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약사 은퇴 후 공백 지속…수익성·코로나 여파로 운영자 찾기 난항
정부도 상비약 제공 방안 검토…약국 설치가 가장 실효성 높은 대안
“의약품 접근성 개선 기대”…공항 의료 안전망 구축 첫걸음 될지 주목
대구국제공항 여객터미널 내부에 약국 입점을 가정한 이미지. 공항 내 약국 부재로 인한 의약품 접근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약국 신설 가능성이 검토되고 있다.<챗지피티 생성>
대구국제공항에 7년여 만에 다시 약국이 들어설 지 주목된다. 공항 이용객이 기본 해열제 하나 구하기 어려운 지방공항의 의료 취약성을 개선할 중대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9일 한국공항공사가 최근 온비드에 공개한 자료를 보면, 약국은 여객터미널 2층 일반대합실 내 21㎡ 규모 공간에 들어선다. 최소 연간 임대료는 3천만원(월 250만원)으로 책정됐다. 입찰은 오는 10일 마감되며 개찰은 11일 진행된다. 지역에서는 "과거엔 유찰됐지만 이번엔 실제 약국 운영자가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대구공항은 연간 350만명 안팎이 이용하는 전국 중형 공항이다. 하지만 현재는 약국은 없는 상태다. 영유아·고령층 이용객이 갑작스러운 복통·발열 증세를 보일 때 즉시 대응하지 못하는 문제가 수년째 이어지며 이에 대한 불편 민원도 줄기차게 제기돼 왔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아이가 배탈이 났지만 공항에 약국이 없어 큰 어려움을 겪었다"는 진정이 접수된 바 있다.
대구공항 내 약국 부재상황은 2018년 8월, 당시 공항에 입점한 약국 약사의 고령화로 영업이 종료되면서 시작됐다. 이후 약국 입점에 대한 공개입찰에 있었지만 신규 사업자가 나서지 않아 유찰됐다. 수익성 부담과 제한된 영업 환경,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 확산 여파까지 겹치며 공백이 장기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입찰은 멈춰 있던 약국 재설치 논의를 본격적으로 재가동하는 첫 시도라는 점에서 지역사회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부 역시 지방공항 의약품 접근성 개선을 정책 과제로 두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약국이 없는 공항에선 해열진통제·소화제 등 안전상비약을 안내데스크에서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항이 '특수장소'로 지정돼야 비약사 직원이 상비약을 제공할 수 있어 법·고시 개정이 필요하다. 법 개정 기간을 감안하면 약국 설치가 가장 직접적이면서 실효성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현재 공항내 안내데스크에서 제공되는 의약외품은 밴드·거즈 등 상처 처치용 품목이 대부분이다. 감기약·해열제·진통제 등 실제 수요가 높은 의약품은 제공할 수 없다. 국토부 통계에서도 지방공항 의약외품 제공 건수는 지난 8월 이후 고작 7건에 그쳤다. 여객 규모 대비 운영 효과가 극히 미미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약국 유치 시도를 지방공항 의료 편의성의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은 지난 8월 약국 입찰이 연 11억5천만원에 낙찰될 만큼 경쟁이 치열했다. 공항 특성상 의약품 수요가 꾸준히 발생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대구공항 역시 코로나19 이후 여객 회복세가 이어지며 의약 접근성 요구가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또한 대구공항은 군 공항(K-2) 이전 논의와 향후 화물 터미널 확장 가능성이 꾸준히 언급되는 곳이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이용객 변화에 적극 대비하려면 약국은 단순 편의시설을 넘어 지역 공항의 '기본 의료 안전망'을 구성하는 핵심 시설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대구공항 관계자는 "약국 유치는 이용객 편의를 한 단계 끌어올릴 중요한 과제"라며 "앞으로 공항 의료 서비스 향상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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