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신료에 익숙하다보니 김치 맛에도 매료
편식하던 친구들도 자간 보며 “나도 먹을래”
대구 북구의 한 어린이집에 다니는 인도 어린이 자간군이 점심시간 김치를 맛있게 먹고 있다. <어린이집 제공>
자간군이 아버지 라즈씨(왼쪽 첫째)와 어머니 아이샤씨와 함께 김치를 먹고 있다. <라즈씨 제공>
"선생님 김치 더 주세요."
대구 북구의 한 어린이집 점심시간. 인도에서 온 자간(5)군의 목소리에 어린이들은 모두 자간을 바라본다. 자간은 밥과 반찬 중 김치를 가장 먼저 비우는 소문난 김치 마니아다. 식판에 김치가 없으면 숟가락을 들지 않을 정도다. 빨간 양념이 묻은 배추김치를 한입 베어 물고 엄지를 치켜세운다. 자간에게 김치는 단순한 반찬이 아닌 밥상 위의 주인공이다.
자간은 태어난 지 1년 7개월쯤 되던 2022년 7월, 대구의 한 대학교로 부모님이 유학을 오면서 한국 생활이 시작됐다. 본국의 언어도 음식도 익숙하지 않은 어린 나이였다. 아버지 라즈(전기전자 박사과정)씨와 어머니 아이샤(토목과 박사과정)씨가 공부를 하다 보니 자간은 어린이집에 맡겨야 했다. 언어소통이 어려운 어린 자간이 적응할 어린이집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네이버에 소개된 어린이집 정보를 보고 지금의 어린이집과 인연을 맺은 지 올해로 3년 차다.
부모는 자간이 한국 음식에 적응하지 못할까 걱정했는데 기우에 불과했다. 향신료에 익숙한 입맛 덕분인지 김치의 매콤한 맛에 금방 매료됐다. 이제는 김치가 없으면 식사를 거부할 정도로 한국의 맛에 푹 빠졌다. 김치를 싫어하는 어린이집 친구들도 자간을 보면서 김치를 조금씩 먹기 시작한다.
어린이집 관계자는 "자간이 김치를 맛있게 먹는 모습이 다른 아이들에게도 긍정적인 자극이 되어 편식하던 친구들까지 김치를 조금씩 먹는다"고 전한다.
음식이란 공통분모에 김치 한 조각이 아이들 사이의 문화적 장벽을 허무는 마법의 연결고리가 되고 있다. 처음에는 매울까봐 걱정했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김치를 맛있게 먹으며 한국 문화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다.
자간군은 양념 버무린 배추김치는 좋아해도 깍두기나 백김치는 먹지 않는다. 워낙 김치를 좋아해서 다른 반찬도 골고루 먹도록 어린이집에서 식사를 지도하고 있다.
어린이집에서는 매년 12월 외국인 가정을 대상으로 김장 담그기 체험 행사를 진행한다. 직접 담근 김치를 한 통씩 전달하는데 김치를 좋아하는 자간이네는 2통을 전달한다고 했다.
라즈씨는 "김치는 맵고 신맛을 좋아하는 케랄라(자간이 태어난 인도의 주 이름) 음식과 비슷하다. 가족이 김치를 좋아하고 김치볶음밥 요리를 즐겨 먹는다"며 김치에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자간이 본국으로 돌아간 뒤 먼 훗날 어린 시절 한국 김치 맛의 첫인상을 어떤 기억으로 간직할지 궁금해진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