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과정 저급한 계파 공방
자해 수준의 공작만이 난무
실천 없는 말뿐인 반성·자책
국민은 더 이상 속지 않을 것
새 시대 이끌 인적 쇄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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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엽 엘엔피파트너스<주> 대표 |
아울러 이번 대선 캠페인 동안 사력을 다해 최선을 다하신 국민의힘 김문수,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께도 위로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비록 낙선이라는 멍에를 안게 되었지만, 유권자 절반에 가까운 지지를 얻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국민주권정부'에게 편 가르지 않는 국민통합의 정치, 미래세대를 위한 합리적인 실용적 정치를 펼쳐나가 달라는 국민의 요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 대선 과정에서 보여준 국민의힘과 보수정치권의 행보는 그야말로 부끄럽기 짝이 없는 형국이었다. 보수정치의 부끄러운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그들에게는 국민도 지지자도 안중에 없었고 오로지 그들만의 이해관계와 권력욕만이 존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보수후보 단일화 입장 번복에서부터 한밤중의 대통령 후보 교체 해프닝과 당 지도부의 갈팡질팡 리더십 등 선거 패배의 원인을 어디에서부터 찾아야 할지 모를 정도로 지난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보여준 국민의힘의 행태는 직전까지 집권 여당이었다는 사실을 무색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급기야 공식선거운동 첫날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후보 이름이 명기된 유세차도 선거소품도 없이 선거운동 관계자들이 거리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아마도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 역사상 처음 있는 일임이 분명할 것이다.
이렇게까지 국민의힘이, 보수정치가 처참하게 무너진 이유는 무엇일까? 자못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이다. 지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윤석열 대통령 파면 정국에서 두 번째 보수 몰락의 서막 징조가 보이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작금의 비상사태에서 그 누구도 나서서 진정성 있는 자세로 책임지려 하지 않았다. 자해(自害) 수준의 계파 간 공방과 저급한 공작만이 난무했을 뿐이다. 이런 상황을 가만히 지켜봐야만 하는 지지자나 국민의 입장은 안중에도 없는 듯 보였다.
비상계엄에 이은 두 번째 대통령 파면이라는 극도의 위기 상황에서 보수정치권은 무기력하기만 했다. 그렇게도 다선(多選)의 경륜과 정치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던 중진의원들은 과연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물어보고 싶다. 정치적 고비마다 그렇게 써먹던 그 흔한 '차기 총선 불출마'라는 허울뿐인 제스처 한번 취하는 중진들이 없었으니 통탄할 따름이다. 실천 없는 말뿐인 반성과 자책에 이제 우리 국민은 속거나 동요하지 않는다.
소수 야당으로 전락한 국민의힘도 처절하게 변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도 있는 위기에 처해 있음을 직감해야 한다. 이제 국민께 정치교체, 시대교체를 위한 선택을 바랄 것이 아니라, 보수정치 스스로가 새 시대를 이끌어 갈 인물 교체를 위한 혁신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민과 지지자들은 더 이상 기다려 주지 않을 수도 있다.
이주엽 엘엔피파트너스<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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