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FC 박대훈이 지난 8월30일 대구iM뱅크PARK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28라운드 홈경기에서 수원FC에 멀티골을 터뜨린 후 포효하고 있다. 이날 3대1 역전승을 거둔 대구는 17경기만의 승리를 거뒀다.<대구FC 제공>
대구FC의 라마스, 에드가, 세징야, 카이오 선수.<대구FC 제공>
대구의 세징야가 지난 10월18일 K리그1 강원FC를 상대로 슈팅을 하고 있다. <대구FC 제공>
창단 후 두 번째 강등을 맞은 대구FC 앞에는 K리그2라는 새로운 길이 놓였다. 강등은 있을 수 있지만, 더이상 반복돼선 안된다. 대구FC의 강등 원인과 승격 가능성을 상편, K리그 1·2부를 망라한 결산을 하편에 나눠 싣는다.
◆10년 만의 다이렉트 강등…초반 대량실점이 '패착'
38전 7승13무18패. 대구FC의 2025 K리그1 최종 성적이다. 최하위(12위)로 다이렉트 강등됐다. 내년 시즌 2부에서 뛴다. 10년 만이다.
시즌 초반, 대량 실점과 연패가 결정적 패착이 됐다. 9라운드 전북 현대전에서 패하며 창단 첫 7연패에 빠졌다. 당시 박창현 감독 체제는 쓰리백에서 포백으로 전술 변화를 시도했지만 연패의 늪에 빠졌고, 박 감독은 자진 사임했다.
5월말, 17라운드부터 소방수로 김병수 감독을 투입했지만, 지긋지긋한 '16경기 무승'이란 터널에 갇혔다. 수비불안은 심각한 상황이었다. 특히 대구의 고질인 팀의 에이스 세징야에 대한 의존도는 높았고, 급기야 팀의 원탑이 부상으로 장기이탈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실점은 꾸준히 쌓여갔다.
시즌 후반부터 김 감독의 전술이 선수들에 흡수된 것으로 평가된다. 패배를 줄이고 무승부를 이어가며 승점을 확보하는 경기를 늘려갔다. 34라운드 울산전, 35라운드 수원전, 37라운드 제주전에서 대구는 모두 1대1로 무승부 행진을 했다.
◆구단의 소통 부재, 팬들 실망감 부추겨
대구의 강등 수순 과정에서 구단의 역할에 의구심을 갖는 팬들이 적잖다. 대구의 서포터즈 연대'그라지예'는 지난 5일 대구 구단의 방향성 없는 운영, 스쿼드 구성 악화, 사령탑 교체, 인사 적체, 외부 간섭 차단을 주장하며 장기 투쟁을 공식화하기도 했다.
팬들과의 소통 부재는 위기를 더욱 키웠다는 지적이다. 지난 7월31일엔 13경기 무승으로 강등 위기에 처하자 팬들과의 간담회도 마련됐다. 팬들의 분노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열린 이날 간담회에서 팬들은 부진의 원인과 해결책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듣고자 했지만, 구단은 사과성 발언을 반복할 뿐 팬들의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소통을 거부한듯한 구단의 대응은 결국 일부 팬들과 조광래 전 대표이사 일행 차량과의 대치를 빚어내기도 했다.
또 대구FC는 시민구단으로서 대구시의 예산을 지원받는다. 주식회사로서 자율성, 독립성이 보장돼야 마땅하지만 대구시가 최소한의 관리·감독 기능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요구도 적잖다.
◆대구, 막판 10경기서 "경기력 되찾았다" 평가
이처럼 대구는 뼈아픈 강등을 했지만, 희망의 작은 불씨까지 꺼져버린 건 아니다. K리그1 마지막 10경기(29~38R)의 승무패와 승점을 보자. 대구FC는 15점으로 12개 팀 중 중위권(6위)에 위치하고 있다. 이는 대구의 강등 성적(12위)보다 무려 여섯 계단 올라간 수준이다.
더욱 눈길을 끄는 점은 대구가 이 기간 단 1패만 기록해 1부 구단 중 '가장 지지않는 팀'으로 기록됐다는 것이다. 12개 팀 중 1패를 기록한 팀은 대구가 유일하다. 반면, 1위를 점한 대전하나시티즌 2패를 비롯해 광주FC 4패, 김천상무 5패, 제주SK FC는 6패를 기록했다.
이진택 인천 유나이티드 FC 부장은 "대구의 막판 10경기는 놀라웠다. 한 번만 졌다. 대단했다. 그 전까지 계속 패하다가 경기력를 되찾고 제자리를 잡은 것"이라면서 "결국, 대구는 경기력이 올라왔지만 초·중반 벌어진 승점차를 극복하지 못해 강등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부장은 "대구는 코리아컵 우승과 준우승 등 업적이 많은 팀이다. 시민구단 특성상 제약된 예산 구조 속에서 잘 해왔다는 것을 타구단에서도 인정받고 있다"면서 "K리그는 강등권이 3개 팀이다. 자칫 잘못하면 탈락 위기에 처하는 게 K리그"라고도 덧붙였다.
◆인천, 전력 그대로 승계해 재승격 성공
인천 유나이티드는 올시즌 K리그2 강등 1년 만에 재승격했다. 지난 시즌 K리그1 최하위 12위로 추락, 창단 처음으로 2부 강등됐다. '생존왕'이란 별명이 붙을만큼 팀이 위기에 몰릴 때마다 가까스로 잔류에 성공한 인천의 역사에 마침표가 찍혔다. 특히 2부 팀들이 늘면서 기업구단조차 1부 승격을 위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천의 급속한 승격은 그래서 더욱 놀랍다.
인천은 자신들의 승격 비결을 무엇이라 꼽을까.
인천 구단은 강등 후 선수들을 지켰다. 대부분의 강등 구단들, 특히 지자체 예산이 불가피한 시민구단의 경우 핵심 선수들이 줄줄이 이적한다. 떠날 선수들의 이름이 오르내리면 동료 선수들도 갈피를 못잡는다. 그게 강등팀을 더욱 추락시키는 주된 요소라고 구단들은 입을 모은다.
하지만 인천의 핵심 선수인 무고사를 중심으로 한 바로우, 제르소, 이명주 등이 팀을 떠나는 대신 잔류를 택했다. 무고사는 최근 팀의 재승격 후 "강등이 확정됐던 경기에서 팬들과 다시 K리그1으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이 부장은 "축구는 조직력이 가장 중요한 스포츠다. 선수 한명을 데려오면 따라 뛸 수 있는 선수를 추가로 뽑고 만들어가는 시간이 필수적"이라면서 "인천은 강등 후 선수들이 떠나지 않아 팀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다. 강등팀은 무엇보다 선수들이 안 떠나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바꾸면 기존 시스템이 붕괴될 수 있고, 다시 정비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정비에 실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울산은 지난 시즌 챔피언십 우승의 스쿼드를 보유하고도 올시즌 강등권을 가까스로 피하는 불운을 겪었다.
박성균 한국프로축구연맹 사무국장은 "인천의 1년만의 재승격은 선수단 누수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유능한 감독을 영입해 팀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간 것에 비결이 있다"면서 "팀의 핵심 선수를 다 붙잡고, 필요한 경우 영입을 하니까 전력이 더 좋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사무국장은 "대구는 선수 뎁스가 얇다. 선수단 보강이 시급한데 강등 후 주춤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태원 대구축구협회장은 "재승격도 중요하지만 다시 2부로 추락하지 않는 팀이 되는 게 더 시급하다"면서 "이참에 유소년 육성을 통해 대구 축구의 기반을 탄탄하게 하면서 팬친화적 사업을 확장하는 등 시민구단의 정체성을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두터운 팬심은 대구가 빠른 시일 내 승격하는 것은 물론, 대구의 영속성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다.
이호경 대구FC엔젤클럽 회장은 "강등은 뼈아프지만 이것을 대구가 팀을 단단하게 재정비하고 한걸음 진보하는 시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대구는 운이 좋다. 내년 2부에서 최대 3개 팀이 승격할 수 있다. 1부 승격을 위해 적극적 자세로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이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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