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의 기억 위에 미래를 그리다] 5<끝>
농업부터 제조업·첨단산업까지…자급자족 ‘항성도시’ 경산
“1호선 연장·현대 아웃렛 유치, 머물고 즐기는 도시로 전환”

지난 9월24일 조현일 경산시장이 민선 8기의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조 시장은 2028년 문을 열 현대프리미엄아웃렛에 대한 기대를 한껏 내보였다.
취임 후 뒤축 터진 운동화 8켤레째
경산의 잠재력 끌어낸 도전의 시기
1·2호선 순환선, 경산~울산 고속道
대형 SOC사업 연계 파급 효과 전망
42경산·유니콘파크 ICT 성장 전략
취업·창업하는 '선순환 체계' 조성
경산5일반산단 세계시장 개척 발판
농촌 정비…삶의 질 향상·균형 발전
경산은 오랜 시간 광역시 대구의 위성도시였다. 그러나 이제는 선순환형 첨단산업 생태계를 갖춘 인구 30만명 자급자족의 '항성도시'라는 새로운 세계를 열었다. 이를 위한 노력은 조현일 경산시장의 운동화에 고스란히 담겼다.
지난 9월24일 만난 조 시장은 "아침마다 취임 첫 날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지금까지 달려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뒷축이 터진 운동화를 내보였다. "이걸로 여덟 켤레째다. 앞으로도 더 많은 운동화가 망가지도록 달리겠다"고 말했다.
조 시장은 스스로를 상상력이 많은 사람이라고 했다. 그는 "경산~울산 고속도로가 완공된 이후의 모습은 어떨까, 상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시장은 "울산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는 경산 자동차 부품 업체의 물류비가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라며 "내연기관 자동차부품 중심의 제조업 산업단지를 탈바꿈시키는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조 시장은 "기업들과 타운홀미팅으로 어려움을 청취하고, 더 나아가 업종전환을 포함한 장기적인 제조업의 첨단화를 위해 컨설팅 창구 개설 등을 구상 중"이라고 덧붙였다.
문화적 상상도 펼쳐보였다. 그는 "남매지 가운데 섬이 하나 있다. 평소엔 보이지 않는다. 그 섬을 잇는 네 입구를 조성하고 그 위에 미술관이 들어서면 어떨까 생각해본다"고 했다. 이어 "강릉이나 제주처럼, 아르떼 뮤지엄이 들어설 곳이 경산의 남매지가 아니란 법이 있나"라고 말했다.
인재육성과 '지역브랜딩'에도 진심이다. 조 시장은 "코딩·프로그래밍 인재를 키우는 42경산과 벤처창업의 요람이 될 유니콘파크는 경산을 '제2의 판교'가 아닌 '한국 제1의 경산 임당'으로 거듭나게 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조 시장의 끝없는 상상력과 운동화가 버텨내지 못할 실천력이 만들어 내는 새로운 우주, 경산의 모습이다.
▲민선 8기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주요 성과와 소회를 말해달라.
"민선 8기의 지난 3년은 관례라는 이름으로 굳어진 익숙함을 과감히 떨쳐내고, 경산의 잠재력을 현실로 끌어낸 도전의 시기였다.
무엇보다 현대 프리미엄 아웃렛 유치가 성과의 핵심이고, 지역 경제 지형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있다. 임당 유니콘파크 조성은 대한민국 벤처창업 생태계를 남쪽으로 넓히는 상징적 발걸음이 됐다.
비수도권 최초의 광역철도인 대경선과 대구도시철도 1호선 하양 연장선 개통은 수도권 못지않은 교통 인프라를 구축해 시민이 일상 속에서 체감하는 정주 여건을 크게 높였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경산은 전국적인 인구감소 흐름 속에서도 경북에서 유일하게 인구가 늘어난 도시로 성장, 도내 3대 도시 반열에 올랐다."

9월24일 조현일 시장이 경산문화관광재단의 설립 취지와 비전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의미있는 성과를 꼽는다면 무엇이 있나.
"모든 성과가 1천300여 공직자의 땀으로 이뤄졌지만, 가장 큰 변화를 꼽으라면 단연 현대 프리미엄 아웃렛 유치다.
그동안 경산은 소비와 관광에서 대구·경주 등 인접 도시에 의존해왔다. 이번 유치는 단순한 상업시설 확보를 넘어 지역 내 소비 유출을 막고, 쇼핑·문화·관광이 결합된 체류형 관광도시로의 도약을 가능케 한 중대 사건이다.
교통 인프라 측면에서도 대경선과 대구도시철도 1호선 하양 연장선은 경산을 스쳐 가는 도시에서 머무는 도시로 바꾸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향후 추진될 1·2호선 순환선, 경산~울산 고속도로 등 대형 SOC 사업에도 긍정적 파급 효과가 예상된다."
▲현대 프리미엄 아웃렛 사업은 어떻게 추진되고 있나.
"현대백화점 그룹 계열 한무쇼핑이 지난 2월 공개경쟁 입찰에서 약 994억 원을 제시해 최종 사업자로 선정, 분양계약까지 마쳤다. 현재 내년까지 실시설계를 마무리하고 2028년 정식 개점을 목표로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시설뿐 아니라, 매장 구성도 기획적인 요소를 갖춰 신경을 쓰고 있다. 특히 대중적이고 저렴한 SPA브랜드와 준명품고급 브랜드 사이의 브랜드를 포지셔닝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경산은 1시간 거리에 대구·포항·경주·구미 등 주변도시 400만명의 인구를 끌어올 수 있는 교통요건을 갖췄다. 아웃렛은 단순히 '소비'가 아니라 대구경북의 400만명이 머물고 즐기는 도시, 독립적 생활과 소비가 가능한 자립도시로 나아갈 신호탄이다.
지역 5일장에 셔틀버스를 지속적으로 무료로 운영해 아웃렛 뿐아니라 전통시장에도 활기를 불어넣을 계획이다.
나아가 지역 일자리 창출, 지식산업지구 활성화, 인근 경주·영천·포항·울산·경남까지의 경제적 파급효과도 적지 않을 것이다. 대구경북 전역에서 경산으로 먹고 마시러, 놀러, 보러, 자러 올 인파를 상상하면 들뜨게 된다."
▲경산문화관광재단이 설립됐다. 이사장으로서의 비전은.
"경산문화관광재단은 공공이 주도하는 지역 문화산업 확장의 거점이다. 단순한 관광객 유치가 아니라 시민이 먼저 행복한 도시를 만들겠다는 철학을 담았다.
지난 여름 신비복숭아와 연계한 경산카페축제, 경산 워터 페스티벌을 비롯해 찾아가는 공연과 생활문화 확산, 2025 갓바위 소원성취축제 등은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 모델을 제시했다.
재단은 앞으로도 축적된 노하우와 참신한 기획을 통해 머물고 싶은 체류형 관광도시를 실현하고 세계 속 문화관광 허브로 키워갈 계획이다."
▲첨단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어떤 정책을 펼치고 있나.
"반세기 동안 경산을 이끌어온 대학과 자동차 부품산업은 학령인구 감소와 디지털 대전환 속에서 도전에 직면했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 경산은 ICT 벤처창업도시를 새로운 성장 전략으로 삼고, 실질적 정책을 추진 중이다.
경산은 1천400억 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조성해 투자 생태계를 키우고 있다. 또 창업보육을 위한 VC, AC 등 투자연계 기관을 집적화시켜 보육과 멘토링, R&D 지원 등 다양한 창업 육성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경산42에서 배출한 인재가 전국으로 뻗어나가고 있고, 유니콘파크가 완성되면 취업하고 창업하는 선순환 체계가 조성될 것이다."
▲민선 8기 후반기에는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나.
"대구도시철도 1·2호선 순환선 구축을 국토부 계획에 반영하고, 앞서 언급한 경산~울산 고속도로 개설 행정 절차를 정상 추진할 계획이다.
산업 측면에서는 경산5일반산업단지를 조성해 미래 신성장 기업을 유치하고, 지역 기업의 해외시장 개척도 넓힌다. 최근 북유럽 무역사절단에서는 독일·스웨덴 등에서 16건의 계약 및 MOU, 365만 달러 규모의 성과를 거두며 세계 시장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음을 입증했다.
또 남천 생태하천에는 맨발 걷기길, 파크골프장, 물놀이장과 분수 등 편의시설을 늘리고, 용성·자인 지역에는 고은지구 농촌공간 정비사업과 자인노인복지관 건립을 추진해 균형발전과 삶의 질 향상을 함께 꾀할 계획이다."
글=이은경기자 lek@yeongnam.com
정리=박준상기자 junsang@yeongnam.com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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