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EU 관세폭탄, 철강 수출 직격탄
중국 저가 공세에 산업 경쟁력 위기
K-스틸법, 탄소중립·수소제철 핵심축
포항 등 지역경제까지 흔들려
포항제철소 2고로 출선 모습. 포스코 제공
철강산업이 글로벌 무역환경의 급격한 변화 속에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잇따른 관세 인상, 중국발 저가 공세,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위축 등이 맞물리며 '산업의 쌀'로 불리던 철강이 국가경제의 취약 고리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업계는 이 같은 구조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회에 계류 중인 'K-스틸법(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녹색철강기술 전환 특별법)'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K-스틸법은 글로벌 공급 과잉과 불공정 무역에 대응하면서 탄소중립시대에 부합하는 친환경 철강 체제로의 전환을 촉진하는 종합 대책 법안이다. 법안에는 수소환원제철 등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기술개발 지원, 산업 인프라 확충, 세제 혜택 등이 담겨 있다.
특히 수소환원제철은 세계 주요 철강사들이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인 차세대 기술이다. 국내 업계에서는 법안이 통과되면 단기적으로는 관세 부담과 원가 상승 압박을 완화하고,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경쟁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와 노후설비 교체 지원 등 실질적 현장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글로벌 무역환경의 변화는 철강업계를 더욱 압박하고 있다. 미국이 철강제품 관세를 25%에서 50%로 상향함에 따라 국내 주요 철강사들이 부담해야 할 금액은 약 4천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EU 역시 무관세 수입 할당량을 47% 축소하고, 초과 물량에는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두 지역은 핵심 수출시장으로 한국 철강의 실적 악화와 수출 급감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철강산업의 위기는 단순히 한 업종만의 문제가 아니다. 조선·자동차·건설 등 국가 기간산업 전반의 기반을 흔드는 파급력을 지닌다. 철강도시 포항과 광양 등은 이미 산업 침체 여파로 지역 상권 매출이 감소하고 협력 중소기업의 고용 불안이 가시화하고 있다. 장기화할 경우 지역 재정 약화와 인구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
K-스틸법은 지난 8월 여야 의원 106명의 공동발의로 국회에 제출됐으나, 현재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위에 계류 중이다. 전문가들은 "입법이 늦어지면 회복 불능의 수준으로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관세 부담 완화, 수소환원제철 등 녹색기술 지원, 노후설비 교체 등 법안에 담긴 내용은 단기 생존과 장기 경쟁력 확보를 동시에 가능하게 하는 현실적 해법이다. 철강사 관계자는 "관세 부담과 원가 상승이 누적되는 상황에서 정부 지원이 지체되면 경쟁국과의 기술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다. 제도적 대응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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