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숙원사업'인 대구시 신청사 건립사업의 첫 단추가 꿰어졌다. 최근 대구시 신청사 건립사업 국제설계공모 심사 결과 <주>나우동인건축사사무소 컨소시엄의 'FORETscape 숲이 깃든 문화청사'가 최종 당선작으로 선정되며 새 청사의 조감도가 시민앞에 처음 공개됐다. 오랜 시간 불거졌던 사업 추진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본격적인 건립사업도 본 궤도에 오르게 됐다.
이번 당선작은 감삼역~신청사~두류공원을 연결하는 도시적 흐름과 시민을 위한 개방공간 확보 측면에서 심사위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연면적 11만8천328.98㎡ 규모로 계획돼 기존 청사 분산 운영에 따른 행정력 낭비도 완전히 해소할 전망이다. 미래 대구를 대표할 랜드마크로서, 시민들의 기대감도 한층 커지고 있다.

대구시 신청사 국제설계공모 당선작 'FORETscape 숲이 깃든 문화청사' 조감도. <대구시 제공>
◆1990년대부터 이어진 '공간 부족'의 역사
대구시가 신청사 건립을 공론화하기까진 적잖은 시간이 걸렸다. 1981년 직할시 승격 후 인구가 급증하며 행정수요도 함께 폭증했다. 현재 중구 동인동에 위치한 시청사는 1993년 준공 당시부터 공간 부족이 예상되면서 '지하 2층~지상 7층'에서 '지하 2층~지상 10층'으로 설계가 변경됐다. 지금도 '만성적 협소'에 직원들과 민원인들이 시달리고 있다.
특히, 1995년 지방자치시대 개막과 행정구역 광역화는 행정업무를 더 가중시켰다. 대구시는 공간 부족에 대한 임시방편으로 민간 건물을 임차해 별관을 운영해왔다. 하지만 이는 행정비용 증가 및 비능률화, 시청 방문 시민 혼란 가중 등 각종 문제점을 야기했다.
이 같은 문제 해소를 위해 대구시는 2004년 4월 신청사 건립계획을 수립했다. 그러나 지난 20년간 행정여건 변화에 따라 추진 중단과 무산, 재추진 등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더욱이 사업 자체가 장기간 표류하면서 단순히 '어디에 지을 것인가' 하는 입지 선정 문제부터, 수천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건립 재원마련 문제까지 각종 난제에 직면하며 시민 불신을 키웠다.
이번 설계공모 확정은 이같은 행정적·정치적 혼란에 종지부를 찍는 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청사 노후화 및 분산 운영 비효율성 해소를 넘어, 시민 친화적인 새로운 행정 서비스 공간을 만들겠다는 대구시의 확고한 의지가 담겨 있다.
◆도시와 숲을 잇는 'FORETscape', 3대 청사 비전은?
당선작 'FORETscape'는 'Foret(숲)'과 'Landscape(풍경)'의 합성어다. 시민의 삶과 문화가 숲 속에서 펼쳐지는 새로운 풍경을 담아낸다는 의미다. 이러한 의지를 반영해 신청사는 △열린 청사 △문화 청사 △친환경 청사 등 세 가지 비전으로 구현될 예정이다.
먼저, '열린 청사'는 옛 두류정수장 부지로 단절됐던 도시 흐름을 '그린 카페트'로 연결해 신청사를 중심으로 도시와 두류공원을 잇는 열린 광장을 조성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문화 청사'는 시청사 내부로 향하는 동선마다 컬처플랫폼 등 다양한 문화적 커뮤니티 공간을 배치해 완성한다. 민원 목적이 아닌 시민들도 누구나 찾아 문화를 산책하고 즐길 수 있도록 설계한다.
'친환경 청사'는 태양광 발전 등 친환경 기술 도입은 물론, 지상에서 시작된 자연의 흐름을 신청사 상층부까지 입체적으로 연결한다. 도시와 숲이 조화로운 지속가능한 건축물을 표방한다.
이처럼 'FORETscape'는 단순한 행정건물을 넘어, 도시의 숲이 청사 안으로 스며든 새로운 공공공간 모델을 제시한다. 대구시의 신청사 건립 목표와 방향성까지 잘 담고 있어 앞으로 실제 건립될 모습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커지고 있다.

대구시 신청사 국제설계공모 당선작 'FORETscape 숲이 깃든 문화청사'의 조경계획. <대구시 제공>
◆개방형 플랫폼과 미래 행정을 담는 스마트 청사
신청사는 시민들의 휴식과 여가를 최우선 가치로 설계됐다. 건물 중앙에 위치한 '그린로비'는 문화행사와 소통이 어우러지는 열린 마당이다. 외부와 내부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주요 진입구역인 지하 1층과 지상 1층에 마련될 '통합로비'는 높은 층고와 개방감을 자랑하며 방문객을 환대하는 '교류의 장' 역할을 맡는다.
특히, 지상 5~6층에 배치된 컬처플랫폼은 시민 활동과 문화를 담는 핵심 공간이다. 두류공원을 조망하는 전망라운지를 비롯해 대구 역사를 전시하는 대구스토리 갤러리, 개방형 회의실, 다목적 강당 등을 갖춘다. 단순 시설 통로가 아닌 공공 커뮤니티의 중심지로 작동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신청사는 미래 행정 환경을 위한 '스마트 오피스 시스템'도 도입한다. 로봇이 청사 내 행정업무를 지원하고, IoT(사물인터넷) 시스템을 통해 회의실 예약, 방문자 관리 등 통상 업무의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건물 안전을 위해 최신 내진·내풍 설계를 강화한다. 비상시 구역 통제가 가능한 셧다운 시스템과 저탄소 자재를 활용한 친환경 설비를 통해 지속가능한 에너지 청사의 면모도 갖춘다.
대구시의회 건물 역시 본회의장 등을 투명하게 설계해 시민들이 의사결정 과정을 가까이서 체감할 수 있는 '열린 의회'의 상징성을 담았다. 5~6층에 배치된 본회의장은 개방성과 상징성을 대변하도록 하고, 의정홍보 라운지와 방청객 휴게실 등 시민 휴식공간을 마련할 예정이다.

대구시 신청사 건립 사업 주요 사건. <대구시 제공>
◆건립비 '4천500억', 재원 확보가 마지막 과제
내년 착공을 시작으로 웅장한 모습을 드러낼 대구시 신청사는 오랫동안 기다려온 시민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래서다. 대구시도 신청사 건립을 위해 배수의 진을 칠 태세다.
4천500억원(용지보상비 413억 포함)으로 예상되는 건립비용에 대한 재원 확보는 마지막 과제다. 막대한 예산은 시민의 부담으로 직결될 수 있는 만큼, 대구시는 단순히 공유재산 매각과 같은 기존의 틀을 넘어 '어떻게' 매각하고 '언제' 자금을 확보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빨리 제시해야 할 책임이 있다.
대구시는 23건(총 4천222억원 상당)에 대한 공유재산 매각 계획을 기본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핵심 매각 대상은 성서행정타운(1천200억원), 중소기업제품판매장(800억원), 성서농산물직판장(500억원), 칠곡행정타운(440억원) 등이다. 특히, 성서행정타운은 지난해 4월 의회 의결을 완료하며 매각작업의 첫 단추를 꿰었다. 현재 청사로 사용 중인 동인청사 건물과 주차장(530억원)은 신청사 완공 시점(2030년)에 매각을 추진할 예정이다.
신청사는 내년 9월까지 기본 및 실시설계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같은 해 12월 착공· 2030년 12월 준공이 목표다. '도시가 숲에 깃드는 것을 넘어 숲이 청사 안으로 스며든 공간'으로 태어날 대구 신청사가 대구를 대표하는 새로운 랜드마크이자 시민들의 행복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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