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일자로 소급 적용…현대차·경제단체 “경영 리스크 해소” 일제히 환영
완성차 ‘탈(脫)국내’ 기조 맞춰 지역 협력사도 단순 수출보다 현지 생산 확대 주력할듯
자동차 부품 생산업계가 밀집한 대구 달서구 성서산업단지 전경. 영남일보DB
미국 정부가 한국산 자동차와 부품에 대한 관세율을 15%로 확정하고, 이를 11월 1일자로 소급 적용한다는 내용을 관보에 공식 게재하면서, 대구경북 자동차부품업계는 당장의 비용 부담보다는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점에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미국 상무부와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일(현지시각) 한·미 관세협상으로 합의된 관세 인하를 확정한 연방 관보를 사전 공개했다. 최종본은 4일 게재될 예정이다. 관보에 따르면 한국에 대한 자동차·부품 관세는 11월 1일자로 소급해 15%로 인하된다. 다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상으로도 25%의 관세가 유지되고 있는 픽업트럭에 대해서는 유럽연합(EU), 일본과 동일하게 25% 관세가 적용된다.
지역 차부품업계는 이번 조치를 '최악을 피한 차악'으로 받아들이면서도, 경영 예측 가능성이 확보됐다는 점에선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간 지역 기업들은 미국발(發) 통상 정책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없어 내년도 사업 계획 수립에 난항을 겪어왔다. 실제, 정부의 관세협상 이전의 25% 관세율은 올해 부품업계의 실적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불확실성을 걷어낸 지역 중견 업계의 대응 전략은 '현지 생산 확대'로 모아지고 있다. 단순히 전체 생산 물량을 늘려 수출로 밀어내기보다는,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을 높이는 고객사(완성차 업체)의 전략 변화에 철저히 보조를 맞추겠다는 복안이다.
관세 장벽이 높아진 상황에서 국내 생산·직수출 방식은 가격 경쟁력 하락이 불가피하다. 이에 현대차·기아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관세 회피와 시장 방어를 위해 미국 현지 공장 가동률을 높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지역 협력사들 역시 이러한 흐름에 맞춰 미국 동반 진출 공장의 라인을 증설하거나, 현지 법인의 생산 비중을 대폭 늘리는 방식으로 우회로를 찾고 있다.
지역 자동차부품 기업 한 관계자는 "관세 부과 자체는 악재가 분명하지만, 불확실성이 걷혔다. 관세율이 낮아지면 부담이 줄어드는 부품사들에겐 희소식"라며 "전체 생산이 늘어나기 보다는 북미 현지 생산체제가 늘어나는 고객사들의 움직임을 따라가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국내 완성차 업계와 경제단체들도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대미(對美) 관세협상 타결을 위해 힘써 준 정부와 국회에 감사하다"며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품질 향상 및 기술 혁신 등 글로벌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역시 "일본, EU와 동등한 여건에서 경쟁할 수 있게 되어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평가했다.
정부도 후속 지원 사격에 나선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수출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제거되고 숨통이 트일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며 "기업들의 애로사항 해소를 위해 관세 대응 컨설팅과 관세 바우처 제도 등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한국무역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들은 이번 조치가 한·미 경제동맹의 신뢰를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논평하면서도, 국회의 조속한 법안 처리 등 후속 조치를 당부했다.
이동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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