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곤 대구행복한미래재단 상임이사
학부모들께 왜 그토록 자녀 교육에 애쓰는지를 물었다. 대부분, '좋은 대학에 들어가야죠' '나중에 아이가 행복하게 살아야지요'라고 답한다. 어떤 대학이 좋은 대학인지 다시 물어본다. 많은 학부모는 자기 경험을 기준으로 답한다. 수도권 주요 대학, 의·치·한·약·수 계열, 안정적인 직업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고 믿는 곳. 그러나 정작 자녀의 소질과 적성, 그리고 빠르게 변하는 미래 사회에 대해 깊이 고민한 답은 많지 않다. 직업 사전에 1만2천 개가 넘는 직업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지도 않는다. 익숙한 몇 개의 길만을 '정답'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그저 '좋은 대학'에 대한 막연한 기대가 있을 뿐이다.
덧붙여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인가도 물어본다. 많은 경우 돈을 기준으로 이야기한다. 돈을 벌 수 있으면 다른 모든 것은 다 묻어갈 수 있다는 생각인 듯하다. 돈이 중요한 것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돈이 있으면 일정 부분 편리함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돈이 삶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면, 많은 돈을 지녀도 공허해질 수밖에 없다.
동물도 새끼를 낳으면 교육한다. 천적으로부터 생명을 지키는 법, 먹이를 구하는 법, 커서 홀로 생활하는 법을 가르친다. 한 교육 콘퍼런스에서 물리학자 김상욱은 이 이야기를 하면서 인간의 교육 목표도 '독립'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립'은 홀로 생존·생활하기의 다른 말이다. 스스로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물론, 자기 삶의 가치를 만들어낼 줄 아는 상태를 말한다. 자녀 진로와 관련된 어떤 선택의 순간마다 '독립'에 도움이 되는지를 판단 기준으로 삼으면 교육의 방향성이 바로 잡힌다고 했다.
이 생각은 프랑스 계몽주의 교육 사상가 장 자크 루소도 주장한 바 있다. 루소는 '교육의 목적은 아이가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독립적인 인간이 되게 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때 '독립'은 단순한 경제적 독립만 의미하지 않는다. 타인의 판단에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줄 아는 '사고의 독립', 자신의 선택에 책임질 줄 아는 '삶의 자율성', 타인의 기대나 사회적 허영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 자신으로 사는 '내적 자유'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오롯이 홀로서기다.
현장에서 만난 한 직업 체험 강사는 자녀와 함께 수많은 체험을 하며 아이가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찾도록 도왔다고 한다. 아이는 결국 자신이 원하는 분야를 발견했고, 스스로 선택한 길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한다. 애견 훈련소를 운영하는 한 강사는, 자기 일을 알아서 처리하는 자기 자녀와 비교되는 대학 실습생의 이야기를 예로 들어 성인이 되어서도 일상의 작은 선택조차 스스로 실천하지 못하는 경우를 이야기했다. 결국 우리는 아이에게 교과 지식을 얼마나 더 가르쳤는지보다, 스스로 살아갈 기회, 활동할 기회를 주었는지를 돌아봐야 한다.
부모 세대와 달리 이미 물질적 풍요 속에 살고 있는 자녀들의 사회, '일-학습-여가'의 경계가 흐려져 노는 것인지 일하는 것인지 구분도 안 되는 자녀들의 시간, 그리고 AI가 인간의 역할을 대체해 사람 사이의 관계가 완전히 다른 모양으로 정립되어 가는 자녀들의 미래 속에서, 부모는 자녀 교육의 목표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다시 물어봐야 한다.
이제 '어느 대학으로 보내야 할까?'를 물을 일이 아니라, '이 아이에게 스스로 살아갈 힘을 기르게 하고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 그 힘을 기르도록 충분히 기다려 주는가를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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