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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과 창] ‘식사 끝나셨을까요?’와 같은 말투의 불편함

2025-06-25
박정곤 대구행복한미래재단 상임이사

박정곤 대구행복한미래재단 상임이사

'식사 끝나셨을까요?' '디저트는 커피 맞으실까요?'. 요즘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분들을 중심으로 널리 퍼지고 있는 말투입니다. 그런데 이 말투, 자연스럽고 적절한 표현일까요? 널리 쓰인다고 해서 바른 표현은 아닙니다. '-ㄹ까요?'는 상대방의 의사를 묻거나 함께 행동할 것을 제안할 때, 혹은 조심스레 허락을 구할 때 사용하는 표현입니다. '비가 올까요?' '같이 영화 볼까요?' '이 상자 열어볼까요?'처럼 화자의 불확실성과 청자의 반응과 기대를 담을 때 사용하는 어미입니다.


'식사 끝나셨을까요?' 같은 말은 마치 상대가 자리에 없거나, 제3 자에게 묻는 듯한 거리감을 줍니다. 다른 곳에서 식사하는 어떤 사람의 상황에 관해 묻는 것처럼 들립니다. 직접 말을 거는 듯하면서도 정작 청자를 명확히 특정하지 않는 표현입니다. '이 사람이 나에게 하는 말인가?' 하는 혼란을 주는 순간, 말은 틀에 박힌 형식이 되고, 화자의 주체성은 사라집니다. 이는 정중한 표현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은 말하기 방식입니다. 듣는 사람은 오히려 투명 인간이 된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주체 높임 표현을 사용했지만, 정작 청자의 존재는 흐릿하게 만들어버리기 때문입니다. 말하는 사람의 불확실함과 거리 두기가 드러나며, 이는 듣는 사람에게도 어색함과 소외감을 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처럼 어색한 말투가 왜 널리 퍼지게 되었을까요? 고객 응대가 중심인 직군에서 과도하게 정중한 형식을 강조하다 보니, 그 경직된 말투가 일상 언어로까지 번져버린 것입니다. 단정적으로 말하면 불편해할지 걱정되고, 실수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 심리가 반영되어 높임말과 우회 표현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점점 '내가 해를 입지 않을 언어'를 고르게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 언어는, 결국 상대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진심을 전달하지 못합니다.


이러한 표현 방식은 궁극적으로 말하는 사람 자신도 피곤하게 만듭니다. 말에 담긴 책임을 모호하게 만들고, 진심을 표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언어는 상대를 배려하는 도구이기도 하지만, 나 자신의 태도와 감정을 담는 그릇이기도 합니다. 말은 단순히 화자의 의사 표현에 그치지 않고, 그 사람 자체를 드러내기도 합니다. 누구에게, 어떤 태도로 말하느냐는 그 사람의 생각과 관계 맺음의 방식까지 비추어 줍니다. 진심 어린 존중은 형식적인 공손함이나 돌려 말하는 표현이 아니라, 상대를 똑바로 바라보고 직접 전하는 말에서 비롯됩니다. 말의 틀에 갇힌 공손함은 진심을 가릴 수 있습니다. 그런 형식적 공손함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직접 말하는 것이 더 큰 존중입니다. 말투 뒤에 숨기보다, 짧은 진심 한마디가 관계를 더 따뜻하게 만듭니다. '맛있게 드셨습니까?' '디저트로 커피를 드리겠습니다'와 같은 표현이 훨씬 더 명확하고 자연스럽습니다. 진심이 담긴 말은 돌려 말하지 않아도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게 됩니다. 그래서 지금보다 더 솔직하고 직접적인 언어로 서로를 대하면 좋지 않을까요? 이제, 부자연스러운 말투를 돌아보고, 진정한 소통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겉치레가 아닌 진심입니다. 말의 온도는 곧 사람의 온도입니다. 언어가 바뀌면 관계도 달라집니다. 공손한 말투보다 더 중요한 건, 마음을 정확히 전하는 것입니다. 누군가의 하루를 따뜻하게 만드는 건 거창한 말투가 아니라, 진심이 담긴 말 한마디입니다. 그리고 그 따뜻한 변화는, 지금 당신의 말에서 시작됩니다. '영수증 필요하실까요?' 대신 '영수증 드릴까요?'처럼, 직접 말하는 방식을 실천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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