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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 여당과 개미투자자의 주식시장은 다른가 등

2025-08-07 07:58

현직 국회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휴대전화로 주식거래를 했다. 고개를 숙인 채 주식을 5주씩 분할거래하고 실시간 호가를 확인하거나 정정주문을 낸 사람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던 더불어민주당 이춘석 의원이다. 사용 계좌도 보좌관 이름이라 차명거래했을 가능성이 크다. 금융실명법을 위반한 범법행위다. 그는 또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 경제2분과장으로 내부자 거래를 시도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코스피 5000 시대' 대선 공약을 내세운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고, 취임 이후 지수는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연일 최고치를 갱신하기도 했다. 개미투자자들이 "이제는 미장보다 국장"이라며 반기던 시점에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을 기존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춘다는 세제개편안이 흘러나왔다. 지난 1일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개미들은 여름휴가비를 몽땅 털렸다. 현실과 동떨어진 개편안이라는 개미들의 아우성과 달리 여당에서는 "여론에 흔들려 정부안을 쉽게 바꾸면 안 된다"며 조정이나 철회 움직임이 없다.


이러다 보니 대통령의 '코스피 5000'을 보는 눈길이 곱지 않다. "주식투자를 통해 중간배당도 받고 생활비도 벌 수 있게 만들자"는 말과 세제개편이란 행동이 개미들에겐 언행불일치로 보인다. '주식시장에서 장난치다가는 패가망신한다는 걸 보여주겠다'는 언급도 이 의원으로 인해 공언(空言)이 됐다. "대통령 말을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여당 법사위원장이 차명거래를 했을까"라는게 개미들 생각이다. 대통령은 땅에 떨어진 주식시장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해 강력한 메시지를 내놓아야 한다.



◈ 포토라인에 선 전 영부인…보는 국민은 참담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씨가 어제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조사를 받기 위해 전·현직 영부인중 처음으로 수사기관에 공개 소환됐다. 김씨는 포토라인에 서서 "저같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이 구속된 상태에서 부인까지 특검 조사를 받으러 출두한 모습을 보는 국민들의 심경은 착잡하다. 윤석열 정부의 몰락은 김 씨에 수사를 막기 위한 것에서 시작됐다고 할 수도 있다. 진작 '아무 것도 아닌 사람'처럼 처신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텐데 안타깝다.


김씨가 받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정치브로커 명태균 씨와 관련한 공천 개입, 양평고속도로 노선변경 의혹 등 무려 16개에 이른다. 윤 전 대통령 재임중에 벌어진 일이거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처럼 재임중 검찰 수사에서는 무혐의 처분받은 것에 대한 재수사다. 특검이 해야 할 일이 16개 의혹에 대한 실체를 밝히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 재임시절 각종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는 김씨 앞에서 멈춰섰다. 특검은 윤석열 정부 검찰이 봐주기 수사를 한 것은 아니었는지 투명하게 조사해야 한다. 그렇다고 혐의를 무작정 유죄로 전제한 수사도 자제해야 할 것이다.


김 씨에 대한 특검 수사는 우리 헌법의 핵심 가치인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법 앞의 평등은 권력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한결 같아야 한다. 특검은 대통령 가족이 범죄를 저지르면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를 반면교사로 삼길 바란다.



◈ 가덕도 신공항 논란, 국토부 공항정책의 과오는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여권 출신 인사가 애초부터 되지도 않을 사업이었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노기태 전 부산 강서구청장은 최근 "가덕도 신공항은 부적절한 곳에 계획된 사업으로 정치논리에 따라 건설이 결정됐다"며 지금이라도 철회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바다를 메워 활주로를 까는 방식에다 천문학적인 매립 비용으로 치명적 결함이 있는데도 정치적 이해가 얽히면서 밀어붙인 사업이라는 비판이다. 가덕도 신공항은 20여년간 대구경북신공항 건설과 경쟁했던 SOC 사업이다.


가덕도는 2006년부터 동남권신공항 부지의 하나로 제시됐지만 용역 결과에서 공항입지가 아니다는 판정이 되풀이 됐다. 특히 2016년 박근혜 정부가 파리공항공단을 통해 실시한 용역에서는 가덕도와 밀양이 탈락되고,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났다. 밀양 신공항은 대구경북에서 지지했던 입지라 지역민의 아쉬움이 컸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뒤 2021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특별법을 제정하면서 가덕도가 다시 살아나고 일사천리로 건설이 확정됐다. 사안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현대건설이 난공사와 공사비를 이유로 건설을 포기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가덕도 신공항이 논의되자 국토부 내에서는 불가능한 사안이 다시 시작됐다며 후폭풍을 우려하는 기류마저 감지된 바 있다. 결과적으로 국토부가 국가 핵심 SOC 사업을 놓고 정치적 입김을 차단하고 객관적 용역과 검증으로 사업의 방향을 바로 잡지 못했기에 이지경에 이른 것이다. 이재명 정부와 국토부는 국내공항 사업에 대해 다시 한번 합리적 검토를 한 다음 실천 가능한 로드맵을 내놓아야 한다. 특히 대구경북신공항에 대해서는 정부의 재정 투입을 결정하고 사업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최선의 길임을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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