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APEC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지만 중요한 숙제는 지금부터다. 그중 하나가 전작권 전환과 핵추진잠수함 논의다. 이 후속 논의를 한·미 국방장관이 4일 시작했다.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SCM) 확대회담에서다. 정상회담 한 주 만에 후속 논의에 착수했으니 매우 빠른 속도다. 양국 모두 의제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SMC 회담을 주목하는 이유가 있다. '자주국방'의 실질적 얼개를 짜는 일이기 때문이다. 자주국방은 '박정희의 꿈' '노무현의 이상'이다. 적잖은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대한민국은 자주국방을 이뤘는가'라는 질문에는 아직 멈칫할 수밖에 없다. 전작권 전환과 핵추진잠수함 건조는 자주국방의 상징적 조치다.
후속 논의가 쉽지만은 않은 듯하다. 핵추진잠수함을 미국에서 만들라는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발언이 논란이다. 우리 정부의 반발은 당연하다. SCM 논의에서 핵연료 공급, 핵잠 건조 장소, 방식까지 문서화해 뒷말이 나오지 않게 대못을 박아야 한다. 그래도 믿기 힘든 게 트럼프식 협상 기술이다. 핵잠수함이 4척 안팎 필요하다니 미국과 한국에서 나눠 건조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전작권 전환은 자주국방의 핵심 요건이지만, 우리 의 사전 국방역량 강화가 전제되려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자주국방' 슬로건은 60년 가까이 된다. 박정희 정부가 향토예비군을 창설(1968년)하며 처음 사용했다는 설(說)이 있다. 1970년 국방과학연구소를 설립하면서 근거법령에 '자주국방을 위함'이라 공식 명문화했다. 박정희 정부가 '생존'에 초점을 뒀다면, 노무현 정부는 '협력적 자주국방'을 표방했다. 강조점의 차이가 있을 뿐 자주국방이 주권국의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라는 데에는 이설 없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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