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진 기자
문경시의 인구소멸 위기는 더 이상 추상적인 경고가 아니다. 학교 통폐합, 빈집 증가, 상권 위축이라는 징후가 일상으로 스며들었다. 숫자는 냉정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사람이 왜 떠나고, 왜 남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있다. 그리고 그 답은 정책의 크기보다 방향에 달려 있다.
문경은 분명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융복합사업으로 산업의 축을 다변화하고, 외국인 계절근로자 도입으로 농촌 인력난을 완화했으며, 가은읍을 비롯한 도시재생으로 생활 인프라를 손질하고 있다. 관광 분야에서도 레저·체류형 콘텐츠를 강화하며 '잠깐 들르는 도시'에서 '머무는 도시'로의 전환을 모색 중이다. 이 모든 시도는 인구소멸을 막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그러나 충분조건은 아직이다. 청년이 돌아오려면 일자리가 있어야 하고, 일자리가 생기려면 산업의 생태계가 작동해야 한다. 공공 주도의 단기 사업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지역 기업의 성장과 민간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는 규제 완화, 창업 실패를 다시 도전으로 연결하는 안전망이 함께 가야 한다. '한 번 해보고 안 되면 끝'인 지역은 청년에게 선택지가 아니다.
아이 키우는 세대의 시선도 중요하다. 보육과 교육의 질, 의료 접근성, 문화·여가 인프라는 곧 정주의지로 이어진다. 빈집을 리모델링해 주거를 공급하는 정책이 실효를 거두려면, 그 집에서의 삶이 안정적이라는 신뢰가 먼저다. 학교, 병원, 돌봄시설이 연결되지 않으면 주거는 '임시 체류'에 그친다.
인구정책은 행정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문제다. 행정은 판을 깔고, 지역은 콘텐츠를 채워야 한다. 주민·청년·기업·대학이 함께 참여하는 거버넌스가 작동할 때 정책은 지속성을 갖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속도다. 인구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완벽한 해답이 아니라, 시행착오를 감내하며 방향을 지켜내는 정책의 인내력이다.
특히 인구정책은 단기간 성과를 보여주기 위한 이벤트성 사업이 아니라, 최소 10년 이상을 내다보는 장기 전략이어야 한다. 인구 문제는 결국 '얼마나 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일관되게 해왔는가'로 평가될 것이다.
문경은 사라지는 도시가 아니라, 다시 설 수 있는 도시다. 답은 이미 현장에 있다. 남은 것은 선택과 결단, 그리고 일관된 실행이다. 인구 소멸의 경계에서 문경이 던져야 할 질문은 분명하다. "사람이 이곳에서 살아갈 이유는 무엇인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하나씩 현실로 만드는 순간, 문경의 미래는 다시 쓰이기 시작할 것이다.
강남진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