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통합 지금까지 난항 겪으며 표류중
국힘 TK의원들 통합 찬반투표까지 진행하며 법사위 개최 요구
민주 법사위 개최 조건 달며 TK통합 지지부진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1일 국회에서 TK통합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장태훈기자 hun2@yeongnam.com
"될 것 같다가, 또 안 될 것 같다가. 도대체 어떻게 되는 건가!"
대구·경북(TK) 행정통합을 둘러싼 여야의 핑퐁 게임에 지역민들의 피로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지난 일주일간 정치권에서 행정통합이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듯 '무산 위기'와 '극적 타결'의 희망고문을 반복한 것이다.
통합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야당이 벼랑 끝 양보를 거듭하고 있지만, 여당은 계속해서 새로운 조건을 내걸며 평행선을 달리는 모양새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었던 지난달 24일부터 1일까지의 급박했던 타임라인을 정리했다.
◆ 2월24일~26일=추미애 광주·전남통합법만 법사위 통과
더불어민주당 소속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지난달 24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지도부의 반대와 대구시의회가 통합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며 TK 통합법을 보류시켰다. 그러면서 광주·전남통합법만 통과시켰다. 앞서 대구시의회는 지난달 23일 "권한 없는 통합은 빈 껍데기로, 졸속 행정통합 강행에 단호히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한 것이 발단이 됐다.
TK 통합 무산에 국민의힘 내부는 분열이 발생했다.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국회 부의장인 주호영(대구 수성갑) 의원은 "지도부에서 통합에 반대한 사람이 누구냐"며 목소리를 높였고,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에 "명예훼손"이라고 말하며 사퇴에 대한 의사까지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이후 TK 통합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기 위해 TK의원들을 중심으로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투표 결과, TK통합 찬성이 우세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민주당에 공식적으로 법사위 개최 및 본회의 상정을 요구했다.
◆ 2월27일=대구시의회의 '찬성' 재천명, 그러나 엇갈린 시선
민주당 지도부가 보수의 심장부인 대구를 찾으면서 해당 문제를 언급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오히려 부정적인 메시지만 나왔다. 정청래 대표는 "TK 통합 무산 시 책임은 반대하는 국민의힘에 있다"며 야당 지도부의 사과를 요구했다.
또 하나의 변수가 발생했다. 앞서 "빈 껍데기 통합"이라며 반대 성명을 냈던 대구시의회가 '통합 적극 찬성'을 공식 발표한 것이다. 이후 TK 의원들은 즉각 성명을 내고 "야당 지도부, 대구시의회, 경북도의회까지 한목소리로 통합을 원하고 있다"며 여당의 주장을 일축하고 조속한 법사위 개최를 촉구했다.
하지만 추 위원장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비운 탓에 민주당이 당번조를 서고 있다"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부터 취소하라"고 역공에 나섰다. 이에 송 원내대표가 "민주당이 처리할 의지만 있다면 당번조 하나 못 바꾸겠나. 몽니 부리지 말라"고 맞받아치면서 통합은 사실상 '정쟁'으로 번졌다.
더욱이 추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대구에서 박근혜가 장동혁, 송언석에게 묻는다"며 "'대전은요?' '누가 몽니 부리나요?'"라고 적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함께 통합을 추진 중인 대전·충남의 통합에 대해선 미온적이라는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 2월28일=김민석 국무총리 대구시 방문…"공감과 생생의 토대 위에 TK통합 차질 없이 추진할 것"
정부가 통합에 나선 것도 눈길을 끌었다. TK 통합에 대해 차질이 생기자 김 총리는 직접 대구를 방문해 TK 통합에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김 총리는 지난달 28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2·28 민주운동 제66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TK 통합에 대해서 "공감과 생생의 토대 위에 행정통합도 차질 없이 추진해 TK지역 재도약의 전환점이 마련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를 두고 지역 정가에선 TK통합을 둘러싼 여야의 잡음을 잠재우기 위해 김 총리가 직접 나선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날 논평을 통해 오히려 "반쪽짜리 통합법은 안된다"며 대전·충남까지 처리해한다고 조건을 하나 더 걸었다.
◆ 3월1일=송언석 '필리버스터 중단' 승부수… 또다시 제동 건 여당
여당이 대구시의회의 반대를 핑계 삼을 명분이 사라지자, 국민의힘은 마지막 남은 여당의 요구 조건까지 수용하는 결단을 내렸다. 송 원내대표는 1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필리버스터를 전격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추미애 위원장의 주장이 근거 없음은 알지만, 법사위 개최에 시간적 여유를 주기 위한 것"이라며 "민주당은 더 이상 핑계대지 말고 즉각 법사위를 개최해 TK 통합법을 의결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즉각적인 법안 의결을 압박했다.
하지만 여당은 또다시 한 발을 뺐다. 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나 "경북지역 일부 기최의회에서 TK 행정통합을 반대하고 있다"며 법사위 개최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또한 정 대표가 요구한 '당론'으로 TK 통합법을 채택하지 않았다면서 비판하기도 했다.
이후 정 대표는 SNS에 글을 올려 "대전충남통합, 대구경북 통합이 무산되면 200% 국민의힘 책임"이라며 "대전충남 통합하자더니 반대하고, 대구경북통합은 자기들끼리 찬반으로 나뉘어 싸우며 오락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결국 민주당은 이날 법사위를 열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결국 TK 통합은 야당의 백기 투항에 가까운 양보에도 불구하고 여당의 미온적인 태도에 막혀 마지막까지 짙은 안갯속을 걷고 있다는 평가다.
장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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