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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관 중부지역본부장 |
2022년 3월10일 낙선한 이재명 대통령 후보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한 말이다. 대한민국 21대 이재명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는 오늘, 이를 다시 상기시키는 이유는 그가 윤석열처럼 '실패한 대통령'이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대통령이 재직 중 헌법을 준수하지 않으면 온 국민이 고달파진다는 경험을 우리는 2천년대 들어 두 번씩이나 체득했다. 추운 겨울 차디찬 아스팔트에서 눈을 맞으며 밤을 새워야 했고, 마음을 졸이며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지켜봐야 했다. 공포와 분노, 우울과 좌절, 무력감과 불면을 겪으며 장장 6개월을 버텼다.
윤 정권이 붕괴된 직접적 이유는 불법적 12·3 친위쿠데타였지만, 임기 내내 보여준 오만과 불통이 큰 몫을 차지했다. 그것을 야당 탓이라고 둘러댔지만, '정치력 부재'만 증명했을 뿐이었다. '3년은 너무 길다'고 한 조국의 말이 비수가 돼버렸을까. 윤석열은 공정과 상식, 자유를 강조하며 '마초다움'을 뽐냈지만, 그의 어퍼컷은 결국 자신의 턱을 향하고야 말았다. 그 결과 민생과 경제는 파탄 났고, 안보는 풍전등화가 됐다. 민주주의는 훼손됐고, 권위주의가 다시 등장했으며, 국격은 한없이 추락했다. 이 대통령이 윤 정권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성공한 대통령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몇 가지를 주문한다. 먼저 소통과 경청, 통합과 협치의 대통령이 돼 달라. 민주공화국의 주체인 국민과 늘 소통하고, 언론의 질책도 달게 수용할 줄 알아야 한다. 야당과의 대화를 꺼리지 말라. '대화가 곧 사랑'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말이 있듯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상대를 존중해야 한다. 막히면 설득하고, 또 설득하되 안 되면 타협하고 양보하고 인내하라. 다만, 나라와 민족의 미래를 위해 옳고 바른 길이라면 주저하지 말라.
둘째, 법 위에 군림하지 않고 국민을 섬기는 공의로운 대통령이 돼 달라.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를 늘 되새겨야 한다. 민주적 절차에 따라 뽑힌 시민의 대표에게 총을 겨누고 민주주의를 겁박한 세력에겐 징벌적 처벌이 불가피하다. 헌법 정신과 그 질서를 파괴한 자들과 비호 세력을 엄중히 사법적으로 응징하되 보복은 하지 말라. 다시는 군이 정치에 개입하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재정비하라.
셋째, 사실에 근거해 진리를 추구하는 실사구시(實事求是)의 대통령이 돼 달라. 스스로도 이념에 앞서 '먹사니즘'을 강조했다. 좌파도 우파도 아닌 '실력파'라고 한 이 대통령의 발언은 DJ의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과도 맥락이 닿아 있다. 나락으로 떨어진 경제와 민생을 회생시켜 다시 선진국 반열에 올려달라.
넷째, 옛것을 바탕으로 새것을 창조하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대통령이 돼 달라. 남북 간 화평일통은커녕 그의 말대로 언제 전쟁이 나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위험에 노출된 나라가 돼 버렸다. 이는 편중외교 탓이다. 북·미 간 중재역할을 재개하고 '평화가 경제'라는 공약을 실천하길 바란다. 당장 미국과의 관세전쟁에도 승리하길 기대한다.
다섯째, '혁명정신을 가진 변방의 아웃사이더' 출신으로서 지방 소멸과 저출생을 극복하고 분권과 자치 실현에 매진하는 대통령이 돼 달라. 이는 국가의 존망이 달린 문제다. 특히, 수도권 집중과 지방 소외를 혁파할 정책을 수립하고 펼쳐 문화강국, 복지 대한민국을 만들어 달라.
박진관 중부지역본부장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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