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텃밭 코디네이터' 김재일씨가 직접 가꾼 채소를 들어보이고 있다.
대구 달서구에 사는 김재일 씨는 동네에서 '텃밭 코디네이터', '채소 전도사'로 불린다. 2021년 흙을 벗 삼아 인생의 두 번째 막을 연 그는, 약 5년 전부터 지역의 사회적 협동조합 주민들과 교류하며 자연스럽게 공동 텃밭 활동에 참여해 왔다.
30평 남짓한 아담한 밭에는 상추와 토마토 같은 기본 채소부터 아이들이 손으로 직접 따 먹을 수 있는 방울토마토, 옥수수, 감자까지 골고루 자라고 있다. 봄이면 부추와 머위, 방풍나물, 당귀가 가장 먼저 수확돼 식탁에 오르고, 여름에는 자유롭게 피어난 봉숭아꽃을 따 아이들 손톱을 곱게 물들이라며 나눠준다. 허브와 호박, 오이, 여주가 싱그럽게 여문 뒤 가을이 오면 토란과 깻잎, 공심채를 거두고, 배추와 무, 파로 한 해 농사의 마무리를 한다.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서른 가지가 넘는 작물을 조금씩 심어 세심하게 돌본 덕에 채소들은 알이 굵고 속이 단단하다. 함께 힘을 모아 밭을 가꾸는 과정은 수확의 기쁨을 넘어, 직접 키우는 즐거움까지 더해준다.
물론 처음부터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모든 작물을 무농약으로 키우겠다는 김 씨의 고집은 오이 흰가루병, 서리태를 괴롭히는 노린재, 양파와 마늘을 파먹는 고자리파리 같은 병해충 문제와 맞닥뜨리게 했다. 예측하기 어려운 기후 변화 역시 끊임없이 공부해야 할 과제였다. 그는 관련 서적과 유튜브를 뒤지며 친환경 살충제를 직접 만들어 쓰는 등 하나하나 해결책을 찾아 나갔다. 이제는 함께 텃밭을 가꾸는 이들이 어떤 질문을 던져도 막힘없이 답할 수 있다며 웃어 보였다.
김 씨는 흙을 고르는 일부터 씨앗을 뿌리고, 키우고, 수확하는 전 과정을 빠짐없이 텃밭 일지에 기록해 둔다. 그 덕분에 땅에 맞는 재배 방식을 찾을 수 있었다. 정성껏 키운 채소를 마을 축제에 내놓자 "정말 맛있다"는 말이 잇따랐다. 특히 공동육아모임 아이들과 함께 감자를 심고 캐며 흙의 가치를 직접 느끼게 해 준 경험은, 그에게 마을공동체 활동의 진짜 의미를 깨닫게 해 줬다.
그에게 텃밭은 단순히 채소를 기르는 장소가 아니다. 흙내음이 가득한 이 공간은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쉼터이자, 지친 마음을 다독여 주는 위안의 장소다.
공동체 텃밭 코디네이터로서 김재일 씨의 바람은 소박하다. 특별할 것 없는 텃밭의 하루하루를 꾸준히 기록하며, 자신의 경험이 누군가에게 작은 힘이 되길 바랄 뿐이다. 텃밭은 그에게 '두 번째 인생'이라는 선물을 안겨줬고, 그는 그 선물을 기꺼이 품은 채 앞으로도 자신만의 속도로 삶을 풍요롭게 가꿔갈 생각이다.
글·사진=강미영 시민기자 rockang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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