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지법. 영남일보 DB
2024년부터 연인 관계로 발전하며 경기도에서 동거 생활을 시작한 A(33)씨와 B(여·37)씨. 이들은 동거 생활 중 과다한 지출로 수천만원 상당의 채무를 떠안게 됐다. 결국 A씨가 나서 대구에 살던 자신의 부모에게 경제적 지원을 요청했다. 당시 아들과 동거녀의 상황을 알던 A씨의 부모는 지난해 2월부터 1년간 수차례에 걸쳐 생활비 등 총 3천900만원을 지원했다. 하지만 A씨 등은 지속적으로 돈을 요구하며 부모를 괴롭혔다.
지난 2월 14일 문제가 터졌다. 당시 B씨는 A씨의 부모에게 직접 연락을 해 "우울증이 걸렸다" "A씨가 코 수술을 강제로 시켜서 재수술을 해야 한다"는 등 2천500만원을 더 요청했다. 당돌한 B씨의 행동에 A씨의 부모는 기가 찼다. 당장 아들인 A씨와 헤어질 것을 요구하며, 더 이상의 경제적 지원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에 A씨는 같은달 16일 자신의 부모를 직접 찾아갔다. 경제적인 도움을 끊지 말아 달라며 설득했지만 부모는 요지부동이었다. A씨와 그의 부모가 몸싸움까지 벌이는 등 점점 갈등이 심화됐다.
결국 A씨가 부모로부터 돈을 받아내지 못하자 B씨는 격분했다. 곧장 A씨를 부추기며 범행을 제안했다. A씨의 부모를 감금·폭행한 뒤 돈을 받아 챙기자는 것.
같은달 18일 오후 6시52분쯤 이들은 부모의 주거지에 들어가 당시 혼자 있던 모친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B씨는 A씨의 모친을 상대로 둔기를 수차례 휘둘렀다. 그러면서 A씨에게 "뭐하냐. 너도 때려라"고 소리쳤다. 이에 A씨는 바닥에 엎드려 있던 자신의 모친을 둔기로 수차례 가격했다. 설상가상으로 이들은 모친의 옷을 벗겨 성적 수치심을 준 것도 모자라, 신경안정제 성분이 든 알약을 입 안에 강제로 집어넣었다.
이들의 흉악질에 못이긴 모친은 그동안 모아둔 적금을 컴퓨터를 이용해 해지한 뒤 건네려 했다. 하지만 A씨의 부친이 집에 도착했고, 곧장 경찰에 신고했다. 결국 이들은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이들은 검찰에 송치된 뒤 강도상해, 특수중존속감금치상, 특수존속상해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 10일 대구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정한근)는 이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B씨에게 각각 징역 4년과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는 피해자들의 직계비속이다. 경위를 불문하고 피고인의 범행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피해자들의 처벌불원의사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에 대해선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A씨에 대한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B씨에 대해선 "피고인 B씨는 A씨가 이 사건 범행에 대한 결심을 하게 된 영향을 줬고, A씨가 강도 범행을 하는 대신 돈을 빌려보겠다는 의사를 무시한 채 범행을 지시했다. 이 범행에 주된 실행 행위를 주도했다고 보이며,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동현(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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