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5 전쟁 당시 국제연합 한국위원단 인도 대표로 활동 중 순직한 나야(M. K. Unni Nayar) 대령의 딸 파바시 모한(Parvathi Mohan)이 영남일보와 인터뷰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6.25 전쟁 당시 국제연합 한국위원단 인도 대표로 활동 중 순직한 나야(M. K. Unni Nayar) 대령의 딸 파바시 모한(Parvathi Mohan)이 영남일보와 인터뷰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고(故) 우니 나야 대령은 1950년 8월12일 경북 칠곡에서 벌어진 낙동강 전투에서 지뢰 폭발로 목숨을 잃었다. 6·25전쟁 때 국제연합한국위원단 인도 대표로 참전했다가 전사했다. 고국 인도에 결혼한 지 3년 된 아내 비말라 나야 여사와 두살배기 딸 파바시 모한을 남겨둔 채였다. 숭고한 희생정신을 보여준 나야 대령은 당시 고국으로의 송환이 어려웠던 탓에 수성구 범어동의 한 산기슭에 안치됐다. 같은 해 12월 조재천 당시 경북도지사가 성금을 모아 기념비를 세웠다. 2003년엔 국가보훈처의 국가현충시설 지정을 받았다.
대구 수성구청은 제70주년 현충일을 기념해 나야 대령의 딸 파바시 모한 박사를 초청했다. 2012년 '남편 옆에 묻히고 싶다'는 나야 대령의 아내 비말라 나야 여사의 유언에 따라 나야 대령 기념비 곁에 안장한 영현 안장식 후 13년 만이다.
5일 나야 대령 추모 음악회가 열린 수성아트피아에서 영남일보 취재진과 만난 모한 박사는 어머니와의 마지막 인사를 한 이후 오랜만에 대구를 방문했다며 감격스러워했다.
모한 박사는 "어머니를 아버지 기념비 옆에 모시기 위해 왔던 2012년엔 사실 어떠한 기대도 없이 방문했다. 당시 폭우 속에서 안장식을 했는데, 많은 준비를 해준 대구 분들에게 큰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방문은 더욱 더 감격적이다"며 "5년 전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났다. 이젠 아버지를 잃은 채 가족을 돌본 어머니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30대 어린 나이에, 지금보다 더 각박한 세상을 버틴 어머니가 존경스럽다"고 했다.
어머니에게 전해들은 아버지 이야기도 소개했다. 미국에서의 안정적인 삶을 마다하고 머나먼 이국땅 전쟁터로 떠나 희생된 아버지가 원망스러울 법도 하지만 모한 박사는 그렇지 않았다. 아버지를 '반짝이던 눈빛'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6·25전쟁이 일어났을 때쯤 우리 가족은 주미 인도 대사관 공보관인 아버지를 따라 워싱턴D.C에 살고 있었다. 어느 날 퇴근한 아버지 눈빛이 굉장히 반짝거려서 어머니가 '무슨 일 있냐' 물었다고 한다. 그러자 아버지가 대뜸 '한국으로 가겠다'고 결의에 찬 목소리로 답했다고 한다"고 했다.
이어 "어머니는 아버지가 매우 헌신적인 분이었다고 항상 말했다. 그래서인지 전쟁터로 가겠다는 아버지 말이 두려웠지만, 도저히 말릴 수 없었다고 했다. 내가 그리는 아버지 모습은 그날 밤의 반짝이던 그 눈빛이다"고 덧붙였다.
나야 대령이 숭고한 희생정신을 보인 지가 벌써 60여년이 지났지만, 세상은 여전히 전쟁으로 가득하다. 모한 박사는 "이제 우리 세상에 진정한 평화는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지금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전쟁 소식을 들을 때마다 아버지를 떠올린다. 6·25전쟁에 참전한 아버지의 마음은 어땠을까, 아버지가 겪은 전쟁의 참상은 얼마나 잔혹했을까. 누군가의 아버지, 누군가의 남편을 희생시키는 전쟁이 빨리 끝나고 평화가 안착됐으면 한다"고 했다.
지난 4일 대구에 온 모한 박사는 7일까지 수성구에 머무르면서 아버지 기념비 참배식 등에 참석한다. 6일엔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시구에도 나설 예정이다. 더 많은 시민들에게 '숭고한 희생'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취지다.
김대권 수성구청장은 "호국보훈의 달인 6월이 되면 우리 모두 한번쯤 누군가 목숨을 바쳐 지킨 우리나라에 대해 떠올려 보길 바란다"며 "우리를 위해 희생한 전 세계 곳곳의 은인들을 잊지 않고, 후대에 남기는 것은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우리의 책무이다"고 강조했다.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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