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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구로에서] 까닭있는 사회적 역할

2025-06-11 07:14

한은 기준금리 인하 영향
예적금 금리 줄줄이 내려
대출금리 인하 소식 없이
역대급 이자이익 가능케
강한 사회적 역할 고민해야

윤정혜

윤정혜

지난달 29일 오후 4시쯤이다. 오래전 통장을 개설해뒀던 증권사로부터 문자 메시지 한통을 받은 시간이다. 내용은 이랬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당사 CMA RP(환매조건부채권) 금리가 변경돼 금리는 연 2.25%에서 연 2.00%로 낮아지며, 적용일은 5월 30일부터.


안내 메시지를 받은 5월29일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한 바로 그날이다.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고객에게 이자를 주는 예·적금 수신금리에 즉각 적용된 단적인 예다. 이날 이후 은행의 예·적금 금리 인하 소식과 기준금리(연 2.50%)에 못 미치는 이자를 주는 정기예금 상품이 속출하고 있다는 소식이 줄줄이 들렸다.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정기예금 상품 최고금리(1년 만기 기준)는 현재 연 2.50∼2.85%다. 한달 전인 5월 초 5대 은행의 최고 금리(1년 만기 기준·연 2.58∼3.10%)와 비교하면 상단과 하단 모두 0.08%p, 0.25%p 떨어진 수준이다.


기준금리가 낮아졌으니 그만큼 수신금리도 낮아지는 게 당연하다. 이쯤되니 우리 국민들은 대출금리 인하도 자연스레 기대하게 된다. 은행에 돈을 맡기고 받는 이자 규모가 줄어든 만큼, 돈을 빌리고 내야하는 이자도 줄 것이란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기준금리 인하폭 만큼 대출금리 인하가 이뤄졌다는 소식은 뜸하다. 오히려 대출금리는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가 그 이유다. 국민은행은 지난 4일부터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17%p, 우리은행은 지난달 변동금리형과 5년 주기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06%p 각각 올렸다.


가계대출 옥죄기가 대출금리 인상을 부추기면서 예대금리차를 벌렸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가 지난해 벌어들인 이자이익은 42조원에 달한다. 역대급 이자이익 덕분에 16조원을 넘는 순이익을 거뒀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라는 정부 정책 명분 아래 은행들이 막대한 이자 수익을 낼 수 있었던 까닭이다. 금융권 종사자들은 연말이면 수천만원에서 억대를 넘는 성과급을 나눠가진다. 은행원들의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은 건 이미 오래된 이야기다. 지금같이 정부가 열어준 예대금리차로 얻은 이자수익이 한 몫 단단히 했음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은행은 일반 회사와 달리 공적 성격이 강한 경제주체다. 내부통제를 통해 강한 사회적 책임을 물을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은행 직원들의 횡령이나 대출 사기와 같은 금융사고는 반복된다. 올 들어서만 은행 금융사고 피해액이 857억원을 넘었다. '이자 장사'로 사상 최대 이익을 내고 있는 이때 내부통제 부실로 인한 금융사고에 국민들의 시선이 좋을리 없다.



더구나 지금 우리 경제가 어떤가.경제 곳곳에서 구조조정의 몸부림이 들린다. 국내 2위 철강기업 현대제철이 고강도 구조조정에 들어갔고 한국지엠 역시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이랜드리테일은 비상경영을 선언했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홈플러스의 지역 점포 폐점도 예고되고 있다. 종사자들은 직장을 잃을 처지다. 대구 염색업체들도 침체된 섬유경기를 극복하기 위해 전면적인 인력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30도를 오르내리는 여름의 문턱에서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를 마주하며 시린 여름을 보내야 할 근로자들이 있다. IMF보다 더한 제2의 IMF 위기라는 말이 나올 만큼 자영업자와 노동자들의 고통이 크다. 높아진 대출금리로 인한 이자 부담도 한 몫 거든다. 때마침 취임한 이재명 대통령이 은행의 사회적 역할과 공적 기능을 강조하는 것도 까닭이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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