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철 대구YMCA 사무총장
"인류는 기후변화 때문에 곧 멸망할 것이다." 이러한 종말론적 담론은 이제 우리 사회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 되었다. 영화, 방송 등에서 기후 이변으로 지구가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는 이제 누구나 한다. 이런 현실은 전 세계 어린이와 청년 10만 명을 대상으로 한 칸타르 조사(2021) 결과에서도 나타난다. 응답자의 75%가 미래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고, 절반 이상이 '인류는 끝났다'고 생각했다. 특히 청년 응답자의 5분의 2는 출산을 회피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들은 "아이를 낳아 이런 종말에 가까운 세상에서 살아남으라고 강요하는 일은 양심상 할 수 없다"고 답했다.
개인적인 경험도 비슷하다. 1980년대 말, '녹색평화회'란 환경조직을 만들어 환경실천을 하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에 휩싸였다. 하지만 1992년 리우환경회의를 거치면서, 우리가 열심히 노력하면 조속한 시일 내에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낙관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국제 환경정치는 탄소배출 기업들의 로비에 막혀 환경 지표는 오히려 더욱 악화만 되어갔다.
특히 2015년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 이후, 기후 온도 1.5°C 이하 상승 억제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모든 것이 끝장나는 것처럼 말하는 담론이 만연해졌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1.5°C 이내 억제가 가능하다고 보는 기후과학자는 거의 없다. 이것이 바로 환경운동의 딜레마이다. 대다수의 환경운동에서는 이러한 비관적인 생태지표와 전망을 더욱 부각시켜 경각심을 일깨우고자 애쓰고 있다. 그러나 정작 세계 국가들과 사람들은 기후위기 전환을 위한 행동에 나서지 않거나 무관심해지고 있다. 도대체 왜 그럴까?
'아워월드인데이터'의 책임자인 해나 리치는 "비관적인 전망이 비극적인 미래를 만든다"고 지적하며, 인류 최후의 날이 임박했다는 주장이 세상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되기는커녕, 노력할 의지 자체를 사라지게 만든다는 것이다. 환경운동은 이제 대중에게 두려움이 아닌 희망을 제시해야 할 때이다.
지구 환경 문제를 진정으로 해결하고 싶다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낙관적인 믿음이 필요하다. 비록 기후 온도가 올라가더라도 재앙을 줄이고, 적응하며 대처할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한다. 이미 발전하고 있는 친환경 기술, 예를 들어 풍력이나 태양광 같은 저탄소 에너지 대체 기술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기술개발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기후변화와 산림 파괴를 막고 생물 다양성을 보호하려면 무엇보다 식량 체계를 바꾸어야 한다. 기술 발전에 따라 이제 환경을 훼손하거나 동물을 살상하지 않으면서도 영양이 풍부하고 고기 맛을 내는 식품을 만들 수 있다. 또 심각한 해양 플라스틱 오염 문제 역시 선진국이 저개발국가에 쓰레기 처리시설 투자에 적극 협력한다면 단시간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단지 "기술만이 해답"이라는 것이 아니다. 기술과 인간의 노력을 합쳐 현실적인 방법을 찾는다면 충분히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냉정하게 기후위기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제도 변화를 위한 정치적 환경 실천에 성공한다면 지구를 반드시 살릴 수 있다. 이제 환경운동의 새로운 길이 요구된다. 효과적인 환경운동을 위해 비판적인 관점은 필요하지만, 두려움과 무력감을 넘어 '희망의 실천'이라는 긍정적 프레임으로의 전환이 절실히 요구된다. 함께 힘을 모으면 지속 가능한 밝은 미래는 더 빨리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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