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어·미나리·고춧양념이 빚어낸 붉은 조화
고급 생선의 경계를 깨고 탄생한 대구식 복어요리
대구 10미 중 하나인 '복어불고기' 박지현기자 lozpjh@yeongnam.com
색다른 복어 요리를 찾는다면 대구 수성구 들안길로 향하면 된다. 그곳에서는 맑은 복어탕에서 흔히 보던 투명한 속살 대신, 붉은 양념을 잔뜩 머금은 복어가 미나리와 함께 철판 위에서 자글자글 끓어오르는 것을 볼 수 있다. 복어에 윤기가 돌기 시작하면 고소한 김이 피어오르는데, 이때 복어살을 한 입 베어물면 탱글한 복어살이 으깨지며 채소의 아삭한 식감과 어우러진다. 복어 불고기를 입에 넣는 순간, 매콤함과 감칠맛이 차례로 밀려들며 '복어의 또 다른 얼굴'을 마주할 수 있다.
대구 10미 중 하나인 '복어불고기' 박지현기자 lozpjh@yeongnam.com
복어는 오랫동안 대구에서 '특별한 날에나 먹는 생선'으로 여겨졌다. 복어요리라 하면 으레 맑은 탕이나 회가 떠오르지만, 더 가볍게 즐기고 싶던 지역의 입맛은 새로운 조리법을 만들어냈다. 고춧가루 양념에 콩나물과 채소를 넣어 매콤하고 쫄깃한 식감을 끌어올린 복어불고기가 그렇게 대구 고유의 맛으로 자리 잡았다.
수성구 들안길에서 1978년부터 가업을 잇고 있는 이지명(43) 미성복어불고기 대표는 복어불고기의 시작을 설명했다. 그는 "처음에는 어머니가 소불고기 집을 했다. 그러다 어머니가 복어를 먹어보시고는 그 식감에 반해 복어로 불고기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어느순간 보다 싼값에 복어를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주변에 다른 복어불고기집들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다만 복어라는 재료의 특성상 높은 연령층에 고객이 집중되어 있는 것에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아무래도 복어가 보신이 되다보니 연령층이 높은 나잇대에서 수요가 많다. 그나마 주말엔 20-30대들도 종종 보이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복어불고기를 어느정도 먹고 난 후, 남은 양념과 함께 철판에 볶아먹는 볶음밥은 선택이 아닌 필수 코스다. 고슬고슬한 밥 사이로 참기름과 미나리 향이 은근하게 베이는데 불판의 잔열이 그 향을 더욱 짙게 끌어올린다. 많은 단골들이 "복어불고기보다 볶음밥 맛을 잊지 못해 다시 찾는다"고 입을 모은다. 어떤 이들에겐 이 볶음밥이야말로 이 음식의 진짜 '하이라이트'인 셈이다.
◆ 저마다의 '복어불고기 한 점'
'대구 10미 시식단'으로 나선 외국인 크리스와 타지인 영현이 복어불고기를 시식하면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박지현기자 lozpjh@yeongnam.com
철판 위에서 복어불고기가 완성돼가자 시식단의 시선이 한곳으로 모였다. '영남일보 대구 10미 시식단'인 칠레 출신 크리스티안(Christian A)씨와 경기도 출신 서영현씨는 들안길의 복어불고기를 각자의 입맛으로 해석했다.
영현씨는 익숙한 듯 낯선 맛에서 대구 음식의 개성이 보인다고 밝혔다. 영현씨는 "아구찜을 생각했는데 그것보다는 훨씬 더 쫄깃해서 식감이 좋다. 양념은 매콤하면서도 은근히 달달하다"며 "대구는 익숙한 양념에 하나의 변주를 줘서 대구만의 개성을 찾아가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크리스티안씨는 생각보다 거부감이 없어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그는"생선을 그다지 즐기지 않아 걱정했는데 비린맛이 거의 없어서 놀랐다"며 "흐물흐물할 줄 알았는데 복어가 단단해서 씹는 재미도 있고 오히려 다른 해물찜보다 더 쉽게 시도해보기 좋은 음식 같다. 근데 맵다"고 설명했다.
시식단 소개 : 서영현(올해 취업으로 대구에 첫발을 디딘 새내기 직장인), 크리스티안(칠레 출신, 대구 생활 2년 차 외국인)
대구 10미 중 하나인 '복어불고기'를 먹고 난 양념에 밥을 볶아 볶음밥을 만들면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박지현기자 lozpjh@yeongnam.com
◆ 매콤쫄깃한 복어불고기 레시피
1. 복어살 손질하기: 복어살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후 빨간 양념에 무친다.
※ 복어는 독이 있어 반드시 복어조리기능사 등 전문 조리사가 손질해야 한다.
2. 재료 준비하기: 콩나물을 물에 잘 씻는다. 양파는 채썰고 대파는 어슷하게 썬다. 미나리는 5cm 정도로 썰어 준비한다.
3. 볶기: 팬에 기름을 두르고 양념된 복어살을 볶다가 손질한 야채를 넣어 계속 볶는다.
4. 담아내기: 야채의 숨이 죽으면 그릇에 요리를 담아내고 통깨를 뿌려준다.
※팁: 복어는 12월이 제철이라 겨울에 특히 맛이 더 뛰어나다. 최근에는 독을 제거해 손질된 복어가 판매되므로 이를 활용하면 집에서도 조리할 수 있다.
박지현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