통령을 두 번씩이나 파면당하게 만든 비정상적인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그저 황망할 따름이다.

삼척동자(三尺童子)도 큰 실수를 해 야단을 맞으면, 그다음은 조심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한 국가의 수권을 논하는 거대 정당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반복됐다.

더 어이가 없는 것은 대통령 파면으로 권한을 대행하던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대선 출마를 이유로 직을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였다는 사실이다. 그 덕분(?)에 대한민국 국민은 권한대행의 직을 대행하는 '권한대행'이 등장하는 기막힌 현실과 마주하게 됐다.

이 와중에 대구시와 경북도마저 권한대행 체제에 동참했다. 윤석열 씨 파면으로 빚어진 조기 대선의 후보 경선을 앞두고 홍준표 대구시장은 사퇴했고,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휴가를 내면서 빚어진 일이다. 그 바람에 TK를 양분하는 두 광역단체 주민은 권한대행 체제라는 날벼락을 맞았다.

이뿐 아니다. 김천시장과 영주시장 역시 선거법 위반으로 실형이 확정된 탓에 일찌감치 권한대행이 시정을 이끌었거나 이끌고 있다. TK에 권한대행의 전성시대가 활짝 열린 셈이다. 이에 따른 불이익은 오롯이 유권자의 몫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 대구와 경북은 미래 천년을 책임질 'TK신공항 건설'과 '대구군부대 이전'이라는 거대 국책사업이 첫 삽을 뜰 날을 기대하고 있다.

아마도 홍 전 대구시장과 이 도지사는 지난 선거 당시 자신을 일컬어 “지역 발전의 최적임자로 당선만 되면 분골쇄신하겠다"는 견해를 지역민에게 목 놓아 울부짖었을 것이다. 그런데 임기도 끝나지 않은 이들이 다른 밥상에 기웃거리는 것 정도로는 성에 차지 않았던 듯, 시장과 도지사라는 직책을 초개처럼 여기며 경선에 뛰어들었다. 모든 역량을 사업비 확보와 관련 법령 마련에 쏟아부어도 모자랄 판국에 말이다.

더구나 이철우 도지사는 경북 북부 중동부 전역을 휩쓸고 지나간 산불의 여파로 신음하는 와중에 과감히(?) 휴가를 내고 경선에 뛰어들었다. 그 탓에 이 도지사를 향한 시선은 그렇게 곱지만은 않다. 지역 정서를 기반으로 한 정당 출신 선출직이었기에 망정이지, 다른 당 출신이거나 '늘공(직업 공무원)'이었다면 언감생심 꿈이라도 꿀 수 있었을까 싶다.

각설하고 어쩌다 TK는 대통령과 대구시장, 경북도지사도 모자라 김천과 영주시장에 이르기까지 모두 권한대행이 차지하는 현실을 보게 됐을까.

또 4년간 임기를 보장하면서 지역을 위해 모든 힘을 쏟아부어도 모자랄 판국에, 유권자들은 안중에도 없는 듯 틈만 나면 더 큰 밥상에 보란 듯이 기웃거리는 이들의 자신감(?)은 어디에서 출발하는 것일까.

“우리가 남이가"를 외치며 '친구 따라 거름을 지고 장에 가듯' 그렇게 행사한 내 한 표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그도 아니라면 인물에 대한 검증이나, 정당이 표방하는 정책에는 무관심한 채 오로지 지역 정서를 기반으로 하는 정당 출신만 맹목적으로 고집했던 했던 탓은 아닐까. 오늘은 그냥 궁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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