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달서구 이주민 행복한 명절보내기 '달빛을 찾아 행사에 참여한 폴란드 유학생들이 한복을 입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성서종합사회복지관 제공>
지난 9월24일 오후 4시 대구 달서구 계명대 행소박물관 앞마당에는 이른 가을비가 내렸다. 잠시 우산을 펼쳐들었던 이주민 가족들과 유학생들은 곧 비가 그치자, 한복 자락을 고쳐 입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한국에 온 지 1년 만에 처음 한복을 입어봤어요. 남편, 아들과 함께 사진도 많이 찍었어요." 미얀마 출신 이자케원(33·대구 달서구 신당동)씨는 남편과 6세 아들과 함께 박물관 마당을 거닐며 설레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에서 먼저 일하던 남편을 따라 지난해 가족이 합류해 정착한 뒤, 함께 보내는 첫 추석이었다.
이날은 달서구성서종합사회복지관 개관 3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달서구 이주민 행복한 명절 보내기 '달빛을 찾아' 행사였다. 이번 행사는 달서구청의 지원으로 달서구성서종합사회복지관, 계명대 국제처, 행소박물관, 대구시 거점 한국어센터가 공동 주관했으며, 지역 이주민과 유학생 80여명이 함께 했다.
식전 공연으로 숨무용단의 태평무와 가인여곡이 흥겨운 시작을 알렸고, 이태훈 달서구청장, 계명대학교 김선정 국제부총장, 민경모 국제처장, 김윤희 행소박물관장, 김병우 달서구성서종합사회복지관장 등이 참석해 이주민들에게 따뜻한 격려의 인사를 전했다. 이후 '사라진 보름달의 빛을 찾아 떠나는, 달서구 이주배경가족 추석 야행'을 주제로 '빛의 수호자' 양철인간과 함께 불이 꺼진 박물관을 탐험하는 '보물찾기 야행'이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청사초롱 불빛을 들고 선조들의 유물을 찾아 다니며 '전통 갓 만들기'와 '보름달 키링 만들기' 체험, 대형 보름달 점등식, '케이팝 데몬헌터스 챌린지'까지 함께 즐겼다. 박물관 안팎은 웃음과 사진 셔터 소리로 가득했다.
베트남 출신 박지현(42·달서구 신당동)씨는 "명절이면 고향이 그리워 외로울 때가 많았는데, 오늘은 가족과 함께 웃을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어요"라고 말했다. 박씨는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세 자녀(19세, 6세, 4세)를 두고 있다. 행사에 참여한 폴란드 유학생들도 "한국의 전통의상과 음악이 인상 깊었다"며 "명절의 따뜻한 분위기를 몸소 느낄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병우 달서구성서종합사회복지관장은 "고향을 떠나 낯선 땅에 정착한 이주민들이 함께 웃고 나눌 수 있는 뜻 깊은 자리였다"며 "앞으로도 이주민들이 지역사회 속에서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과 문화를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비로 시작했지만, 이날의 추석야행은 국적과 언어를 넘어 모두의 마음을 하나로 이어준 '함께 사는 마을'의 따뜻한 풍경이었다. 서로의 미소가 환하게 빛난 명절 행사로, 달서구의 가을은 유난히 따뜻하게 기억될 것이다.
서현정 시민기자 romantiktim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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