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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43년 햄버거집부터 고분군까지…세월·역사 간직한 농촌으로

2025-12-04 15:05

‘핑계고’ 따라 간 경북 의성

삼한시대 부족국가였던 조문국의 1호 고분 경덕왕릉. 경북 의성 조문국사적지에 있다.

삼한시대 부족국가였던 조문국의 1호 고분 경덕왕릉. 경북 의성 조문국사적지에 있다.

그곳은 농촌이기 전에 국가였다. 고대에 경북 의성은 초기국가 형태의 나라 조문국(召文國)이었다. 삼한시대의 부족국가였다. 조문국이 언제 멸망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김부식의 삼국사기에는 벌휴왕 2년(185) 사로국(신라)이 조문국을 공격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하지만 학계에선 진한에서 신라로, 변한에서 가야로 전환하는 시점을 고려해 4세기 정도의 일로 본다. 길다면 긴 시간 동안 국가가 유지됐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역사로 의성 곳곳에 조문국의 흔적이 남아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고분이다. 의성 금성산 일대에는 고분이 분포해 있다. 5~6세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고분군은 돌무지덧널무덤이 주인데, 경주가 아닌 곳에서 이렇게 많은 돌무지덧널무덤이 축조된 것은 이례적이다. 1960년대부터 발굴이 이뤄져 유물도 셀 수 없을 정도로 쏟아져 나왔다. 조문국만의 화려하고 독창적인 문화를 엿볼 수 있다.


경북 의성을 방문한 예능 프로그램 핑계고 멤버들. 조문국사적지에서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방송인 조세호 인스타그램 캡처>

경북 의성을 방문한 예능 프로그램 '핑계고' 멤버들. 조문국사적지에서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방송인 조세호 인스타그램 캡처>

의성은 이런 풍부한 역사문화유산과 고즈넉한 풍경을 지니고 있음에도 지난 봄 대형 산불로 한동안 발걸음이 끊겼다. 하지만 최근 미디어를 통해 의성의 매력이 알려지면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다시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유재석의 예능 프로그램 '핑계고'에 소개된 명소를 따라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유적지는 물론 세월을 간직한 맛집과 골목 등도 주목받고 있다. 도시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오래된 농촌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가을의 끝자락, 한파가 시작되기 전 '핑계고' 코스를 따라 의성으로 떠났다. 14면에서 계속


경북 의성군 의성읍 의성역 앞에 위치한 중국집 영춘원 외관.

경북 의성군 의성읍 의성역 앞에 위치한 중국집 '영춘원' 외관.

의성 맛집 영춘원의 대표 메뉴인 고기짬뽕. 해물 대신 고기가 들어가 있다.

의성 맛집 영춘원의 대표 메뉴인 고기짬뽕. 해물 대신 고기가 들어가 있다.

의성에 도착했을 땐 2시 조금 안 되는 시각이었다. 첫 목적지는 의성역 바로 앞에 위치한 중국집 '영춘원'이었다. 점심시간이 꽤 지난 때였지만 테이블 절반 이상이 채워져 있었다. 동네에서 맛있는 중국집으로 입소문이 자자하다고 한다. 대표 메뉴인 돼지짬뽕과 탕수육을 주문했고 음식이 나오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해물 대신 돼지고기가 들어간 돼지짬뽕은 느끼하지 않으면서도 깊고 진한 육수를 자랑했다. 탕수육은 잡내 없이 적당한 튀김 두께로 '겉바속촉'의 정수다.


의성 달라스햄버거 외관. 43년 된 햄버거 맛집으로 할머니 혼자 운영한다.

의성 달라스햄버거 외관. 43년 된 햄버거 맛집으로 할머니 혼자 운영한다.

의성 달라스햄버거 내부. 오래된 가게답게 세월의 흔적이 깃든 인테리어가 눈에 띈다.

의성 달라스햄버거 내부. 오래된 가게답게 세월의 흔적이 깃든 인테리어가 눈에 띈다.

바로 뒷골목에는 추억의 '달라스햄버거'가 자리한다. 달라스햄버거는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는 전국적인 햄버거 체인점이었다. 이후 다른 햄버거 프랜차이즈의 가세로 하나둘씩 사라져 현재 몇 곳 안 남게 됐다. 그 가운데 한 곳이 의성읍에 있다. 세월의 흔적이 엿보이는 외관에 이끌려 문을 열고 들어서면 할머니 혼자 가게를 지키고 있다. 무려 43년 동안 운영했다고 한다. 가게는 1980년대가 연상되는, 그렇다고 억지로 꾸며내진 않은 분위기다. 꽃무늬 벽지와 빛 바랜 메뉴판, 옛 아이스크림 냉동고 등 레트로한 인테리어로 드라마 세트장에 온 듯한 느낌이 든다. 대표 메뉴는 불고기햄버거. 불고기 패티, 달걀프라이, 양배추, 마요네즈, 케찹 등을 넣어 만든다. 옛날 분식집에서 먹던 햄버거 맛으로 정겹다. 음식은 포장만 가능한데, 주문 후 매장 내부에 비치된 소품들을 구경하다보면 금세 나온다.


달라스햄버거 벽면 한 켠에 붙어 있는 예능 프로그램 핑계고 멤버들의 친필 사인.

달라스햄버거 벽면 한 켠에 붙어 있는 예능 프로그램 '핑계고' 멤버들의 친필 사인.

의성 금성면에 위치한 조문국사적지. 의성 금성면 일대는 조문국의 옛 터전으로 대규모 고분군이 자리한다.

의성 금성면에 위치한 조문국사적지. 의성 금성면 일대는 조문국의 옛 터전으로 대규모 고분군이 자리한다.

자가용으로 얼마 안가면 조문국의 터전 금성면에 도착할 수 있다. 조문국사적지, 조문국박물관 등이 서로 멀지 않은 거리에 자리한다. 의성은 경주에서 한강 유역으로 진출하는 중요 교통로에 위치한다. 당시 신라에서는 이곳을 매우 중요한 지역으로 인식했다. 이런 사실은 의성 내 대규모 고총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금성면 일대는 오랫동안 조문국의 도읍지였다. 이는 대규모 고분군과 수준 높은 위세품에서 확인된다. 금성산 일대에는 조문국 경덕왕의 무덤을 포함해 370기가 넘는 고분이 분포해 있다. 하나의 능선에 지속적으로 조성된 대규모 고분군이다. 고대 국가의 장례·권력 문화를 가늠하게 한다.


대리리 2호분 내부 모습을 재현한 조문국고분전시관. 조문국사적지에 위치해 있다.

대리리 2호분 내부 모습을 재현한 조문국고분전시관. 조문국사적지에 위치해 있다.

조문국고분전시관에선 조문국이 존재하던 당시의 매장 풍습을 엿볼 수 있다.

조문국고분전시관에선 조문국이 존재하던 당시의 매장 풍습을 엿볼 수 있다.

금성면 대리리에 위치한 조문국사적지는 이 고대 조문국의 역사를 담고 있는 유적지다. 넓은 대지 위에 경덕왕릉을 비롯한 여러 고분이 자리한다. 작약 단지와 함께 산책로를 잘 조성해 옛 정취가 느껴지는 고즈넉한 자연을 걸으며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대리리 2호분 내부 모습을 재현한 조문국고분전시관도 이곳에 위치해 있는데, 출토유물, 순장 문화 등을 통해 당시 매장 풍습을 엿볼 수 있다.


조문국사적지 맞은 편에 위치한 조문국박물관은 의성에서 출토된 다양한 유물을 보관하며 조문국과 관련된 전시를 선보인다.

조문국사적지 맞은 편에 위치한 조문국박물관은 의성에서 출토된 다양한 유물을 보관하며 조문국과 관련된 전시를 선보인다.

현재 의성 조문국박물관 3층에선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 이수지의 그림책 전시도 열리고 있다.

현재 의성 조문국박물관 3층에선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 이수지의 그림책 전시도 열리고 있다.

금성면 일대에선 조우형 금동관, 금동관모, 은제관장식, 의성양식 토기 등 다양한 유물도 출토됐다. 현재 조문국사적지 맞은 편에 위치한 조문국박물관에서 보관·전시 중이다. 2013년 개관한 조문국박물관은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역사 체험의 장이다. 2층에서 열리는 상설전에선 출토된 유물과 문헌 등을 통해 조문국의 성립과 발전 과정,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과 문화를 살펴볼 수 있었다.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전 연령대의 눈높이에 맞춘 전시 구성으로 누구나 부담 없이 관람 가능하다. 지상 3층에선 수준 높은 그림책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다.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 이수지와 함께 '이렇게 멋진 날, 이수지의 그림책'展을 선보이고 있었다. 전시관을 작가의 대표작 원화와 미디어 영상 체험 공간 등으로 꾸민 데 더해 다양한 참여형 프로그램을 운영해 특히 가족 단위 방문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국내 최초 공룡 관련 천연기념물인 의성 제오리 공룡발자국 화석산지.

국내 최초 공룡 관련 천연기념물인 의성 제오리 공룡발자국 화석산지.

차로 4분 이동하면 인근에 제오리 공룡발자국 화석산지가 자리한다. 국내 최초 공룡 관련 천연기념물이다. 약 1천656㎡에 달하는 방대한 면적에 밀집한 공룡발자국이 보존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4개의 층준에서 300개 이상의 공룡발자국이 관찰된다. 1억년 전 중생대 백악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조문국보다 훨씬 이전,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하기 전의 흔적까지 고스란히 남아 있으니 이보다 더 유익한 역사 기행지도 드물지 않을까.


제오리 공룡발자국 화석산지. 공룡발자국이 밀집하게 관찰된다.

제오리 공룡발자국 화석산지. 공룡발자국이 밀집하게 관찰된다.

글·사진=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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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희

문화부 조현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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