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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칼럼] 러닝열풍과 다시 뛰는 한국육상

2025-06-10 07:10
이재무 경북스포츠과학센터장

이재무 경북스포츠과학센터장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스포츠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흐름 중 하나는 '러닝'이다. 단순한 유행을 넘어 일상 속 문화로 자리 잡은 러닝은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움직임과 맞물려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가 연일 매진되고, 러닝 크루와 SNS 기반의 커뮤니티 활동도 활발하다.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달리기를 주요 소재로 삼아 사람들의 도전을 조명하며, '달리는 사람'에 대한 사회적 호감도도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육상 종목에 대한 관심도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러닝을 일상 속에서 실천하는 국민이 늘어나면서, 트랙과 필드를 무대로 하는 전문 육상 경기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최근 구미에서 열린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는 한국 육상에 큰 희망을 안겨주었다.


남자 400m 계주 대표팀은 이 대회에서 한국 신기록을 수립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오랜 기간 약세로 분류되었던 한국 단거리 육상이 아시아 정상에 오른 이 장면은 그 자체로 상징성이 컸다. 또한, 한국 육상의 간판스타인 우상혁 선수는 높이뛰기에서 대회 2연패를 달성하며 다시 한번 세계적 수준의 기량을 입증했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인 흐름과는 대조적으로, 최근 국내 대회에서 벌어진 일부 논란은 한국 육상이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를 남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국종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대학부 장거리 경기에서는 출전 선수들이 경기 내내 소극적인 운영을 펼치며, 기록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눈치를 보는 '전략적 조깅'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경기 본연의 긴장감과 경쟁이 사라진 이 장면은 방송 해설자조차 "육상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장면"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가할 정도였다.


이 사례는 단순히 한 경기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한국 육상이 여전히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으며, 일부 종목에서는 기록을 향한 도전보다 결과 중심의 운영이 뿌리내리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경쟁 회피, 무기력한 경기 운영은 선수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제도와 환경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현장의 현실도 녹록지 않다. 유망 선수층이 얇고 경기력 차가 큰 상황에서, 선수들이 무리한 레이스를 피하는 경향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지만, 이를 방치하는 한 육상 종목의 질적 향상은 기대하기 어렵다. 엘리트 체육 중심의 폐쇄적인 구조, 생활체육과의 연계 부족, 과학적 훈련 시스템 미비, 지도자 재교육 기회 부족 등 육상 생태계 전반에 걸친 개선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그렇기에 지금은 단순한 기록 수립이나 메달 획득보다 더 중요한 변화의 시기다. 러닝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국제 대회의 성과는 단지 일회성이 아니라, 육상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


육상은 모든 스포츠의 기초가 되는 종목이다. 달리기 하나로 시작된 작은 열정이 트랙 위에서 세계를 향한 도전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일은 어렵지만 반드시 도전해야 한다. 현재 국민의 러닝에 대한 관심과 세계 무대에서의 선전은 그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체계적인 시스템, 개방적인 구조, 그리고 육상을 스포츠로서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꾸준한 노력이 아닐까 한다. 한국 육상이 지금 이 변화의 물결에 제대로 올라타 국민의 마음을 뛰게하고 감동을 줄 수 있는 스포츠로 거듭날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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