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 분천역 일대, 체류형 관광지로 자리매김
지난 19일 봉화군 소천면 분천역에서 열린 '백두대간 협곡열차 110만 명 돌파 기념행사'에서 관광객들이 협곡열차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봉화군 제공>
지난 9월 21일 경북 봉화군 소천면 분천역 승강장. 석회암 절벽 사이로 불어오는 협곡 바람을 뚫고 진한 분홍색 외관의 '백두대간 협곡열차(V-train)'가 미끄러지듯 들어섰다. 열차가 멈추자 대기하던 관광객들이 일제히 휴대폰을 들어 셀카를 찍는다. 과거 하루 이용객이 10명 남짓하던 이 오지 간이역은 이제 주말마다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인파로 활기를 띤다.
2013년 4월 첫 기적을 울린 협곡열차가 개통 12년 만에 누적 탑승객 110만 명을 돌파했다. 분천역에서 강원 철암역까지 27.7km 구간을 잇는 이 열차는 여객 운송과 관광수요를 함께 담당하고 있다. 통유리창을 통해 백두대간의 비경을 시속 30km로 감상할 수 있으며, 차량으로 접근이 쉽지 않은 승부역과 양원역 일대 경관을 볼 수 있다.
변화는 역 앞 상권에서 가장 먼저 확인된다. 봉화에서 평생을 살았다는 박종진(67)씨는 "예전에는 기차 소리만 들리던 적막한 분천역이 이제는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진짜 사람 사는 동네가 됐다"며 좋아했다. 실제 분천역은 산타마을 운영 기간 58일 동안에만 10만6천 명이 방문했다. 하루 최대 4천 648명이 몰리는 관광 거점으로 성장한 것이다.
코레일의 22일 발표에 따르면, 협곡열차를 포함한 중부내륙 관광벨트 열차는 초기 2년간 67만2천 명의 승객을 확보하며 136억3천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로 인한 경제적 파급 효과도 상당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생산유발 효과는 1천28억 원, 취업유발 효과는 1천299명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분천산타마을 관련 사업으로만 117억 원의 생산유발과 147명의 고용 창출이 일어났다.
위기도 적지 않았다. 2021년 코로나 팬데믹 당시 이용객은 8천634명까지 급감했다. 2023년에는 집중호우로 영동선 선로가 유실되면서 장기간 운행이 중단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는 8월까지 이미 4만5천여 명이 탑승하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봉화군은 연말까지 8만 명 선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했다.
봉화군은 단순한 관람을 넘어 '체류형 관광'으로의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산타전망대와 등산로를 조성하고 겨울왕국 테마 특화사업을 추진해 방문객이 지역에 머물며 숙박과 식사, 특산물을 소비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열차에서 내린 관광객들이 산타마을을 거쳐 백두대간 숲길로 흩어지는 모습은 이제 분천역의 일상이 됐다.
윤여성 봉화군 문화관광과장은 "협곡열차가 봉화를 국내 대표 철도관광지로 도약시키는 견인차"라고 말했다. 이어 "코레일과 협력해 체류형 산악관광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보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황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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