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2022년 누적 조사 결과 “구조적 손상·주파수 변화 없어”
지진·태풍에도 큰 이상 없지만 노출 전시 따른 위험 여전
국립경주박물관, 신종관 건립 추진해 보존·관람 환경 개선

24일 성덕대왕신종 타음조사 공개회 리허설에서 이애주한국전통춤회가 '천년 울림: 종(鐘)의 기원(祈願)'을 공연하며 종소리를 춤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단체는 1986년과 2001년, 2003년 타종행사에서도 고(故) 이애주 무용가와 함께 무대를 꾸민 바 있다. 장성재 기자 blowpaper@yeongnam.com
22년 만에 울린 국보 성덕대왕신종의 종소리는 깊은 감동을 남겼지만 동시에 노출 전시에 따른 보존 문제와 향후 관리대책의 필요성을 다시 일깨웠다. 국립경주박물관은 24일 타음조사 공개회를 계기로 '신종관' 건립을 추진하며 안전한 보존과 관람환경 마련에 나선다.
국립경주박물관은 24일 오후 7시 성덕대왕신종 종각에서 '성덕대왕신종 타음조사 공개회'를 개최했다. 행사에는 신청자 3천8백여명 가운데 추첨으로 뽑힌 771명이 함께했다. 이 숫자는 종이 완성된 해인 771년을 상징한다. 성덕대왕신종은 771년 제작된 높이 3.66m, 무게 18.9t의 청동 범종으로, 장엄한 음색 덕분에 '에밀레종'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1993년 균열 우려로 제야 타종이 중단된 뒤 보존상태 점검과 음향 기록을 위한 비정기적 타종만 허용돼 왔다. 이번에 열린 공개 타음조사 역시 보존 과학조사 차원에서 마련된 것이다.
이번 조사는 단순한 울림 재현이 아니라 종의 상태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타종 전후의 외형 변화를 기록하기 위한 고해상도 촬영, 고유 진동 주파수와 맥놀이 현상 측정, 종각의 공간 음향 분석 등이 포함됐다. 특히 1996~2022년 축적된 과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덕대왕신종은 구조적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천판 부분의 상태에는 문제가 없었고, 고유 주파수 분포나 맥놀이 특성에서도 변화가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2018년 학술심포지엄과 2023년 조사보고서에서 지적된 바와 같이 성덕대왕신종은 걸쇠와 용뉴가 구조적으로 약하고, 야외 전시에 따른 온·습도 변화, 해충과 조류 배설물 등 외부 요인에 여전히 취약하다. 이 같은 이유로 국립경주박물관은 신종관 건립을 추진 중이다. 윤상덕 관장은 "노출 전시로 인한 다양한 위험을 사전에 예방하고, 관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독립적인 전시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신종관은 개폐 가능한 구조로 설계해 1년에 한 번 특별 타종을 진행하고 평소에는 종을 바닥에 내려 용뉴를 보호하는 방식으로 전시될 예정이다.

장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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