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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기획 - 보수를 향한 대구의 정치심리학] 대구는 왜 늘 보수를 찍을까

2026-05-25 20:35

보수 지지는 지역 정체성과 결합
외부로부터 집단을 지키려는 심리
후보보다 정당 우선하는 심리 기제

대구 보수 재결집 왜 반복되나 .<그래프=생성형 AI>

대구 보수 재결집 왜 반복되나 .<그래프=생성형 AI>

대구시장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장면이 있다. 초반에는 새 인물론과 변화론이 고개를 든다. 지역 정치도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기존 정치권에 대한 피로감도 표출된다. 하지만 선거 국면이 본격화하면 표심이 다시 보수정당 후보 쪽으로 기우는 흐름이 나타난다. 선거 때마다 언급되는 '보수 결집'과 '보수 텃밭'은 이미 대구·경북의 또 다른 상징이 됐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대구 유권자의 선택 구조와 심리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가 오랜 기간 이어지고 선거 때마다 결집 현상이 나타난다면, 그 배경에는 단순한 이념 선호를 넘어선 심리적·사회적 요인이 작동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학계에서는 대구의 보수 결집 현상을 두고 특정 시점에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오랜 기간 축적된 지역정치의 경험, 공동체 내부의 관계망, 특정 정당에 대한 심리적 익숙함, 상대 진영에 대한 정서적 이질감(혹은 거리감)이 선거 국면에서 한꺼번에 작동한 결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계명대 정대겸 교수(심리학과)는 "대구의 보수 결집은 이념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정체성의 문제이고, 정치적 판단이면서 동시에 심리적 안정감을 찾는 과정"이라며 "대구의 선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보수 텃밭'이라는 개념을 넘어, 유권자가 왜 반복적으로 익숙한 선택으로 돌아가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념 아닌 지역 정체성으로 축적


대구에서 보수 정당은 지역 정치의 오랜 주류다. 역대 선거에서 보수 정당 후보가 강세를 보여 왔고, 지역정치 네트워크 역시 보수 정당 중심으로 형성돼 왔다. 실제 경북에서 민주당 계열의 기초단체장이 나온 것은 지난 31년간 고작 세 차례에 불과하다. 대구는 아예 민주당 계열 단체장이 전무하다. 이 같은 경험이 반복되면서 보수정당 지지는 단순한 정당 선택을 넘어 지역의 정치적 정체성과 결합됐다. 이런 현상을 두고 '사회정체성 이론'에서는 사람들이 개인으로만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집단의 구성원이라는 인식 속에서 태도와 선택을 형성한다고 파악한다.


대구 유권자에게 보수정당은 단순한 선거용 간판이 아니라, 오랜 기간 지역을 대표해 온 정치적 상징으로 작동해 왔다. 선거에서 보수 후보를 지지하는 게 단순히 한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지역의 정치적 정체성을 확인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정대겸 교수는 대구의 보수 결집을 진화심리학 관점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인류는 오랜 기간 소규모 집단 단위로 생존해 왔고, 익숙한 내집단(內集團)에 대한 신뢰와 외집단(外集團)에 대한 경계는 생존을 위한 방어 기제로 작동해 왔다"며 "특정 지역의 강한 정치적 결집도 외부 진영으로부터 자신이 속한 집단을 지키려는 심리와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 '우리 편' 정치가 부른 내집단 편향


대구 선거에서 보수 결집을 설명하는 또 다른 심리적 기제는 '내집단 편향'이다. 내집단 편향은 자신이 속한 집단에는 우호적이고, 외부 집단에는 상대적으로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는 심리다. 정치 영역에서 내집단 편향은 강하게 작동한다. 유권자가 특정 정당을 '우리 편'으로 인식하면, 그 정당 후보의 약점은 상대적으로 관대하게 평가하고, 상대 진영 후보의 강점은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


문화심리학 관점에서도 대구의 보수 결집은 개인의 독립적 선택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교수는 "투표 행위는 개인이 고립된 상태에서 내리는 선택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관계망과 서사 속에서 이뤄지는 선택"이라고 했다. 그는 "지역사회에 깊게 뿌리내린 관계망 속에서 보수정당 지지는 단순한 정치적 선호를 넘어 '우리 공동체'를 결속하는 문화적 서사의 일부가 될 수 있다"며 "개인의 독립성보다 집단 내 관계를 중시하는 상호의존적 자아가 강하게 작동할수록 다수의 흐름에서 이탈하는 선택은 심리적 부담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했다.


결국 대구 유권자의 선택은 개인의 정치적 판단만이 아니라 가족, 직장, 지역모임, 생활권 안에서 공유되는 정치적 분위기와도 연결된다. 주변 다수가 같은 선택을 하는 환경에서는 그 선택이 단순한 정당 지지를 넘어 '지역의 상식'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5일 시민들의 열렬한 환호 속에 어머니인 고 육영수 여사의 충북 옥천 생가를 방문해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5일 시민들의 열렬한 환호 속에 어머니인 고 육영수 여사의 충북 옥천 생가를 방문해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 후보보다 정당을 먼저 보는 이유


대구 선거에서 유권자가 후보 개인보다 정당을 우선하는 현상도 정치심리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후보의 정책, 행정능력, 정치이력, 도덕성 등을 일일이 비교하는 것은 유권자에게 상당한 정보 처리 부담을 준다. 이때 정당은 복잡한 판단을 줄여주는 일종의 '인지적 지름길'로 작동한다.


정 교수는 "인간은 제한된 인지적 자원을 아끼기 위해 복잡한 분석보다 빠르고 간편한 판단의 지름길을 택하려는 성향이 강하다"며 "현대 선거에서 여러 후보의 정책과 이력, 도덕성까지 모두 비교·검증하는 것은 엄청난 정신적 에너지를 요구하는 고비용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때 특정 정당의 간판은 유권자에게 가장 강력하고 효율적인 판단 기준이 된다"며 "우리 지역과 집단이 오랜 기간 신뢰해 온 정당이 공천한 사람이니 기본 방향성은 맞을 것이라고 받아들이는 방식"이라고 했다.


정 교수의 설명은 행동경제학자 다니엘 카너먼이 제시한 이중과정 이론과도 맞닿아 있다. 카너먼은 인간의 사고를 직관적이고 자동적으로 작동하는 '빠른 사고'와 논리적이고 분석적으로 작동하는 '느린 사고'로 구분했다. 선거에서 유권자가 모든 후보를 세밀하게 비교하기보다 익숙한 정당이라는 단서를 활용하는 것은 복잡한 정치 정보를 빠르게 처리하기 위한 방식으로 볼 수 있다.


사회심리학자인 수전 피스크와 셸리 테일러가 제시한 '인지적 구두쇠' 개념도 이 현상을 설명하는 데 유용하다. 인간은 모든 정보를 깊이 분석하기보다 제한된 인지 자원을 아끼기 위해 익숙한 단서와 기존 판단 틀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유권자가 인물보다 정당을 우선한다고 해서 정치적으로 무관심하거나 게으르다고 볼 수는 없다"며 "정보가 과잉된 선거 국면에서 최소한의 정신적 에너지로 가장 안전하다고 느껴지는 선택을 하려는 심리적 전략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확증편향도 대구의 반복적 보수 결집을 설명하는 데 중요한 이론이다. 확증편향은 자신이 이미 믿고 있는 생각과 일치하는 정보는 쉽게 받아들이고, 반대되는 정보는 무시하거나 낮게 평가하는 경향을 말한다. 정 교수는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확증편향이 더 강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유권자의 심리적 긴장과 불안은 커진다"며 "불안이 커지면 사람들은 자신을 안심시켜 줄 정보를 더 적극적으로 찾고, 자신이 지지하는 진영에 불리한 정보는 상대 진영의 공격이나 왜곡으로 받아들이기 쉽다"고 말했다.


이어 "막판 위기감이 조성되면 유권자는 이성적 비교보다 '그래도 우리가 지지해 온 쪽을 지켜야 한다'는 익숙하고 안전한 결론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커진다"며 "이 과정에서 기존 지지층 결집은 더욱 빠르게 강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정서적 양극화와 심리적 장벽


최근 정치심리학에서 주목하는 개념 중 하나는 '정서적 양극화'다. 이는 단순히 정책 의견이 다른 것을 넘어, 상대 진영에 대해 감정적 거부감이나 불신이 커지는 현상을 말한다. 대구에서 비(非)보수 후보가 어려움을 겪는 이유도 단순히 정당 지지율 격차 때문만은 아닐 수 있다. 유권자들이 상대 진영 후보를 정책 경쟁자로 보기보다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정치세력으로 인식할 경우 지지 확장은 훨씬 어려워진다.


정 교수는 이번 대구시장 선거에서도 정서적 양극화가 강하게 작동한다고 봤다. 그는 "정서적 양극화는 단순히 우리 편이 좋아서 지지하는 심리만이 아니라, 상대 진영이 되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부정적 당파성을 동반한다"며 "대구의 경우 대안 세력에 대한 정서적 거부감이 보수 후보에 대한 아쉬움을 덮어 버릴 만큼 강력한 방어 기제로 작동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선거가 정책 비교의 장이라기보다 진영 확인의 장으로 흐를 가능성이 커진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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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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