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금값이 고공행진하면서 골드바를 찾는 고객은 늘었지만, 금은방에서 금이나 귀금속을 사려는 사람은 오히려 줄었다. 이 탓에 지역 자영업자들은 매출 부진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
연일 금값이 고공행진하면서 골드바 수요는 늘었지만, 정작 소매업인 금은방에서는 금·은 귀금속을 사려는 사람이 급격히 줄어든 모습이다. 이 탓에 대구지역 금은방들은 매출이 반토막이 났다며 울상짓고 있다.
29일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금 한 돈(3.75g) 가격은 112만1천 원으로, 이날 처음으로 110만 원을 넘어섰다. 하루에만 금값이 108만8천 원→111만4천 원→111만5천 원 등으로 가격이 세 차례나 바뀌면서 지역 금은방도 매일 혼란 속에서 영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날 오후 2시쯤 찾은 대구 중구 교동귀금속거리. 영남일보 취재진이 이날 귀금속거리 가게 내부를 살펴봤지만 귀금속을 구경하거나 사러 온 고객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평일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상인들은 손님이 없어 가만히 앉아 스마트폰을 보거나 인근 상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교동귀금속거리에서 20년 넘게 금은방을 운영하고 있다는 정숙희 씨(62)는 "코로나19 때보다 지금이 더 힘들다. 금값이 너무 올라 고객들이 귀금속을 사질 않으니, 갖고 있는 금을 팔아 직원 임금과 생활비를 마련하는 가게도 적지 않다"며 "돌반지는 이미 금값이 70~80만원대에서 매출이 반토막 이상 났고, 커플링 수요도 많이 줄었다. 사실상 금은방은 이제 '침몰한 배'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푸념했다.
실제로 과거 돌잔치의 필수품이었던 금반지 선물은 이제 찾아보기 쉽지 않다. 1돈에 100만 원 정도까지 치솟은 금을 돌 선물로 주기에는 경제적 부담이 너무 큰 것이다. 현금을 선호하는 실용 중심의 문화도 한몫했다.
고객이 급감하면서 일부 금은방은 갖고 있는 장신구를 모두 팔고 장사를 정리하는 경우도 있다. 이날 찾은 교동귀금속거리 금은방 일부에는 '임대'라는 글자가 나붙어 있었고, 상인들이 모여 귀금속을 판매하는 '귀금속백화점' 일부 판매대는 텅 비어 있거나 아예 문을 닫은 곳도 있었다.
금은방이 문을 닫으면서 골드바를 판매하는 '금 거래소'가 그 빈자리를 메우는 모습이다. 최근 금값이 연일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금 거래가 '장신구 소비' 중심에서 '자산 투자' 중심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과거 자산가 중심으로 이뤄지던 금 구매가 최근에는 젊은층부터 시니어까지 전 연령층으로 확산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예물을 맞추던 '낭만 거리'였던 교동귀금속거리가 수익을 위한 '금융 거리'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교동귀금속거리에서 금거래소를 운영하고 있던 박성호씨(53)는 "도매 입장에서 보면 골드바를 찾는 투자자들의 수요가 두세 배는 늘었다. 실버바는 찾기도 어려울 정도다. 아무래도 대구에서는 교동귀금속거리가 가장 금 관련 제품을 많이 다루다 보니 이곳에 문 여는 금 거래소가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금은방 업주들은 자신들 또한 금값 상승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상황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높았다.
대구 교동주얼리특구 황해범 상인회장은 "최근 교동귀금속거리에는 투자 목적의 골드바, 실버바 구매를 위해 금거래소 방문객이 늘었을 뿐 일반 장신구를 취급하는 금은방에는 손님이 거의 없다"며 "금값이 계속 고점을 찍는 바람에 소비자들도 어디까지 가격이 오를지 관망하고 있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금은방 입장에서도 하루에만 몇 번씩 가격이 바뀌다 보니 고객이 투자 목적으로 금을 구매하려 오면 오히려 '지금 사지 말라'고 말릴 정도다. 당분간 이 같은 혼란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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