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이전 이제부터 시작
도시는 아직 설계 중이다
숫자가 말하는 도시 중요
청년, 끝없이 이어지는 일상
활성화 전환은 정교한 설계
경북본사 부장 장석원
도시는 계획으로 만들어지지만, 작동은 설계에서 시작된다. 건물과 기관을 옮기는 일은 계획의 영역이고, 사람들이 머물고 움직이게 만드는 일은 설계의 영역이다. 행정은 종종 이 둘을 혼동한다. 이전이 곧 활성화라고 믿는 순간, 도시는 기능은 갖추되 삶은 비어 있는 공간으로 남는다. 이전은 공간을 채우지만, 설계는 시간을 채운다. 도시가 살아나는 지점은 언제나 그 이후다.
안동과 예천에 들어선 경북도청신도시는 이미 많은 것을 갖췄다. 기록과 행정을 담당하는 기관, 예술과 문화를 책임질 조직, 농식품 유통과 환경 연구, 복지와 돌봄, 인재 양성과 산업 기반까지 공공의 핵심 기능들이 한 공간에 모여들고 있다. 행정·문화·복지·산업의 축이 고르게 배치된 신도시는 지방에서도 드물다. 무엇을 더 들여와야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이미 상당 부분 답을 해놓은 도시다.
그러나 도시의 성격을 규정하는 결정적 기준은 시설의 목록이 아니다. 숫자 하나가 이 도시의 정체성을 또렷하게 드러낸다. 평균연령 34세. 경북은 물론이고 전국적으로도 쉽게 보기 어려운 수치다. 이 숫자는 경북도청신도시가 행정도시이기 이전에 이미 청년도시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질문의 방향이 바뀐다. 우리는 이 도시를 과연 평균연령 34세의 도시답게 대하고 있는가.
청년이 많은 도시는 명령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청년은 지시받아 머무르지 않고, 선택 가능한 경로가 있을 때 정착한다. 일자리가 있어도 주거가 불안하면 떠나고, 주거가 안정돼도 삶이 단조로우면 이동한다. 청년 도시는 기능의 집합이 아니라 동선의 결합으로 완성된다. 일과 주거, 여가와 배움, 돌봄과 관계가 끊기지 않고 이어질 때 도시는 비로소 살아난다.
그래서 경북도청신도시의 다음 과제는 확충이 아니라 연결이다. 인재개발원과 산업단지, 지식산업센터는 일의 경로를 만들 수 있고, 도립미술관과 예술단, 문화·체육 시설은 일상의 밀도를 높일 수 있다. 공공임대주택과 완전돌봄클러스터, 어린이 재활의료센터는 청년과 가족이 머물 수 있는 안전망이 된다. 문제는 이 기능들이 청년의 하루 안에서 어떻게 만나느냐다.
역사를 돌아보면 관청을 지방에 둔다는 선택은 언제나 다음 단계를 전제했다. 조선이 실록을 여러 사고(史庫)에 나눠 둔 것은 단순한 분산이 아니라, 위기 속에서도 국가를 유지하기 위한 설계였다. 각지에 설치된 조창(漕倉) 역시 세금을 보관하는 창고를 넘어 지역의 물류와 경제를 움직이는 축이었다. 기능이 내려오면 삶이 따라오도록 설계했기 때문에, 그 공간은 비어 있지 않았다. 이전은 언제나 설계와 함께 갔다.
지금의 경북도청신도시도 마찬가지다. 이전은 이미 끝났다. 이제 필요한 것은 평균연령 34세라는 조건을 정책의 출발점으로 삼는 일이다. 청년을 대상으로 무엇을 제공할 것인가가 아니라, 청년의 시간표를 기준으로 도시를 다시 배치하는 일이다. 큰 랜드마크보다 반복되는 일상, 상징적인 시설보다 자주 쓰이는 공간을 먼저 살피는 시선이 필요하다.
도시는 선언으로 성장하지 않는다. 특히 젊은 도시는 더 그렇다. 평균연령 34세는 성과가 아니라 과제다. 이 도시는 아직 성장 중이며, 그래서 더 정교한 설계가 요구된다. 이전을 성공으로 마무리할지, 정주로 이어갈지는 이제 선택의 문제다. 청년이 이 도시에서 어떤 하루를 보내는지 끝까지 상상해볼 때, 평균연령 34세의 도시는 행정의 결과를 넘어 지역의 미래가 된다.
경북본사 부장 장석원
장석원
주변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이야기와 다양한 영상·사진 등 제보 부탁드립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