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만진 소설가
1920년 2월26일 미국 소설가 리처드 버튼 매드슨이 태어났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흡혈귀에게 인류가 멸망당하는 '나는 전설이다', 전생과 현세를 오가며 이어지는 사랑을 담은 '시간 여행자의 사랑', 체구가 점점 줄어드는 데서 겪는 고뇌를 다룬 '작아지는 남자' 등이 거론된다.
'작아지는 남자'의 주인공 스콧이 어느 날 바닷가에서 이상한 안개에 휩싸인다. 그날부터 스콧의 체구에 기이한 변화가 찾아온다. 184㎝였던 키가 날마다 줄어 점점 왜소해진다. 그 탓에 직장을 잃고 마침내 아내와 딸로부터 버림받는다.
스콧은 언론의 우스꽝스러운 보도 대상이 되고, 이웃사람들의 조롱거리로 전락한다. 게다가 자신의 애완 고양이에게 목숨을 위협받는 처지까지 내몰린다. 그가 고양이로부터 안전해지는 것은 아무도 발견 못할 만큼 극도로 작아진 덕분이다.
그렇다고 무사안전이 그를 기다리는 것은 아니다. 지하실에 떨어진 그를 노리는 새로운 위협자가 있다. 거미다. 그리고 굶주림과 질병이다. 아무리 작은 생명체도 계속 못 먹거나 치명적 질병에 걸리면 생명을 잃는 법이므로.
이제 스콧은 정신과 육체의 절망을 느끼고 소멸되는가? 그렇지 않다. 스콧은 자신이 미생물처럼 작아졌어도 우주 속에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에 방점을 찍는다. 스콧이 그랬듯이 독자들도 결말을 통해 소설 주제를 깨닫게 된다. 거대 권력과 무한 자본을 끝없이 추구하는 인간 속성을 풍자하고 있구나!
'작아지는 남자'는 나라가 작고 인구가 적어야 사람들이 행복해진다는 노자의 소국과민(小國寡民) 사상을 생각나게 한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도 자급자족이 가능할 정도인 대략 5만 명 인구의 나라가 이상국가라 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흔히 작은 것을 쓸모없는 것으로 치부한다.
쓸모없는 것에 대한 홀대도 대단하다. 카프카는 "어느 날 그레고르는 자신이 갑충으로 변해 있는 것을 발견한다"로 시작되는 소설 '변신'으로 그 점을 극명하게 지적했다. 가정에 도움이 못 되는 그레고르는 결국 아버지가 던진 사과에 맞아죽고, 부모와 여동생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소풍을 떠난다.
사람은 작게 태어나 조금씩 커졌다가, 다시 차차 작아졌다가 이윽고 없어진다. 대부분의 사람은 육체도 정신도 그렇다. 스콧도 언젠가는 사라진다. 다만 정신으로는 예외가 있어 역사에 위대한 이름을 남긴 인물의 경우이다.
스콧은 작아지고 쓸모없어지는 자신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알려준다. 그레고르의 가족들은 작아지고 쓸모없어지는 상대를 어떻게 대우해야 하는지 반면교사의 가르침을 준다. 누구나 다 같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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