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곤 대구행복한미래재단 상임이사
대구-경북 행정 통합 논의가 한창이다. 산업과 교통, 행정 효율성에 대한 기대를 넘어 지역 소멸을 해소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정작 이 통합의 영향이 가장 크게 미칠 영역인 '교육'에 대한 논의는 거의 없다. 통합은 행정구역을 바꾸고 체계를 재정립하는 일이지만, 교육은 사람과 지역의 미래를 바꾸는 일이다. 오늘의 교실이 내일의 지역을 만든다. 따라서 통합 논의의 중심에는 당연히 교육 문제가 놓여야 한다.
1981년 대구가 직할시로 승격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교육 환경은 구조적으로 다른 성장의 길을 걸어왔다. 대구는 진로 정보와 교육 인프라, 학원이 밀집된 도시형 교육 체계를 갖췄고, 경북은 농산어촌 중심의 중·소규모 학교와 지역 밀착형 교육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이 두 체계가 하나로 묶일 경우, 단순한 행정 통합을 넘어 교육의 방향 자체가 재설계되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이 과정에서 다른 임용 체계와 근무 환경에서 살아온 교원과 교육 공무원들이 주거 안정성이나 인사 기준 변화에 따른 불안을 가장 먼저 느낄 수밖에 없다. 광역 인사 시스템이 도입되면 생각지도 않던 지역에서 근무하게 될 가능성도 생긴다. 주거 안정성이 흔들리고, 통근 부담이 늘어나며, 승진과 근무 여건의 형평성 시비가 불거질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는 개인의 불편에 그치지 않고, 그 영향이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도 다르지 않다. 통합은 새로운 기회이자 새로운 경험의 시작일 수 있다. 그러나 학군 조정과 소규모 학교 정책, 도심 쏠림과 농산어촌 학교 위축 등 산적한 과제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논의 없이 통합이 먼저 이야기되고 있다. 법이 통과되고 유예 기간을 준다고 해도, 그 과정에서 이해관계에 따른 갈등은 충분히 예견된다.
예산과 정책 방향을 어떻게 조정해야 하는가도 문제다. 학생 수가 많은 도시 학교와 학생 수는 적지만 학교 수가 많아 유지 비용이 더 드는 농산어촌 지역의 학교 예산 구조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효율성을 강조할 것인가, 형평성을 중시할 것인가'의 선택은 통합 이후 교육 재정과 정책의 방향을 규정하는 중요한 문제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통합 이후의 교육 재정은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의 존립, 학교 교육력과 직결된 문제다. 결국 기준은 학생의 성장 기회 확대와 교육력 신장이 되어야 한다.
교육 격차 해소도 쉽게 풀기 어려운 문제다. 도시와 농촌의 교육 인프라, 진로 정보 접근성과 지향성, 사교육 환경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통합이 격차 해소 중심으로 설계되지 않으면 비교·경쟁 구도만 심화할 수 있다. 통합이 기회의 확장이 아니라 부담의 확장으로 인식되는 순간,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은 불만으로 바뀌게 된다. 따라서 행정 중심의 통합 추진단과 별개로, 현장 교사와 교육 전문가, 학부모가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민관 합동 교육 통합 거버넌스'를 구성하여 교육 중심의 독자적인 로드맵을 그려내야 한다.
그래서 통합 논의 과정에서 교육 현장의 목소리는 충분히 반영되고 있는지 묻게 된다. 교원, 학부모, 학생, 지역 주민들이 어떤 걱정을 하고 있는지,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에 대한 공론의 장은 아직 충분히 열리지 않았다. 물리적인 통합 일정에 쫓기기보다 교육 체계 변화가 학생들에게 미칠 영향을 찬찬히 검토하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교육은 가장 늦게 결과가 드러나지만, 한 번 방향이 정해지면 되돌리기 가장 어려운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육'을 통합 논의의 중심에서 다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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