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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웅기자〈사회1팀〉 |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선거운동차 지난 1일 동대구역을 깜짝 방문했다. 대구는 한국 산업화 시기 정부가 영남지역에 자원을 '몰빵'한 덕분에 급격히 발전했지만, 이후 보수정권의 외면으로 성장과 변화를 멈춘 상태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역론과 색깔론, 편 가르기를 버리고 '실력 있는 쪽'을 지지해야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 바뀌어요.” 이번 대통령 선거 기간 대구 길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이 더러 내놓은 목소리다. 여기엔 두 가지 서로 다른 의미가 담겨 있다.
한 중년 여성은 “대구 사람들은 바뀌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내란이니 탄핵이니 큰일을 겪어도 여기 사람들은 빨간색이면 찍는다. 이번에 주위 사람들과 이야기해봐도 '파란색은 결코 안 된다'는 사람들이 그대로 있더라”고 했다.
반면, 한 중년 남성은 “민주당은 바뀌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보수정권에 실망한 건 사실이지만 민주당이 그간 대구에서 한 게 있나. 이번 대선 공약에도 특별한 공약은 없던데, 민주당 찍는다고 대구가 나아지겠냐”라고 했다.
그들에게 '왜'라고 질문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바뀔 수 있느냐'도 물어봤다. 누군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이유도, 방법도 없다고 했다.
일부는 실마리를 제시했다. 특히 “더 얻고 싶은 게 아니라, 잃는 게 싫은 것”이라던 한 유권자 말이 최근 취재한 '새 정부가 들어서면 국가AI컴퓨팅센터는 광주로 간다'는 평가가 대구에서 당연한 듯 퍼진 상황과 오버랩됐다. 상대를 믿으면 손해 볼 게 명백하다는 두려움이다.
이번 대선에서 대구는 이재명 대통령에게 23%의 지지를 보냈다. 20대 대선(21%)보다 소폭 올랐다. 이 대통령 고향인 경북도 23%→25%로 2%포인트 상승했다. 이런 결과를 놓고 온라인에선 '안 바뀔 줄 알았다'며 혐오와 조롱이 이어졌다. 새 정부는 '대구경북이 찍어준 만큼'만 해주면 된다는 지역론, 색깔론, 편 가르기가 또 고개를 빳빳하게 들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4일 취임선서에서 균형발전, 공정 성장 전략, 공정사회로 나아간다면 '모두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이번 대선에서 누구를 지지했든 크게 통합하고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말뿐인 '모두'는 변화를 끌어내지 못할 것이다. '실력 있는 쪽'을 밀어주면 대구도 성장할 수 있다던 약속은 실력을 보여줘야만 성립할 수 있다. 내년 6월3일엔 지방선거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이 대구에 그 실력을 보여준다면 모두 함께 잘사는 나라, 모두의 대통령이란 변화를 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최시웅기자〈사회1팀〉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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