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50609010000630

영남일보TV

[월요메일] 치과의료는 선택이 아닌 권리이자 사회적 책임이다

2025-06-09
2025051201000085300007101
이원혁 국립치의학연구원 대구유치위원장
이재명 후보가 제21대 대통령선거에서 역대 최다 득표라는 기록과 함께 당선됐다. 치열했던 선거전은 결국 '국가가 책임지는 복지와 공공의료'를 바라는 민심을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됐다. 특히 코로나19와 급속한 고령화 속에서 '아플 때 국민 누구도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이 대통령의 약속은 국민 다수의 지지를 얻었다. 이제 그 약속을 실현할 구체적 실행이 필요하다. 이 대통령은 공공병원 확대, 필수의료 국가책임제, 주치의 제도 도입 등 의료 공공성 강화 방안을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웠다. 방향 자체는 바람직하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전히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분야가 있다. 바로 치과의료다.

치과는 오랫동안 건강보험 보장률이 낮고, 진료비 부담이 커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여겨져 왔다. 특히 저소득층, 장애인, 노인 등 사회적 약자에게는 더욱 먼 존재였다. 그러나 구강 건강은 단순히 치아만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질, 전신 건강, 영양 상태, 심리적 안정과도 직결된 필수적인 건강 요소다. 치과 의료야말로 공공성 회복이 절실한 영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이재명 정부의 보건의료 공약에는 치과 관련 정책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공공병원 확충 구상이 치과까지 포함될 수는 있겠지만, 지금까지 공공의료체계 안에서 치과 진료는 늘 후순위였다.

필수의료 국가책임제 역시 치과계에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치과의사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이미 배출된 인력 중 일부라도 공공 영역에 효과적으로 배치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국가가 제도적 뒷받침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공공치과, 방문치과, 장애인과 노인 전문 진료 분야에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며, 이는 단순한 공급 과잉과는 다른 문제다.

전 국민 주치의 제도 도입 계획 역시 치과 주치의제와 연결돼야 한다. 구강질환은 예방이 가능하고 조기 개입 시 치료비와 건강 부담을 대폭 줄일 수 있는 대표적 질환이다. 이미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 중인 초등학생 치과주치의 사업을 전국 단위로 확대하고, 장애인과 고령층을 위한 구강건강관리 서비스를 제도화해야 한다. 여기에다 고령사회를 대비한 방문진료 및 이동진료 시스템에도 치과가 포함되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병원에 가기 어려운 환자들이 많은데, 이들을 위한 방문 치과진료 체계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수가 현실화와 장비 지원, 전담인력 배치 등 실효성 있는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또한 권역별 응급의료센터에 구강외과를 포함하는 치과 파트가 포함되어야만 한다. 구강악안면외과는 단순한 치과가 아니라 외과와 치과의 경계를 넘나드는 전문 영역으로, 교통사고나 추락사고 등으로 안면부 골절이나 출혈이 발생했을 때 즉각적인 수술적 대응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 권역응급센터 대부분에는 이러한 전문 인력이 배치되지 않아, 실제 응급수술이 필요한 환자들이 치료 시기를 놓치는 일이 빈번하다. 이는 중증외상체계의 구조적 공백이며, 더 이상 국가가 외면해서는 안 될 문제다.

치과의료는 선택이 아닌 권리이며, 개인의 부담이 아닌 사회의 책임이다. 이재명 정부가 진정 아픈 이들을 국가가 책임지는 시스템을 만들고자 한다면, 치과의료 공공성 강화는 더 이상 뒤로 미룰 일이 아니다. 새 정부는 치과의료를 국가의제 안으로 과감히 끌어들이는 용기를 보여야 한다. 그 선택이야말로 국민 건강권 실현을 향한 진정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원혁 국립치의학연구원 대구유치위원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