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계엄령 선포에 반대하는 시민 및 이를 저지하는 경찰 병력들이 모여 혼잡스러운 상황을 빚고 있다. 연합뉴스
비상계엄 사태 후 1년이 지났지만 '과거와의 싸움'은 여전히 끝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계엄 충격파로 시민 일상에 균열이 간게 뼈아프다. 진영간 맞불 집회가 간헐적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갈등을 부추기는 형국이다. 또 한켠에선 사회적 다툼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시민들도 늘고 있다. 계엄으로 촉발된 고물가, 고환율 등 '경제 리스크'는 아직도 완화되지 않고 있다. 그만큼 계엄발 상처가 큰 탓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2차 표결을 앞둔 지난해 12월14일 야 6당 당원 및 대구 시민들이 중구 228 공원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영남일보DB
지난 2월8일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고 있다. 영남일보DB
◆'사회 이슈' 대중 목소리↑…일상화된 양극화 논쟁
'12·3 비상계엄'을 둘러싼 각종 사회적 이슈에 대한 맞불 투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민심과 국론이 둘로 쪼개진 '양극화'가 고착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날이자 해제 당일인 지난해 12월4일 대구 동성로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윤석열 대통령 퇴진' 관련 촛불 집회가 열렸다. 이후 탄핵 심판이 가속화되면서 찬성과 반대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지난 4월 윤 대통령이 탄핵된 후부턴 정치 이념으로 번졌다. 최근까지 이념에 천착된 산발적 시위가 지속되고 있다. 오는 3일엔 비상계엄 1년을 맞아 서울 등에서 윤 대통령 탄핵 관련 찬반 집회가 예정돼 있다.
시민들은 적잖은 피로감을 호소했다. 각종 집회에 대한 거부감이 생겼다는 이들도 적잖다. 시민 김상천(23)씨는 "계엄을 거쳐 탄핵 이후 오히려 뉴스를 덜 보게 됐다. 정쟁과 권력 투쟁 이야기만 반복돼 실망감이 크다"며 "요즘도 검찰개혁 같은 정치 갈등 이슈만 계속 들리는데 정치적 분열이 더 뚜렸해진 거 같다. 올바른 사회를 구축하는 집회는 찬성이지만, 정치 이념관련 맞불 집회는 제발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구가톨릭대 장우영 교수(정치외교학과)는 "계엄 사태로 한국 민주주의가 국제평가에서 '결함 있는 민주주의'로 강등된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다만, 한국에서 군이 다시 정치에 개입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이 재확인된 건 긍정적 신호"라며 "계엄사태를 계기로 정서적 양극화는 더욱 심화됐다. 갈등의 핵심은 시민 간 대립이 아니라 정치 엘리트 간 충돌이 일반 시민에게 전이됐다는 것이다. 사회적 균열을 봉합하려면 정치권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신청 및 지급 첫날인 지난 21일 대구시내 한 행정복지센터 모습. <영남일보 DB>
◆"이젠 '민생 경제' 충력 기울여야"
'비상계엄'의 여파가 경제 활동의 불확실성을 가중시켰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소비 심리 위축과 자영업자 및 기업의 경영 악화 등이 경제 지표에서 계속 확인된 만큼, 경기 불황의 돌파구를 찾아 온전한 안정을 빨리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 김모(23)씨는 "계엄여파로 주변 곳곳에서 가게가 문을 닫았다. 학교 앞 임대가 늘고, 취업도 어려워지고 있다"며 "계엄 당시 환율이 1천400원대 중반까지 치솟았는데, 현재까지도 요지부동이다. 해외 여행이나 교육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고 했다.
계엄 당시 취업자 감소와 실업률 상승 등 고용 지표 악화를 겪은 지역 업체들은 여전한 경영불안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해야 할 때라고 했다. 정덕화 대구경영자총협회 상무는 "지난 1년간 지역 기업들이 가장 크게 체감한 변화는 '불확실성의 급증'이었다. 기업은 좋든 나쁘든 전망이 명확해야 대책을 세울 수 있는데 계엄 사태 직후 지역 기업들의 투자 결정이 늦춰지고, 신규 사업이나 설비투자 계획이 무기한 미뤄졌다. 지금이야 관세협상 타결로 큰 고비는 넘겼지만, 환율 급등으로 아직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밝혔다.
계엄의 '늪'은 내수 침체와도 연결됐다. 작년 연말 특수를 누려여 할 시기에 자영업자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지독한 악몽이었다. 상인 이모(62)씨는 "코로나 이후 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매출이 계속 감소했는데 계엄사태로 더 큰 타격을 입었다"며 "그 여파로 곤두박칠치던 경제 지표가 도통 오르지 않으니, 소비자들도 지갑을 굳게 닫았다. 대선 이후 반등의 여지가 보이지만 민생 안정까진 시간이 걸릴 듯 하다. 현 정부의 소비 쿠폰 정책으로 급한 불은 꺼졌지만,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대안이 뒤따라야 한다"고 했다.
이동현(사회)
산소 같은 남자
조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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