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마지막 주말 영남일보 주말섹션 위클리포유 1792호가 발행된다. <게티이미지뱅크>
어느덧 2025년 마지막 주말입니다. 올해는 시작부터 다사다난했습니다. 비상계엄의 여파와 조기대선 정국이 맞물리며 사회 전반이 극도의 혼란 속으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당연하게 믿어왔던 가치가 훼손될 뻔한 초월적 사태로 후폭풍 또한 작지 않았습니다. 이미 분열된 나라가 또다시 갈라지고, 나와 다른 이들은 적이 되는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소용돌이 속에서도 우리 일상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영남일보 주말섹션 '위클리포유'는 그 작은 틈을 포착해 사람과 지역의 이야기를 기록했습니다. 거대 담론 속에서 자칫 소외될 수 있는 '뉴스의 사각지대'를 찾아나섰습니다. 많은 언론에서 주말섹션 지면이 사라지는 가운데 영남일보는 벌써 1792호를 발행합니다.
영남일보 주말섹션 위클리포유는 2025년도 주말마다 사람과 지역의 크고 작은 이야기를 기록했다. <게티이미지뱅크>
몇몇 독자는 "위클리포유를 보기 위해 금요일을 기다린다"고 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그런 것을 원하고 있었을지 모릅니다. 황량하게 얼어붙은 대지 위에서, 끝도 없는 소란스러운 길 한가운데서 잠시 숨을 고르고 인간과 세계를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것. 누군가는 사소하다며 혀를 내두르지만 그래도 꼭 필요한 이야기 말입니다.
이번 주 주말엔 그런 이야기를 돌아보려 합니다. 격랑의 한 해 속에서도 위클리포유가 기록해온 순간들을 정리해봅니다. 2026년에도 독자 여러분과 함께 기록을 이어가겠습니다.
2025년 4월25일 자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1면
◆100년 건축물·산불지역 여행기…대구경북의 숨은 매력 소개
올해 위클리포유도 영남일보 주말섹션이라는 정체성에 맞게, 대구경북의 숨은 매력을 주로 다뤘다. 4월25일 자에선 대구 도심 곳곳에 자리한 100년 된 건물들의 이야기를 모았다. 최근 '레트로' '빈티지' 등 옛것을 찾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건물을 업사이클링 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이 가운데 대구에는 어떤 오래된 건물이 남아 있을까 하는 궁금증에서 출발해 나온 보도다. 대구근대역사관, 대구화교협회 사무실, 스타벅스 종로고택점 등 지역의 역사와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장소들을 소개함으로써 지역의 오래된 건축물이 지닌 가치를 돌아봤다.
2025년 5월16일 자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1면
그런 한편 지난 3월 발생한 산불로 수많은 시민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 경북은 의성에서 시작해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까지 번지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삶의 터전을 잃어버렸는데 관광객들의 발길까지 뜸해져 주민들의 한숨이 깊은 상황이었다. 5월16일 자 위클리포유는 피해 지역의 회복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자 산불 피해 지역으로의 여행을 독려했다. 자원봉사와 여행을 결합한 '볼런투어(Voluntour)'가 취지였다. 하와이가 마우이 대형 산불 이후 이 캠페인을 통해 관광 수요를 회복한 사례를 참고했다. 피해 지역인 안동과 영덕을 찾아, 재난 이후에도 살아 숨 쉬는 매력적인 곳들을 여행기 형식으로 담았다.
2025년 9월19일 자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1면
새 정부가 들어섰고 문화예술 예산 확대를 약속했다. 다만 출판문화 산업 지원 논의는 비교적 진행되지 않았다. 지역출판은 지역이 소멸하는 시대에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기록하는 역할을 한다. 대구는 또 출판의 도시다. 한국전쟁 당시 전국 각지의 작가들이 피란와 활동했다. 지금도 좋은 작가들이 많고 지역만의 콘텐츠가 풍부하다. 이런 전환점에서 6월13일 자에선 대구의 출판사 대표들을 인터뷰했다. 대구 출판시장의 강점과 지역 출판사에 필요한 지원에 대해 듣는 시간을 가졌다. 신중현 학이사 대표는 "지자체에서 지역출판의 소중함을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도서관이나 학교 같은 공공기관에서 일정 비율로 지역 출판사의 책을 구매하도록 '쿼터제'를 도입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밖에도 동네 목욕탕의 변신(6월22일 자), 수성구의 도시 디자인 실험(9월19일 자) 등 지역의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2025년 2월7일 자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1면
◆필사·교환독서·책 박람회…독서문화 집중 조명
주말에 여유를 갖고 읽기 좋은 문화 이슈도 다뤘다. 그중에서도 특히 '독서 문화'에 집중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촉발된 독서 열풍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도록, 책과 관련한 다양한 이슈를 전했다. 2월7일 자로는 책을 읽는 것에서 나아가 문장을 따라 쓰며 사유를 확장하는 '필사' 유행을 보도했다. 스마트폰과 숏폼 콘텐츠가 일상을 점령한 시대에도, 시간을 들여 문장을 손으로 옮겨 적는 독서 방식이 다시 주목받았다. 특히 필사하는 구절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이전에는 시·산문 등 문학 서적의 구절을 주로 썼다면, 비상계엄 사태 이후엔 헌법을 필사하는 문화가 특히 확산했다. 혼란스러운 정세 속에서 총 130개조로 이뤄진 헌법을 읽고 베껴 쓰며 국가권력과 주권, 민주주의 등의 의미를 되새기는 현상을 살폈다.
2025년 6월27일 자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1면
대규모 책 박람회 취재를 통해 출판시장 이슈도 짚었다. 6월27일 자에선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만난 대만 문학을 조명했다. 올해 서울국제도서전 주빈국으로 대만이 선정되고, 대만 작가들이 국내 독자들을 만나러 오면서 타이완 소설이 더욱 주목받게 됐다. 위클리포유는 대만 문학이 한국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원인을 분석했다. 대만은 일제강점기와 군사독재, 계엄 등 한국과 비슷한 역사를 간직한다. 1990년대부터 민주화와 결합해 성평등 운동이 활발히 전개되면서 현재 성소수자와 여성의 목소리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이런 작품들이 국내 젊은 여성 독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또 세계 최대 규모의 출판 박람회인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 현장에 방문해 10월24일 자에선 글로벌 출판시장의 흐름을 짚기도 했다.
2025년 10월17일 자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1면
10월17일 자는 '교환독서' 문화를 조명했다. 교환독서는 같은 책 한 권을 여러 사람이 돌려 읽으며 밑줄, 메모, 스티커 등 각자의 흔적을 남기는 방식이다. '같이, 따로'가 특징이다. 일반적인 독서 모임의 경우 시간과 장소를 맞추고 발언을 준비해야 한다. 반면 교환독서는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같은 책에 남긴 서로 다른 반응을 보며 웃거나 공감할 수 있다. 위클리포유는 "타인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연결되고 싶은 욕구가 강해진 요즘, 느슨하지만 지속적인 관계 욕구를 충족하는 독서 방식"이라는 점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2025년 3월28일 자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1면
◆점술 열풍·개성 소비…다양한 라이프 스타일 분석
라이프 스타일이 빠르게 변화하는 점을 고려해 올해 위클리포유도 다양한 트렌드를 살펴봤다. 3월28일 자에선 최근 떠오르는 경제 모델 '도넛 경제'를 소개했다. 무한 성장만 추구하는 시스템이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하는 가운데, 인간과 생태를 위한 균형 발전을 지향하는 '도넛 경제'가 주목받고 있다. 도넛 모양인 '◎' 고리는 인간과 세상을 위해 지켜야 할 선이다. 안쪽 고리는 식량, 주거, 교육 등 인간이 최소한으로 누려야 할 사회적 기초를 뜻하고, 바깥쪽 고리는 기후 변화와 생물 다양성 손실, 대기 오염 등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생태적 한계를 의미한다. 이 두 고리 사이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이 도넛 경제가 제시하는 지속 가능한 발전의 방향이다. 위클리포유는 이 모델을 통해 국가·지역의 발전 방향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했다.
2025년 5월30일 자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1면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의 정서도 포착했다. 5월30일 자에선 MZ세대 사이에서 사주·타로 등 점술이 놀이이자 위안의 수단으로 확산하는 현상을 조명했다. 철학관이나 신당을 찾는 전통적인 방식은 물론, 챗GPT 등 AI로 사주를 보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위클리포유는 이를 단순한 미신 소비가 아닌,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시대에 심리적 안정을 찾기 위한 '놀이 문화'로 분석했다. 전문가 의견을 통해 과도한 의존의 위험성을 함께 짚으며 점술 열풍의 이면을 들여다봤다.
2025년 6월6일 자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1면
6월6일 자에선 취향 소비의 확장으로 '기계식 키보드' 유행을 조명했다. 단순한 입력 도구였던 키보드가 이제 개성을 드러내는 '취향템'으로 자리 잡았다.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물건을 만드는 문화가 확산하는 가운데 기계식 키보드 열풍이 그 일환으로 떠올랐다. 기계식 키보드는 키 스위치와 키캡(스위치를 덮는 뚜껑)을 바꿔 끼울 수 있어 소리와 타건감, 반응 속도까지 취향에 맞게 맞춰 사용할 수 있다. 위클리포유는 키보드 하나에도 개성과 취향을 적극적으로 담고자 하는 소비 문화를 짚었다.
조현희
문화부 조현희 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