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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힘 ‘사과’와 ‘혁신’ 시동···늦은 만큼 더 빠르고 과감해야 등

2025-09-02

경북 김천 출신인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어제 비대위원장 취임식에서 "12·3 불법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대선 패배에 이르기까지 국민 여러분께 많은 실망을 드렸다"며 "책임을 통감하면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개를 90도로 숙였다. 국민의힘 비주류 일각의 단편적 사과가 없지 않았지만, 기득권 주류의 당 대표가 공식적으로 허리를 굽힌 건 12·3 계엄 후 꼭 7개월 만이다. 늦어도 많이 늦었다.


사과의 진정성은 사과 이후의 태도에 달렸다. 송 비대위원장이 "과오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성찰과 각오를 새기며 다시 시작하겠다"라며 비주류로서 당 혁신을 주창해온 안철수 의원을 혁신위원장에 내정했다. 혁신 실행의 첫 조치로서 인물과 시의(時宜) 모두 적절했다. 안 의원은 혁신위원장 내정 후 "당은 지금 사망선고 직전의 코마 상태다. 악성 종양이 이미 뼈와 골수까지 전이된 말기 환자여서 집도가 필요한데도, 여전히 자연 치유를 믿고 있다"고 비판했다. 당내 저항이 만만찮겠지만, 그의 메스가 보수 정치를 오염시킨 고름과 종기를 적출하는 데 성공하기를 성원해 마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변화와 혁신은 선택이 아니라 존립을 위한 절박하고도 유일한 길이다. 당에 남은 낡은 의식과 관행, 제도와 문화를 모두 벗어던져야 한다. 그러려면 다양한 혁신 인사를 영입하고, 혁신의 속도를 높이면서 획기적이고 포괄적인 조치가 과감히 뒤따라야 한다. 혁신의 기준은 국민 눈높이다. 그래야 국민이 수긍하는 좋은 정치로 보답하는 기회를 다시 얻는다. 이제 시동을 건 국민의힘의 사과와 성찰, 고단한 혁신의 노력이 '승리하는 야당'의 든든한 초석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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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에 인색한 국비 지원, 이래서 행사 잘 치르겠나


넉 달 앞으로 다가온 경주 APEC의 준비가 총체적으로 위태위태하다. 만찬장을 비롯한 주요 시설의 공사 기간도 빠듯한 데다 정부의 국비 지원 미흡으로 지자체가 준비에 애를 먹고 있다. APEC 관련 총사업비 4천98억 원 중 지방비가 2천147억 원으로 전체의 52%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경주시의 부담액만 대략 30%(1천207억 원)에 달한다. APEC이 국가 주도의 대형 국제행사이지만, 지방정부가 사업비의 절반 이상을 떠안는 불합리한 상황이다. 이는 지자체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규모이다.


주낙영 경주시장이 그저께 APEC 현장 점검을 한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국가행사의 품격에 걸맞은 인프라 확충과 운영을 위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호소한 것은 단순히 '국비 더 챙기기' 차원이 아니다. 정부의 현재 지원 수준으로는 응급의료, 도시경관 등 필수 분야에서 APEC에 걸맞은 인프라를 갖추기 어렵다는 절박함의 발로이다. 실제로 응급의료센터 확충과 VIP 병동 신설 등 핵심 사업은 지금까지 정부 지원이 전혀 없었으며, 지자체와 민간이 자체적으로 사업비 92억 원을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다. 더욱이 2차 추경에도 필요한 사업비(232억 원)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 국비 102억 원만 요청한 상태다. 국제행사를 치르고 나면 지자체의 살림이 거덜 날 판이다.


우원식 국회의장과 국회 APEC 특위 위원들은 경주를 찾은 자리에서 공언한 국회 차원의 예산 지원 약속이 빈말이 되지 않도록 실질적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이재명 정부 역시 이번 APEC이 출범 이후 첫 국격(國格)을 건 대형 외교행사인 만큼 그에 상응하는 예산 지원에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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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쿠폰 국비 발행, 지방정부재정 관심 갖는 계기되길


정부가 민생경제 살리기를 위해 추진 중인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전액 국비로 발행키로 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1일 예산결산기금소위와 전체회의를 열고 13조2천억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관련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다. 국비와 지방비 8대2 매칭의 원안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부담요청을 받아 들여 전액 국비로 전환한 것이다. 지자체로서는 한 숨 돌렸으나, 이번 기회가 지방정부의 재정자립도에 대해 돌아보는 계기가 되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기재부 원안이 그대로 확정됐다면 지방정부 전체 부담액은 2조9천억원이며, 이 가운데 대구시가 감담해야 할 금액은 1천300억원 정도다. 대구시는 지방채 발행까지 고려했다. 그러나 이미 발행한 지방채 규모가 2조3천억원이나 되는데다, 채무 비율 19.1%로 광주·서울에 이어 전국 세 번째인 대구시 입장에서는 재정파탄만 앞당기는 꼴이 됐을 것이다. 최근 몇년동안 대구·경북은 극심한 부동산경기침체에 시달리면서 세수가 크게 감소한데다 최근 몇년동안 중앙정부로부터 받는 지방교부세마저 수천억원이나 줄어든 상태다.


7월1일로 지방자치 30년을 맞았으나 이름뿐인 지방자치인 것은 중앙정부의 재정지원없이 지방정부 스스로 자립예산으로 이끌어 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업에서 다시 한 번 지방정부재정 여건이 여실히 드러났다. 2023년 기준 한국의 조세 중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이 무려 74대26이다. 지방자치가 제대로 돌아가는 국가와 비교해서 한참이나 뒤떨어지는 수치다. 지방정부의 재정자립도를 높이지 않고는 제대로된 지방자치를 실현할 수 없다. 이번 일을 계기로 지방재정 자립도를 높이는 논의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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