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대구시장(민선 9기)이 엉망진창이 됐다는 비판을 받아온 대구시 산하 공공기관 개편안을 제시했다. 2022년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효율화를 주장하며 무작정 통폐합했던 문화예술 관련 기관들을 독자성이 겸비된 독립체로 환원하는 것이다. 대구시는 문화예술, 복지와 평생교육, 도시철도 건설 관련 기관들을 제 기능에 맞게 분리하는 조직개편안을 지난 23일 발표했다. 이중 가장 핵심적이고 주목되는 대상은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이다. 4년 전 홍준표 시장이 통합을 강행해 엄청난 논란을 빚었다.
문화예술진흥원은 당시 통합으로 대구문화재단, 오페라하우스, 콘서트하우스, 박물관, 미술관, 관광 분야를 한꺼번에 털어 넣은 공룡 기관이 됐다. 조직 구성원들도 각기 다른 분야 출신으로 이질감을 극대화하면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번에 다시 고유의 특성을 갖춘 4개 조직으로 사실상 환원한다. 대구문화재단을 복원해 문화단체와 예술인 지원, 문화예술회관 및 박물관 운영을 맡긴다. 오페라하우스와 콘서트하우스를 관장할 공연 전문 재단도 설립한다.
특히 반가운 대목은 미술관과 관광 조직을 독립시킨다는 점이다. 대구미술관은 시(市)가 직접 관할하는 사업소로 개편했다. 미술관은 근년 들어 '문화도시 대구'의 얼굴이 되고 있다. 앞으로 전문인력을 충실히 보강하고, 간송미술관처럼 영역을 확장해야 한다. 흡수통합으로 거의 사멸 직전이던 관광 분야가 관광재단으로 재탄생하는 점도 고무적이다. 지난 4년간 대구의 관광산업은 정책 동력이 사라지면서 침체일로를 겪었다. 앞으로 국제공항 노선, 의료, 전시컨벤션, 스포츠, 미술관, 도심 근대골목과 연계해 관광진흥을 도모할 것으로 기대된다.
행정조직은 시대 변화에 발맞춰 통합과 분할을 반복할 수 있다. 조직의 진화를 위해서는 당연한 조치다. 반면 정책결정권자가 아집이나 편견을 개혁이란 이름으로 포장해 조직을 마구 흔들 때는 부작용이 속출한다. 작금의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이 그랬다. 도시문화와 다양한 예술분야를 강압해 한 조직으로 묶음으로써 내부 균열만 극대화됐다. 통합된 문화예술진흥원은 대구시의 문화관광국(局)과 중첩되는 비효율만 노정(露呈)했다. 미술, 음악, 공연, 전시 등 개성을 발휘해야 할 영역이 조직의 비대화에 파묻혀버렸다.
광역지방정부는 중앙정부 전체의 대칭점에 선 축소판이다. 규모는 비견할 수 없다 해도, 그 기능과 역할은 촘촘하고 방대하다. 추경호 대구시장 체제가 산하 공공기관의 재건과 정비에 손을 댄 것은 당연하고도 바람직하다. 특히 AI 정보화 시대의 요소를 관찰하면서 예술과 대중문화 소비의 트렌드를 잘 포착해 대구 문화산업의 융성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다만 분리 시행기간을 1년으로 잡은 점은 다소 더딘 느낌이다. 속도감을 내주길 주문한다.
논설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