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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는 사람을 아름답게 만드는 예술… 한국, 세계 중심 무대로 나아갈 때”

2025-11-04 16:48

▮ 신선섭 노블오페라단장, 전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이사장
이탈리아 유학 때 콩쿠르 ‘우승’ 촉망받은 테너
귀국후 설 무대 없어…‘판’ 키우려 오페라단 창단
“대구•서울 상생협력으로 오페라 발전 견인해야”

신선섭 노블오페라단장(전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이사장)이 대구와 서울의 오페라 단체들이 상생과 협력으로 대한민국 오페라 발전을 견인해 나갈 것을 제안하고 있다. <본인 제공>

신선섭 노블오페라단장(전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이사장)이 대구와 서울의 오페라 단체들이 상생과 협력으로 대한민국 오페라 발전을 견인해 나갈 것을 제안하고 있다. <본인 제공>


지구촌 화합의 축제로 열린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수많은 화제와 명장면을 남겼다. 그 중에서도 문화예술인들의 활약상이 눈부셨다. 분야별 스타들이 출연한 'APEC 공식광고'를 비롯해 BTS 리더 RM의 기조연설, GD의 만찬공연 등이 각국 정상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노블아트오페라단 신선섭 단장은 "K-팝이 세계를 휩쓴 것처럼, K-클래식, K-오페라가 세계를 선도할 수 있다고 믿는다. 국민에게 사랑받는 오페라를 만들고, 나아가 대한민국이 세계 오페라의 중심에 우뚝 서는 그 날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촉망받던 테너에서 행정가 변신


대한민국 오페라계에서 신 단장은 '오페라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정평이 나 있다. 평소 무던한 성격이지만 한 번 작업에 들어가면 뜨거운 열정과 우직한 성품이 만나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쉽게 손을 놓지 않는다. 그는 올해 초까지 오페라 관련 단체 110여 곳이 참여한 대한민국오페라단연합회 이사장을 맡아 국내 민간 오페라단 발전에 앞장섰다.


영남대 음대 성악과 출신인 그는 젊은날 장래가 촉망받는 테너였다. 이탈리아 로렌쪼 빼로시 국립음악원 및 로마 A.I.D.M 아카데미아를 졸업하고 유럽의 극장들로부터 초청콜을 받았다. 굴지의 성악 콩쿠르에서 입상도 그의 몫이었다. 타란토 국제성악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프란체스코 칠레아 국제성악콩쿠르에서도 우승했다. 또 이태리 리에티 시립가극장 및 로마, 밀라노, 리에티, 아퀼라, 술모나 등지에서 오페라 '팔리앗치' '일 트로바토레' '나비부인' '토스카' '까발레리아 루스티카나' '라보엠' 등에 주·조역으로 출연했다.


"이태리에 있을 때는 꾸준히, 쉼 없이 작품 활동을 했는데, 귀국하니 무대가 뚝 끊어진 거에요. 학교 강의 의뢰도 일주일에 고작 3시간 정도가 전부였어요. 가끔씩 공연 요청이 들어오기는 했지만 그걸로는 만족할 수 없었죠. 궁여지책으로 서울로 옮겨왔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어요. 결국 무대 위의 아티스트를 넘어, 더 많은 사람이 오페라를 즐길 수 있는 '판'을 직접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 오페라단을 설립했죠."


대구·서울 상호보완으로 발전


유네스코 창의음악도시 대구는 2003년부터 '대구국제오페라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 22회째를 맞은 축제는 해외 극장 초청작부터 창작 오페라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선보이며 누적 50만 명 이상의 관객이 찾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국제 오페라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대구오페라축제가 지자체 주도로 열리는 국제적 행사로 위상을 굳혔다면, 서울에서는 민간 오페라단들이 주도하는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서울오페라페스티벌' 등의 축제가 꾸준히 열리고 있다. 신 단장은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의 이사장을 올 초까지 맡았으며, 현재도 서울오페라페스티벌의 예술 총감독을 맡고 있다.


"대구국제오페라축제는 대구오페라하우스라는 훌륭한 공공극장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예산과 행정력을 갖춘 '공공축제'의 성격이 강합니다. 반면 서울에서 열리는 오페라축제들은 민간오페라단이 중심이 되어 이끌어가는 '민간축제'입니다. 공공축제에 비해 예산 확보 등 어려움은 있지만 대신 '작품성'과 '유연성'이 저희의 큰 무기입니다. 두 축제는 '공공'과 '민간'이라는 다른 강점을 가졌기에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부분이 명확하다고 봅니다. 바로 '상호보완'입니다."


그가 머릿속에서 구상하는 대구와 서울의 오페라 상생안은 매우 다양하다. "예를 들어 대구의 안정적 인프라와 예산을 바탕으로 제작된 대형 프로덕션을 서울의 네트워크를 통해 선보일 수 있습니다. 또 저희 서울의 민간 오페라단이 제작한 작품성 있고 창의적인 우수 작품을 대구 무대에 올려 교류하는 프로덕션 간 상호 교류가 현실적 방안입니다. 이미 오페라 '허황우' '이중섭'으로 경험을 쌓았는데, 더 많이 활발해져야 한다고 봐요. 또 해외 아티스트를 공동으로 초청해 비용을 절감하거나 국내 성악가들을 교류하는 인력 교류도 활발해져야 합니다. 궁극적으로 공공과 민간이 각자의 역할에서 강점을 발휘하여 '한국 오페라 시장'이라는 파이 자체를 함께 키워나가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페라, 현실 초월한 '몰입' 가능


세상이 각박해지고, 사람들의 살림이 팍팍해질수록 문화예술의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한다. 무작정 오페라가 좋아서, 인생을 송두리째 쏟아부은 신 단장이 생각하는 오페라의 아름다움과 가치는 무엇일까.


"살기가 팍팍하다고 느낄수록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돌아보고, 기댈 곳을 찾는 것 같습니다. 오페라의 가장 큰 예술적 가치는 인간의 목소리를 통한 가장 극적인 감정의 해방에 있다고 봅니다. 각박한 현실에서는 억눌러야만 했던 슬픔, 분노, 절망, 환희 같은 강렬한 감정들을 무대 위 주인공의 절절한 아리아를 통해 우리는 함께 느끼고, 해소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관객들은 '카타르시스'를 경험하며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큰 위로를 받습니다."


막힌 둑이 풀린 듯, 신 단장의 오페라 예찬은 쉼 없이 이어진다. "오페라는 '종합예술'로서 현실을 초월한 아름다움을 통한 완벽한 '몰입'을 선사합니다. 여기에 웅장한 오케스트라 연주, 화려한 무대와 의상, 그리고 극적인 스토리까지 한데 어우러져 관객들은 2~3시간 동안 팍팍한 일상을 완전히 잊고 그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들 수 있죠. 이 경험 자체가 지친 영혼을 재충전시켜주는 '힐링'이 되는 것이며, 우리 삶을 다시 돌아보고 나아갈 힘을 얻게 하는 것이죠. 그것이 바로 이 시대에 오페라가 가진 진정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오페라가 지닌 아름다움을 부정할 수 없지만, 컴퓨터와 전자음에 익숙해진 요즘 세대에게 오페라는 여전히 멀리 있는 장르인 것도 사실이다. 지자체 중에서도 일년에 한 편의 오페라를 제작하지 않는 곳도 상당수다. 반면 부산은 내년 하반기 개관을 목표로 화려한 위용을 갖춘 오페라하우스를 건축 중이다. 한국에서 오페라는 극과 극의 명암이 공존하는 장르가 되고 있는 것이다.


"부산오페라하우스 같은 화려한 '하드웨어'가 생기는 것에 기대가 됩니다. 하지만 동시에 많은 지자체가 제작 자체를 외면하는 현실은 그 훌륭한 하드웨어를 채울 소프트웨어, 즉 콘텐츠와 관객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건물이 아무리 훌륭해도 그 안에서 지속적으로 상연될 완성도 높은 작품과 그것을 즐길 관객이 없다면 빈 껍데기에 불과할 것입니다. 저는 한국 오페라의 미래가 바로 이 소프트웨어(콘텐츠) 개발과 관객 개발(대중화)에 달려있다고 봅니다."


신 단장은 오페라의 발전을 위해서는 정책 입안자의 획기적인 입장 변화와 오페라계 내부의 자성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일회성 지원에만 머물지 않고, 역량 있는 인력이 떠나지 않도록 우수한 단체에게는 안정적 운영 기반을 만들어주는 정책적 변화가 필요합니다. 특히 창작 오페라는 연구개발 단계부터 해외 유통까지 전 주기를 지원하는 특화된 지원이 절실합니다. 정책적으로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만들어주고, 개별 단체들은 관객의 눈높이에서 끊임없이 혁신하는 것, 이 두가지가 함께 갈 때 오페라는 모두의 예술로 거듭날 것으로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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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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