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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완 칼럼] 권력효용 체감의 법칙

2026-01-15 06:00

정권 장악력 시간 비례 약화
12·3 비상계엄 발단일 수도
여당 입법 폭주 조급증 발로
절제, 민주적 권력 사용방식
‘직이불사 광이불요’ 새겨야

박규완 논설위원

박규완 논설위원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은 재화나 서비스의 소비 단위를 늘릴 때마다 그 재화와 서비스로 얻어지는 추가 만족감이 떨어지는 현상이다. 독일 경제학자 고센이 주장했대서 '고센의 제1법칙'이라고도 한다. 한계효용은 조건의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재화나 서비스를 추가로 소비했을 때의 만족감의 크기를 말한다. 운동 후의 맥주도 첫 잔의 청량감이 단연 최고다. 잔을 거듭할수록 효용은 감소한다.


정권의 권력도 시간에 비례해 효용이 떨어진다. 집권 후반으로 갈수록 대통령과 여당의 권력 장악력이 약화한다. 권력효용이 체감(遞減)하지 않는다면 '레임덕'이란 용어가 없었을지 모른다. 여느 정권이든 집권 초기에 개혁을 서두르는 것도 권력효용 체감의 현실을 인지하기 때문이리라.


12·3 비상계엄 역시 권력효용 체감 현상이 발단일 수 있겠다 싶다. 권력 체감을 작위적으로 정지시키고 더 많은 권력을 얻겠다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망상이 계엄 선포의 동기였을 개연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실제 윤석열 정권 임기 절반을 변곡점으로 공천 개입, 디올백 수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재점화 등 김건희 리스크가 불거지기 시작했고, 대통령의 그립이 느슨해지면서 '김건희 방호벽'이 허물어질 조짐을 보였다. 권력 누수를 더 큰 권력으로 막으려 했던 것일까. 내란 특검은 13일 윤 전 대통령 사형 구형 논고문을 통해 "사법권과 입법권을 장악하여 권력을 독점하고 장기 집권할 목적으로 계엄을 선포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입법 폭주도 권력효용 체감을 의식한 조급함의 발로로 여겨진다. 내란재판부 설치, 법 왜곡죄 제정, 정보통신망법 개정, 언론중재법 개정에 가속페달을 밟는다. 하지만 숙고의 시간과 공론화 과정을 생략하고, 법 조문을 정치(精緻)하게 다듬지 못하다 보니 늘 디테일이 미흡하다. 정통망법은 법사위를 거치며 누더기 법안이 됐고, 미 국무부에서조차 "표현의 자유 훼손"을 우려했다. 정작 폐지돼야 할 사실 적시 명예훼손 처벌 조항은 그대로 유지한다니 공감 능력이 의심스럽다. 언론사의 사설·논평까지 반론 청구를 인정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괜한 시빗거리만 만드는 꼴이다.


권력은 야누스다. 효용 체감과 부패는 권력의 두 개의 함정이다. 영국의 역사가이자 정치가 존 달버그 액턴이 왜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고 했을까. 견제 없는 절대 권력의 급속한 붕괴를 역사가 실증하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반지원정대가 '절대 반지'를 없애려던 이유도 절대 권력의 절대 부패를 두려워한 까닭일 터다.


권력은 남용할수록 체감 속도는 빨라지고 부패 가능성이 증폭한다. 반대로 권력을 절제하면 효용 체감을 늦추고 부패 단절에도 유효하다. 절제는 민주적·합리적 '권력 사용방식'이다. 하지만 행정 권력과 입법 권력을 움켜쥔 이재명 정권은 좀처럼 절제를 습득하지 못한다. 명저 '자유론'을 남긴 존 스튜어트 밀은 다수의 의견과 감정 같은 민주적 수단에 의한 독선을 '민주적 폭정'으로 규정했다. 다수 의석을 무기 삼아 폭주를 자행하는 민주당을 향한 경고처럼 들린다. 지금 여의도 정치지형은 사실상 1당 독점체제다. 실효적 견제 세력이 없으니 절제를 체화(體化)하기 어려운 구조다.


도덕경에 나오는 '직이불사(直而不肆) 광이불요(光而不燿)'는 곧으나 방자하지 않고 빛나되 눈부시게 하진 않는다는 뜻이다. 절제의 섭리를 녹여낸 은유의 아포리즘이다. 이재명 정부와 집권여당이 곱씹어야 할 경구 아닌가 싶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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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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